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창희 행복100세자산관리연구회 대표 “저성장 시대 결핍 대비한 마음가짐 중요”

    입력 : 2023.10.06 13:47:40

  • 강창희 행복100세자산관리연구회 대표 (전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
    강창희 행복100세자산관리연구회 대표 (전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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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3년 한국증권거래소에 입사해 경력을 시작했고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 현대투자신탁운용과 굿모닝 투자신탁운용 대표를 역임했다. 2004년 미래에셋금융그룹 부회장 겸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을 맡아 은퇴 교육 전문가로 변신, 2014년 트러스톤 연금포럼 대표에 취임해 노후 설계 교육을 활발하게 진행해왔다.

    “금융투자업계에서 현역으로 일하며 50년을 채웠습니다. 행복100세자산관리연구회를 만들었는데, 앞으로도 노후 설계와 투자 교육을 계속해나가려 합니다.”

    ‘노후 설계 전도사’로 유명한 강창희 대표는 지난 8월 말 트러스톤 연금포럼 대표 자리를 내려놓으며 50년 금융인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지만, 여의도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행복 100세를 위한 강연과 집필 활동을 이어나간다.

    1947년생으로 올해 76세인 강 대표는 주말을 반납하고 전국을 누비며 연금의 중요성, 생애 설계와 은퇴 설계, 자산 관리 등의 주제로 교육 활동에 전념해왔다. 또 노후에도 일할 수 있는 ‘영원한 현역’이 되기 위해서 젊을 때부터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 대표는 “은퇴를 눈앞에 둔 중장년 세대뿐만 아니라 2030세대도 강연에 많이 찾아오고, 기업 신입직원 교육에도 불려 다니고 있다”며 “30대 청년이 지금 내 영상을 본 걸 행운으로 생각한다고 말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그는 “이제는 직함보다 어느 분야의 누구라는 브랜드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20~30대 때부터 끊임없이 변하는 환경에서 자신의 특기를 살릴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창직(創職)’까지 시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말에도 전국민 자산교육하는 76세 현역

    Q 금융계에서 일본통으로 유명하신데,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와 이에 따른 각종 문제들을 경험한 나라입니다. 일본과 한국의 차이점, 그리고 여기에서 배울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A 흔히 한국이 일본을 따라간다고 하는데, 속내를 들여다보면 차이가 꽤 있어요. 가계 자산을 보면 일본은 부동산 비중이 30%지만, 한국은 80%에 이릅니다. 또한 일본 은퇴자 대부분은 연금으로 생활비가 충당 가능한데, 한국은 20%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있어요. 일본에서 부동산은 그냥 살 집이지 노후 대비 자산으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한국인들은 노후를 대비한 금융자산 준비가 더 필요합니다.

    같은 점도 뚜렷한데, 일본도 한국도 남편이 일할 때는 부부가 사실상 분단된 세계에서 살아요. 그러다 보니 남편 퇴직 후 부부간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요. 일본에선 남편재택 스트레스증후군이란 말도 있어요. 중년 이후 황혼이혼도 많지요. 최근 한국도 사정은 비슷한데, 일본보다 노후이혼 비율은 더 높습니다. 따라서 부부 화목에 대한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주부들도 40대 후반이 되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기 일을 찾는 게 필요하고, 남편도 돈이 되든 안 되든 자기만의 일,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야 해요. 그리고 저녁에 만나야 가정이 화목합니다. 노후 대비는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부부간의 화목도 큰 변수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Q 당장 은퇴가 눈앞에 보이는 50대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A 인생에서 자산이 가장 많을 시기가 50대입니다. 한국에선 50대 가구당 순자산이 5억3400만원 정도 됩니다. 언뜻 생각하면 50대 후반에 5억원 정도 있으면 그럭저럭 살 수 있지 않나 하는데 문제는 부동산이 4억9500만원이나 된다는 점이에요. 집은 생활비로 쓸 수 없죠. 금융자산으로 살아야 하는데 금융 순자산은 3900만원에 불과해요. 그걸로는 살 수가 없습니다. 결국 집을 팔아야 하는데, 집값이 계속 유지된다는 보장도 없죠. 나이 60이 됐을 때 부동산과 금융 자산 비율이 절반 정도씩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야 하우스푸어가 안 돼요. 일본 도쿄도 외곽 신도시를 가보면 유령화된 곳이 많아요. 일본의 빈집은 849만 채에 이릅니다. 10년 후 25%가 빈집이 될 거라고 하는데, 한국도 마찬가지예요. 부동산 집중이 노후 불안요소가 안 되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방법이 없다면 주택연금, 농지연금 등 부동산을 현금자산으로 유동화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강 대표는 가계 자산의 구조조정을 강조한다. 50~60대의 부채비율이 너무 높다는 것. 그는 “일본의 경우 50대 이후 가계부채가 자산의 4%에 불과한데, 한국은 (부동산 때문에) 49%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빚을 은퇴 후에도 그대로 이어간다는 것이다.

