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국채 투자 ETF·ETN으로 해볼까? 환전 부담 없고 소액으로도 투자해요

    입력 : 2024.06.14 15:44:06

  • 사진설명

    미국 정책금리 조기 인하에 대한 기대가 약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인들의 미국 채권 투자는 활발하다. 3회 금리 인하의 전망은 거의 사라졌지만 9월, 12월에 걸쳐 25베이시스포인트씩 내린다는 전망은 여전히 우세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뿐만 아니라 연준의 주요 인사들이 금리 인상을 부정하면서 10년물 금리가 4.4~4.5% 선에서 등락하고 있다.

    최근 개미들이 미국 채권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된 이유는 한국의 정책 금리 하락폭보다 미국의 정책금리 하락폭이 더 클 수 있고 이에 따라 더 큰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게다가 달러자산 투자 측면에서도 환헤지가 되지 않는 채권펀드나 채권 직접투자가 인기가 많다. 포트폴리오 구성 차원에서도 주식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성이 있는 채권을 담는 것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국채 투자에는 장기물과 단기물 중 어느 쪽 비중을 늘릴지가 주요한 선택지다. 잔존만기가 많이 남은 장기물이 듀레이션이 커 금리에 따른 채권 가격 변화가 크다. 그렇기 때문에 금리 인하를 예상하면 장기물을 사 가격 상승폭이 커지길 기다리는 선택도 할 수 있다.

    사진설명

    그간 단기물과 장기물 수익률 역전이 계속되어 왔다. 장기물 수익률이 단기물보다 높은 게 일반적인데 지금 금리 인하 기대를 반영해 장기물 수익률은 낮아지고 정책금리에 연동되는 단기물 수익률은 크게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2년물과 10년물 국채금리차 역전이 35베이시스포인트로 역전 폭이 최근 들어 축소되는 추세다. 앞으로도 단기물 금리는 하방 요인이 크고 장기물 금리는 중립금리 이슈가 나타난다고 보면 단기물에 대해선 롱포지션을, 장기물에 대해선 쇼트포지션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었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채권 수익률보다 단기 금리는 높고 장기금리는 낮다는 것으로 단기채권은 싸고 장기 채권은 비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역전 상황이 해소된다는 것은 단기물이 장기물에 비해 가격 상승폭이 더 크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국내에도 미 단기채권 ETF 상장

    국채와 회사채도 비교 대상이다. 회사채 스프레드의 추가적인 축소 여력이 크지 않은 만큼 회사채의 가격이 떨어질 폭은 제한적이다. 그래서 회사채보다는 미국 단기 국채 ETF와 초단기채 ETF의 투자매력이 높다. 국내 주식시장에도 미국 단기채권 ETF들이 상장되어 있다. 국내 상장 ETF의 경우 미국채 대비 KP물과 회사채 비중이 높은 편이다. 국채 담보 RP금리인 SOFR 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상장 ETF의 경우 회사채 리스크를 피하는 동시에 연준 실효 금리와 유사한 수준의 수익률을 추구한다.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는 약 30년 만기 수준의 미국 국채가 갖는 듀레이션 수준의 포트폴리오 구축을 주된 투자전략으로 한다. 미국 상장 장기국채, 국채 관련 ETF에 주로 투자하는 환헤지 상품이다.

    TIGER 미국투자등급회사채액티브(H)는 AT&T·아마존·애플 등 미국 대표 우량 기업들의 회사채에 투자한다. 해당 ETF는 미국에 상장된 역외 ETF인 ‘LQD(iShares iBoxx $ Investment Corporate Bond)’와 동일한 비교지수를 사용한다. 원화로 투자하기 때문에 환전 비용이 들지 않고, 환헤지를 통해 환율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는 특징도 있다. 특히 매월 배당금을 지급하는 월배당형 ETF로, 일정한 인컴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특정한 채권 자산에 집중하지 않는다면 TIGER 미국달러단기채권액티브 ETF도 괜찮은 선택지다. 달러 표시로 발행된 잔존만기 1년 미만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환헤지를 시행하지 않아 원·달러 환율 변동과 단기채권 성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이 ETF는 비교지수 대비 초과성과 달성을 위해 미국 국채뿐만 아니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미국 우량 투자등급 회사채와 국내 공공기관이 발행한 KP(Korea Paper, 달러표시로 발행되는 한국 채권) 등에도 투자한다.

    최근 국내 상장된 미국 국채 ETF를 보면 투자자들의 다양한 니즈에 맞출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의 ETF가 나와 있다. 채권 발행 회사, 만기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커버드콜 전략을 쓰는지, 환헤지 여부는 어떤지, 인버스인지, 몇 배 레버리지인지 선택지가 다양하다.

    콜옵션 매도 포지션을 활용해 국채 ETF 분배금을 극대화한 ETF도 나왔다. KODEX 미국 30년국채 + 12% 프리미엄(합성 H)은 미국 장기(30년)국채 매수 포지션에 일부 옵션 매도 포지션을 더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ETF이다. 시장금리 하락 시 기대 가능한 채권 가격의 상승과 옵션 매도를 통해 얻게 되는 프리미엄 수익을 분배금 재원으로 활용한다.

