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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은 기자의 미식미담(美食美談)] 서울다이닝 | 입 안 가득 퍼지는 서울의 맛
입력 : 2024.11.04 17:5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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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음식’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수만 가지 음식을 떠올린다. 전통시장 골목의 파전, 떡볶이 같은 스트리트 푸드부터 셰프들의 섬세한 손길로 세계 각국의 음식을 선보이는 다이닝 레스토랑까지 각양각색으로 서울을 물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남산 아래 위치한 ‘서울다이닝’은 ‘서울스러운 다이닝’에 대한 고민을 토대로 새로운 동시대 식문화를 만들어나가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다. 프렌치, 이탈리안 퀴진을 기반으로 다채로운 서울의 맛과 서울이라는 도시의 특성을 반영한 독창적인 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선보인다.
서울다이닝만이 가진 독특한 매력은 1년에 4번, 계절이 바뀔 때마다 메뉴는 물론 음식의 장르를 바꾼다는 점에 있다. 지난 봄 이탈리안을 시작으로 여름엔 스페인을 베이스로 다이닝 코스를 선보였고, 가을을 맞은 현재는 프렌치를 기본으로 한 코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가오는 겨울에는 모던 한식 코스로 또 한 번 변신할 예정이다.
김진래 서울다이닝 오너셰프는 “서울은 국제도시이고 변화가 빠른 도시”라며 “결국 ‘서울스럽다’는 건 계속해서 변주가 되는 느낌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과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스페인 등에서 셰프로서 쌓았던 제 경험치는 아마도 ‘다양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제게는 다양한 곳을 돌아다니면서 체험한 새로운 것들이 요리를 하는 즐거움이었고, 손님들에게도 음식을 통해 이런 색다른 즐거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런치 코스의 닭다리·전복 서울 다이닝은 런치 코스와 디너 코스 두 가지로 운영된다. 가을 시즌인 현재는 프렌치코스를 선보이고 있다. 런치 코스는 웰컴스낵으로 시작해 브리오슈·노른자, 레터스 샐러드·아보카도, 관자·마·브로콜리, 계절 생선·비스큐 소스, 닭다리·전복, 체리 셔벗·밤으로 마무리된다. 디너 코스의 경우 토마토·바질, 브리오슈·노른자, 레터스 샐러드·아보카도, 삼치 세비체, 관자·마·브로콜리, 새우·프렌치 토스트, 한우 안심·스모크 감자, 송아지 커틀렛·페퍼콘 소스, 체리 셔벗·밤 등 9코스로 진행된다. 서울다이닝 디너 코스의 첫인상이라고 할 수 있는 토마토·바질은 구운 타르트 안에 토마토 처트니(신선한 토마토와 향신료를 조합해 만든 양념)를 올리고, 그 위에 바질 마요네즈, 허브 잎을 올린 전채다. 토마토가 부드럽게 씹히면서 허브향이 입 안을 감싸고 달달한 마늘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입맛을 돋운다.
브리오슈·노른자 브리오슈·노른자는 부드러운 프랑스 전통 빵인 브리오슈 위에 고소하고 달달한 노른자 크림 소스와 캐비어 형태의 ‘아보르’를 올린 스낵이다. 아보르는 생선살을 훈연한 액체를 분자요리 기법을 이용해 작은 구슬 형태로 만든 것이다. 브리오슈의 부드러움 속에서 톡 터지는 재미있는 식감을 주면서 살짝 짭짤한 맛으로 진하고 깊은 감칠맛을 내 노른자 소스와 재미있는 ‘단짠’ 조합을 이룬다.
삼치 세비체 이번 시즌 서울다이닝의 시그니처 메뉴라고 할 수 있는 ‘삼치 세비체’는 남미에서 유래한 해산물 요리를 재해석한 메뉴다. 세비체는 날 것의 생선이나 해산물을 라임이나 레몬주스 같은 산성 재료에 재워 초절임으로 익히는 요리다. 열을 가해 익히지 않아 쫄깃한 식감이 살아 있고 산뜻한 것이 특징이다. 서울다이닝의 삼치 세비체는 삼치 회를 숙성, 건조시킨 뒤 토마토 피클 위에 올리고, 곁들인 새콤한 패션후르츠 소스에 바질 오일을 뿌려서 낸다. 상큼하고 향긋하면서도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토마토·바질 계절감 두 스푼에 한식 한 스푼런치 코스에 포함된 닭다리·전복은 닭다리 살을 넓게 펴서 뼈를 바른 다음 부드럽게 익혀 구워낸 뒤 칼집을 낸 전복을 볶아서 올린 따뜻한 요리다. 김셰프는 “전복과 닭다리 살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조화롭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곁들여 먹는 소스 세 가지가 함께 제공된다.