    Q 결국 노후 대비 금융자산 마련에 신경을 더 써야 한다는 말씀이신데, 구체적인 방법이 궁금합니다.

    A 흔히 3층 연금을 얘기하잖아요. 먼저 국민연금이 있고 여기에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따로 준비해야 합니다.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도 게을리하면 안 됩니다. 현재의 직장, 직업이 계속 이어질 수도 없고 앞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바탕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준비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40대에는 건강관리가 중요하죠. 중대질병 관련 보험을 꼭 들어야 합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선 교육문제에 관심이 큰 만큼, 부부가 공통된 인식을 가지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게 갈등요소가 될 수도 있어요. 한국 사회 전체로는 사교육비를 줄이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Q 연금 준비의 중요성에 대해선 대부분 공감합니다. 하지만 개인연금을 가입하는 정도 외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뚜렷하지 않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A 통계를 보면 한국의 평균 퇴직연금은 4300만원 정도됩니다. 개인연금은 4500만원인데, 2개 더해야 1억원 미만에 불과합니다. 국민연금을 제외하더라도 노후 대비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국민연금은 당연히 가입하는거고, 문제는 직장인 퇴직연금입니다. 대부분 퇴직연금을 그냥 내버려두고 있어요. 미국의 경우 퇴직연금 수익률이 8% 정도이고, 일본도 4% 정도입니다. 미국 같은 경우는 퇴직연금 백만장자가 나옵니다. 미국 피델리티사의 통계를 보면, 자사 기준 2021년 말 기준 퇴직연금(개인형IRP 포함) 적립액이 100만달러 이상인 가입자가 75만 명입니다. 직장인들이 퇴직연금 시작과 동시에 최소 6~7% 정도의 수익을 내도록 해야 합니다. 일반 직장인이 입사부터 60세까지 연 5~6% 정도 수익률을 낸다고 가정하면 퇴직 시 6억원 정도를 확보할 수 있어요.

    Q 퇴직연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는 공감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가 중요한 포인트 같습니다.

    A 퇴직연금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해요. 투자에 관한 공부를 ‘오를 거냐, 내릴 거냐’ 예측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안됩니다. 주식 투자에는 2가지 리스크가 있어요. 첫째는 시장리스크인데, 갑자기 시장에 무슨 일이 발생할지 아무도 몰라요. 코로나가 대표적이죠. 하지만 내가 보유한 주식이 우량 주식 종목이라면 6개월 후가 될지 1년 후가 될지는 모르지만 언젠가 다시 회복합니다. 빚 얻지 말고 우량종목 골라서 장기 투자하라는 게 이래서 나오는 말입니다. 최근 유행하는 테마주를 봅시다. 소문에 쓸려 투자했다 강제로 장기 투자하는 경우가 생겨요. 분산투자가 답입니다. 우량 종목으로 다양하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평균수익률을 올려야 합니다. 다른 나라에 투자해서 지역으로 분산하는 것도 중요해요. 종목, 기간, 지역, 투자규모별 분산투자에 대한 공부를 계속해야 합니다.