    채권 포지션은 금리 변화에 따른 채권 가격 변동폭이 가장 큰 미국의 30년 만기 국채를 편입하며, 옵션은 미국 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대표 장기국채 ETF인 TLT(iShares 20+Year Treasury Bond)의 콜옵션을 활용한다. 콜옵션과 채권의 배분 비중을 변동시키면서 매달 일정한 분배금을 줄 수 있는 구조다. 옵션 프리미엄이 비쌀 때는 콜옵션을 덜 매도해도 되기 때문에 기초자산 가격에 따른 수익률 향상 효과를 더 볼 수 있다. 이처럼 옵션 프리미엄을 통한 분배금 타깃(월 1%, 연 12%)을 설정하여 커버드콜 전략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상단이 막혀 있는 구조를 일부 피해가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박승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TLT 위클리 콜옵션의 프리미엄은 최근 5년 사이 18~50% 범위에서 등락했으며, 현재 40%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지금은 포트폴리오의 30%가량이 분배금 재원 확보를 위한 콜옵션 매도 포지션에 배분되고, 나머지 70%가 채권 가격 변화에 연동되는 포트폴리오(옵션 프리미엄 변화에 따라 배분 비중은 꾸준히 변동) 형태로 구성된다”고 분석했다.

    월 배당 상품도 속속 출시

    TIGER 미국30년국채스트립액티브(합성 H)는 스트립채권을 담아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 가격 상승 효과를 크게 만든 채권 ETF다. 스트립채권(STRIPs, Separate Trading of Registered Interest and Principal of Securities)이란 고정금리 이표채의 원금과 이표를 분리해 각각 원금만 있는 채권과 이자만 있는 채권으로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

    30년 만기 미국채를 예로 들어 보면 30년 뒤 만기가 도래하는 원금 스트립채권(Principal STRIP)과 6개월마다 만기가 도래하는 이표스트립채권(Coupon STRIPs) 60개가 나온다. 6개월마다 이자가 나오므로 30년 동안 60번 이자를 받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쿠폰이 많을수록 채권의 듀레이션이 짧아지고 쿠폰이 없는 채권이라면 듀레이션이 매우 길게 된다.

    스트립채권은 주로 원금 스트립채권에 투자하기 때문에 일반 이표채권에 비해 듀레이션을 매우 길게 했다. 저쿠폰 또는 제로쿠폰 채권에 투자한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 ETF는 잔존만기 25년 이상의 스트립원금 미국채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듀레이션이 긴 장기채는 변동성이 높아 금리 하락 시 수익이 더 커진다. 기존 30년물 듀레이션은 약 17년 수준(Bloomberg, 2023.5.9기준)이지만, 스트립 30년물 듀레이션은 약 29년으로 길어 장기채 투자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5월 1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5.25∼5.50%로 동결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5월 1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5.25∼5.50%로 동결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상장지수증권(ETN)을 통한 미국 국채 투자도 가능하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4월 미국채 10년물과 30년물에 각각 3배 레버리지로 투자할 수 있는 ETN 등 총 6개 종목의 ETN을 한국거래소에 상장했다. 메리츠증권이 상장한 ETN은 총 75종으로 증권업계에서 가장 다양한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채 10년물을 추종하는 메리츠 미국채10년 ETN, 메리츠 3X 레버리지 미국채10년 ETN, 메리츠 인버스 3X 미국채10년 ETN 등 3개 종목과 미국채 30년물을 추종하는 메리츠 미국채30년 ETN, 메리츠 3X 레버리지 미국채30년 ETN, 메리츠 인버스 3X 미국채30년 ETN 등을 통해 방향성에 베팅하는 효과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분배금은 따로 나오지 않고 총수익 지수(TR)를 추종하는 방식으로 분배금을 자동으로 재투자하도록 설계했다.

    미래에셋 2X 미국채울트라30년 선물 ETN 역시 30년 만기 미국채 선물의 일일수익률의 2배를 추종한다. 다만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이므로 롤오버 손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해외 채권 투자전략별로 다양한 ETF를 미국증시에서도 선택할 수 있다. 채권을 보유해 이자를 받는 캐리 매력이 다시 높아지고 시장 이자율의 추가 상승이 제한적이라고 판단된다면 VGSH(Vanguard Short-Term Treasury Index Fund ETF)나 SPTS(SPDRⓇ Portfolio Short Term Treasury ETF)와 같은 단기국채를 선택하면 된다. 국채지만 현재 미국 정책금리가 높아진 상황이라 캐리 매력이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 금리 상승폭이 커질 때와는 다르게 개선된 수급 환경에 주목하는 전략이다. VGIT(Vanguard Intermediate-Term Treasury Index Fd ETF)나 GOVT(iShares US Treasury Bond ETF)를 선택해야 한다.

    최근 경제 상황에선 크레디트 측면에선 하이일드보다 우량주가 보다 위험 대비 보상이 큰 선택지라고 할 수 있다. 이때는 VCLT(Vanguard Long-Term Corporate Bond Index Fund ETF)를 매수하면 된다.

    [김제림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5호 (2024년 6월) 기사입니다]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