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산증여’로 증여세 아끼는 법, 상속보다 10년 주기로 증여해야 절세 가능

    입력 : 2024.04.18 15:5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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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식을 둔 부모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내 자식에게 재산을 어떻게 물려줄 것인가다. 특히 날이 갈수록 물가가 오르며 내 자식에게 한 푼이라도 더 물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부모가 많다. 하지만 높은 증여세율을 무시하고 무턱대고 증여하면 거액의 세금을 토해내게 된다. 세금을 아끼기 위해서는 복잡한 세법을 피해 효율적인 전략을 세워야 한다. 자식에게 최대한 많은 재산을 물려주고 싶은 부모를 위한 ‘상속·증여세 절세 노하우’를 준비해봤다.

    우선 상속보다는 최대한 많이 증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증여세는 증여받는 수증자가 많을수록 낮은 세율이 반복 적용돼 세금이 줄어들 수 있지만 상속세는 상속인이 많아도 낮은 세율이 반복되지 않는다. 증여세는 증여받는 수증자 기준으로 세율을 계산하지만 상속세는 고인을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고인이 되기 전 최대한 많은 재산을 증여해두면 상속세를 아낄 수 있다.

    증여세를 절세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분산증여’다. 이때 기억할 것은 ‘10년’과 ‘증여자·수증자 분산’이다. 증여재산 공제액은 10년마다 재계산되고, 증여자가 다르거나 수증자가 다르면 절세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야 한다.

    우선 자녀에게는 10년 주기로 자산을 미리 증여해두면 좋다. 동일인에게 10년이 지난 후 추가로 증여하면 증여세 과세가액에 가산되지 않는다. 또 동일인이 아닌 자로부터 증여받으면 절세돼 동일인이 아닌 조부모와 부모가 각각 증여할 경우 합산 과세되지 않는다. 단 10년간 합산 공제액은 미성년자 2000만원, 성인 5000만원이라 이 금액을 넘으면 안된다.

    장년층이라면 상속까지 고려해야 한다. 상속세 계산 시 사전증여액이 과세되기 때문이다. 상속인의 경우 상속개시일 이전 10년, 비상속인은 5년 이전에 증여한 재산이 과세된다. 증여한 지 각각 10년과 5년이 지났다면 상속 재산에 합산하지 않는다. 상속인은 보통 배우자나 자녀가 1순위고, 손자·손녀나 사위·며느리 등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상속인이 아니다.

    자녀에게 증여할 때 10년 경과 여부에 따라 상속 재산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정해지기 때문에 가급적 부모가 젊었을 때부터 꾸준히 나눠서 증여하면 좋고, 최대한 많은 자녀에게 재산을 나눠줘야 세금을 아낄 수 있다. 손자나 손녀·사위·며느리가 생겼다면 이들의 합산 기준은 5년으로 상대적으로 짧아 이들에게 증여하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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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를 들어 35세 부부가 아이에게 세금을 내지 않고 증여하려 한다고 가정해보자. 미성년자 때인 1세, 11세 때는 공제 한도액인 2000만원을 해주면 된다. 성인이 된 후에는 공제 한도액이 5000만원으로 오르기 때문에 자녀가 21세, 31세, 41세, 51세 때 5000만원씩 증여해줄 수 있다. 마지막 증여는 상속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부부가 86세에 사망한다고 가정했을 시 10년 전인 76세에 마쳐야 한다. 만약 조부모가 증여해주고 싶다면 합산해서 5000만원을 해주거나 넘는 금액만큼 증여세액을 내면 된다.

    공제액 이상을 증여해주고 싶다면 면세점에 해당하는 금액을 증여하는 것이 좋다. 당해 증여 전 10년 이내에 동일인으로부터 증여받은 증여세 과세가액의 합계액이 1000만원 이상인 경우 그 과세가액을 당해 증여세 과세가액에 가산시킨다. 증여세는 구간별로 10~50%의 누진세율 구조로 돼 있어 10% 수준의 세율이 적용되는 1억원 이하의 금액을 10년 단위로 증여하면 증여세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자산을 증여할 수 있고 상속세 부담도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동일인에는 증여자가 직계존속인 경우 배우자를 포함하며 장인·장모, 생부와 이혼한 생모, 친부와 계모는 동일인으로 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조부가 2020년에 7000만원을 증여하고 조모가 2024년에 3000만원을 증여한 경우 2020년에 증여한 7000만원과 합산해 증여세를 신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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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부모가 사위·며느리나 손자·손녀에게 각각 증여하면 자녀한 명에게 증여하는 것보다 세금을 아낄 수 있다. 며느리와 손자는 상속인이 아니므로 증여 시 증여재산공제가 각각 적용되고 과세표준이 분산돼 증여세 부담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때 남편과 아내가 각각 며느리 혹은 사위에게 증여할 수 있어 자녀의 배우자에겐 총 2000만원을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3억8000만원을 아들이 단독으로 받는다고 했을 때 증여재산공제액 5000만원이 빠져 과세표준은 3억3000만원이다. 해당 금액은 5억원 이하로 세율은 20%가 된다. 하지만 아들에게 1억5000만원, 며느리에게 1억1000만원, 손자에게 1억2000만원을 증여하면 성인 자녀 5000만원, 비존속 1000만원, 미성년자 2000만원을 공제받아 과세표준이 1억원 이하가 돼 세율이 10%로 줄어든다.