    “체면 내려놓고 남이 하지 않는 일 찾아라”

    강 대표는 3개의 투자 주머니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하나는 당장 생활에 필요한 생계형 주머니. 생활자금인 만큼 예금 혹은 이와 유사한 저축상품에 투자해야 한다. 두 번째는 퇴직연금과 같은 장기 분산투자다. 강 대표는 이를 자산 형성 주머니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주머니는 있어도 되고 없어도 무방한 트레이딩 주머니다. 이는 전체 자산의 10~20% 내외로 잃어도 무방한 만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게 강 대표의 생각이다. 일종의 투기성 투자용 주머니인 셈이다.

    사진설명

    Q 최근 강연에서 고령화·저성장 시대 결핍에 대한 말씀을 많이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요.

    A 1990년대 초까지 고성장 시대였죠. 2000년 이후로 줄어들어 1% 성장 시대가 왔습니다. 고령화도 동시에 급속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통용됐던 상식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시대입니다. 일, 주택, 교육, 결혼, 노후에 관한 생각을 180도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해요. 당장 장례 시 화장하는 비율을 보세요. 매장이 당연시되던 분위기에서 순식간에 화장문화가 대세가 됐습니다. 초고령화시대를 대비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해요. 그중 하나가 절약입니다. 자동차, 교육비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당장 줄여야 해요. 결핍에 대응하는 방법은 경제적으로 혼자 설 수 있는 거예요. 여기에 일단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주어진 조건에 자신을 맞출 수 있어야 해요. 남들이 한다고 교육비를 왕창 쓰거나 하는 일은 금물입니다.

    Q 결핍의 시대, 돈 외에 어떤 점을 대비해야 할까요.

    A 노후 3대 불안은 돈, 건강, 외로움이에요. 이를 해소하는 최소한의 방법은 돈을 버는 일이든 사회활동이든 일이 있는 거죠. 옥스퍼드대 마틴스쿨의 연구에 따르면 2033년이 되면 현 직업의 절반이 사라진다고 해요. 늙은이들이 젊은 사람들 자리를 뺏을 수는 없죠. 결국 젊은 사람들이 하기 싫은 일을 찾거나 현재 직업을 연계해 새로운 일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최근 반려동물 장의사가 생겼는데, 과거에는 없던 분야예요. 이런 부분을 적극적으로 찾아내야 합니다.

    이런 게 힘들다면 체면 내려놓고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찾아나서야죠. 일본의 경우, 아파트 관리인 경쟁률이 평균 50 대 1입니다. 노인케어나 가사대행 서비스 등 노인 일자리를 만들고, 또 찾아나서야죠.

    실제 강 대표 스스로도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에게 직접 투자교육연구소 제안서를 보낸 일화가 유명하다. 그는 “제안서를 보내고 박 회장과 만났더니 바로 받아들이겠다고 결정하셨다”고 밝혔다. 2012년 말 미래에셋금융그룹 부회장 직책을 내려놓은 후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와의 만남도 또 다른 전환점이 됐다. 강 대표는 “연금포럼 같은 연구 활동 조직은 비영리 성격이기 때문에 회사 차원의 큰 결심과 지원 없이는 힘들다”며 “황대표의 결단과 제안으로 함께했던 것이 정말 큰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Q 일부 젊은이들 사이에 젊었을 때 돈을 모아 빨리 은퇴하는 ‘파이어족’이 유행입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A 인생관 문제인데, 잘됐다 잘못됐다고 일방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어요. 대신 이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해야 합니다. 파이어족은 1990년대 미국서 출발했는데, 원래 의미는 수입을 극도로 절약해서 자산을 형성하면 직장을 그만두고 나와 아껴 살며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취지였어요. 하지만 최근 한국에선 투기성 재테크와 연계하더군요. 한탕 크게 벌어서 화려하게 살자는 것인데, 현실에선 쉽지 않아요. 투기로 돈 버는 것은 물론이고 웬만큼 큰돈을 벌어도 남은 인생 내내 풍요롭게 산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바르게 이해하고 실천하는 게 중요하겠죠.

    [김병수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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