먼저 ‘베르 블랑’이라고 하는 프렌치 버터 소스에 특제 양념간장을 섞고, 대파를 태워 만든 애쉬 파우더를 뿌려 훈연 향을 더했다. 베르 블랑은 프랑스 요리에서 자주 사용되는 소스로, 프랑스어로 ‘흰 버터’라는 뜻이다. 크리미한 베르 블랑 소스는 와인과 식초의 산미와 버터의 부드럽고 고소한 풍미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시금치 퓨레로 만들어 깔끔한 맛이 느껴지는 시금치 소스와 알싸하면서도 달달한 마늘 소스도 짭짤하고 고소한 닭고기의 맛을 잡아준다.
이처럼 서울다이닝의 음식에는 색다른 ‘킥’이 하나씩 있다. 새우·프렌치 토스트는 디저트 같은 프렌치 토스트에 새우를 더해 하나의 요리로 변형시킨 메뉴다. 김 셰프는 “새우 껍질이나 갑각류를 졸여 만든 비스큐 소스를 만들었고, 중식의 멘보샤(빵 사이에 다진 새우를 넣어 튀긴 샌드)에서 영감을 얻어 토스트 위에 새우를 갈아 올린 뒤 구워냈다”며 “이렇게 하면 쉽게 눅눅해지지 않고 맛도 배가 된다”고 설명했다. 곁들여진 구운 통새우는 비주얼로 시선을 압도한다. 한우 안심 스테이크도 마찬가지다. 김 셰프는 “요즘 다이닝 레스토랑에 가면 한우 안심 스테이크가 꼭 있다. 손님들을 직관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는 메뉴이기 때문”이라면서도 “어떻게 차별화할까 하다가 보통 5~7㎝ 되는 한우 안심 스테이크 두께를 0.5㎝ 정도로 얇게 펴서 두드리고 카르파초처럼 겉만 살짝 익혀서 부드럽게 내게 됐다. 썰 필요도 없이 포크로 찍어 소스를 찍어 먹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송아지 커틀렛은 “네덜란드 청정 지역의 신선한 송아지를 냉장 유통으로 받아 얇은 커틀렛 형태로 튀겨낸 것”이라며 “보통 돈가스 두께보다 30% 얇게 썰어 수비드(저온 조리)를 한 뒤 옷을 입혀 튀겼고 돼지고기보다 부드럽지만 진한 맛이 약한 송아지 고기의 특성을 보완하기 위해 강렬한 페퍼콘 소스를 곁들였다”고 설명했다. 흔히 접할 수 있는 대중 음식을 살짝 비튼 것이다.
도시와 미식의 감각적 조우김 셰프는 미국, 유럽, 호주 등지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셰프로, 콩두와 세컨드키친, 메종드라카테고리 등 국내 유명 레스토랑에서도 헤드셰프로 경력을 쌓았다. 8년 전 문을 연 서울다이닝은 남산 인근에 위치해 도심 속 자연과의 조화를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김 셰프는 “서울다이닝은 남산과 인접해 있어,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객과 현지 손님 모두에게 매력적인 장소라고 생각했다”며 “특히 외국인 고객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현대적 한식의 접근성을 높였다. 외국인 고객 비중을 꾸준히 늘려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다이닝은 단순히 음식점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미식 문화의 허브가 되겠다는 목표다. 김진래 셰프는 “요리는 끊임없는 탐구와 자기 표현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나라의 요리 스타일을 탐구하고, 이를 한국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다이닝장르 이노베이티브
위치 서울 중구 동호로 272 디자인하우스
오너셰프 김진래 셰프
영업시간 화~토 11:30~22:00(15:00~18:00 브레이크 타임, 20:30 라스트 오더), 일·월 정기휴무
가격대 런치 코스 7만원, 디너 코스 13만원
프라이빗 룸 1개(최대 8인)
전화번호 02-6325-6321
주차 주차장 이용(발레 없음)
[송경은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