    증여세를 납부할 때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수증자인 자녀가 증여세를 낼 여력이 안 되면 증여자인 부모가 대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추가로 고액의 증여세가 발생해 이를 피해야 한다. 대신 증여세와 취득세를 형제나 삼촌, 고모 등이 증여해서 대납해주면 합산 과세가 되지 않아 이 방법을 사용하면 좋다.

    수증자 나눌수록 세금 줄어들어

    또 부모에게 충분한 능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조부모가 손주의 교육비, 생활비 등을 대납한다면 증여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해야한다.

    자녀가 결혼을 앞두고 있다면 올해 개정된 ‘혼인증여재산공제’ 규정을 활용해봄 직하다. 자녀가 결혼 예정이거나 결혼을 했다면 부모님이 자녀에게 1억원 한도로 재산을 증여할 수 있게끔 법이 개정됐다. 기존에는 세율에 따라 1000만원의 증여세를 내야 했다면 이제는 그 세율이 면제되는 셈이다. 다만 직계존속이 혼인신고일 전후 2년 이내에 증여한 경우에만 공제가 된다.

    이 제도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존 증여재산을 합산하면 좋다. 부모가 자녀에게 증여 시 5000만원이 공제되는데 추가로 혼인신고 전후 2년에 1억원을 공제할 수 있고, 혼인신고를 하면 배우자 부모가 기타 친족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1000만원을 배우자 부모로부터 추가 증여 공제받을 수 있다. 양가 집안이 결혼을 하면서 최대한 많은 증여재산을 공제받으면 1인당 1억6000만원, 배우자까지 총 3억2000만원에 대한 금액을 세금으로 내지 않고도 증여받을 수 있는 셈이다.

    현금 외에 주식이나 부동산 증여 세금을 아끼고 싶다면 배우자에게 먼저 증여한 뒤 이를 현금화해 자녀에게 물려주면 된다. 배우자에게 10년 간 증여세 없이 줄 수 있는 증여재산 공제액은 6억원이다. 이를 활용해 주식을 배우자에게 6억원어치 증여하고, 배우자 명의로 주식을 매도하면 증여세와 주식 양도세를 아낄 수 있다. 해외주식도 마찬가지다.

    혼인증여재산공제 활용도 가능

    이때 주식 가격 기준은 증여받는 날과 전후 2개월의 종가 평균을 내서 증여재산가액을 정하게 된다. 주식시장이 안 좋아서 가격이 떨어졌을 때 이와 같이 증여를 하면 세금을 아낄 수 있다.

    다만 내년 1월 1일 이후부터는 주식양도소득이 금융투자소득에 포함돼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양도일로부터 소급해 1년 이내에 증여받은 주식은 최초 취득가액을 적용하여 양도세를 계산하기 때문에 양도세를 안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올해까지는 증여한 후 매도하는 게 유리한 전략이지만 내년부터는 1년 전에 증여한 주식은 이월과세가 적용되지 않아 주식을 증여하고 1년이 지난 후 매도해야 금융투자소득세를 절약할 수 있다.

    부동산 증여는 좀 더 복잡하다. 국세청은 가족 간 부동산 거래를 일반적 거래로 보지 않고 증여로 추정하기 때문에 시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양도한 사실이 확인돼야 정상 거래로 인정된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시가와 거래액의 차이가 3억원을 넘지 않거나 시가의 70%에 거래되면 증여세가 면제된다. 이때 증여세는 시가와 매매가의 차액에서 시가의 30%와 3억원 중 적은 금액을 제외한 금액에 대해서 매겨진다.

    예를 들어 부모가 자녀에게 12억원짜리 아파트를 9억원에 양도하는 경우 자녀는 부모로부터 3억원을 증여받은 것으로 본다. 거래금액과 시가의 차액인 3억원이 기준금액인 3억원(시가의 30%인 3억6000만원과 3억원 중 적은 금액)을 차감하면 0이기 때문에 증여세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만약 거래금액과 시가의 차액이 기준금액인 3억원보다 크다면 증여세가 부과된다.

    집을 물려주는 부모 입장에서는 부동산 양도에 따른 양도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 양도자가 내는 양도소득세는 정상가액 범위를 초과할 때의 초과분이 아닌 시가 전체를 기준으로 재계산하게 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양도자는 시가의 5% 또는 3억원 내의 금액에서 거래하는 경우에만 정상적 거래로 인정받을 수 있다. 시가의 95% 선에서만 자녀에게 양도를 하면 양도소득세를 재계산하지 않아도 괜찮다.

    12억원짜리 아파트를 자녀가 9억원에 매수하면 양도가액은 12억원과 9억원의 차이가 5% 이상이거나 3억원 이상일 때 12억원을 양도가액으로 봐 양도소득세를 재계산한다. 물려줄 재산마다 세법이 다르고 내용도 매우 복잡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고 미리 준비한다면 수천만~수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아낄 수 있다. 우리 아이를 위해 미리 증여 플랜을 짜보는 것은 어떨까.

    [박나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3호 (2024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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