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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年의 로망 럭셔리 시니어타운
입력 : 2023.10.04 13: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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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은퇴 본격화로 수요 폭발
고령화 속도 비해 종류·규모 모두 미달1년여간의 대기 끝에 수도권의 한 시니어타운(실버타운)에 입소한 75세 김소영 씨(가명)의 하루는 이전과는 180도 변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지하층 스포츠타운에서 수영과 아쿠아로빅으로 시작해 호텔식 조식을 즐긴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아트 동호회 활동을 즐긴다. 40여 명이 함께하는 강좌의 강사는 익히 업계에서 알려진 유명 작가다. 서예, 등산, 한국사, 조각, 탁구 등 원한다면 매일 다른 동호회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점심으로 몸보신에 좋은 해신탕, 생선구이, 샐러드 등 유명 한정식집 부럽지 않은 식사를 즐긴 후에는 아름다운 조경의 야외 산책로에서 햇빛을 받으며 잠시 걷는다.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는 음악을 들으며 실내 워킹 트랙을 걷는다. 오후에는 2층에 자리한 병원에서 주치의를 만나 건강 상태를 점검한다. 그새 집은 하우스키퍼가 깨끗하게 치워준다. 로비에서 신문을 보거나 타운 내에 있는 은행 PB센터에서 상담받고,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오후 늦게 골프 연습과 게이트볼을 즐긴 후 돌아온 남편과 함께 저녁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산업화의 주역이었던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여생을 어디서 보낼지 고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수요가 늘어나며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와 호텔식 레지던스 서비스가 결합한 럭셔리 시니어타운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시니어타운은 노년층의 주체적이며 능동적인 노후생활을 위해 종합 부대시설을 갖춘 주거단지다. 단순히 ‘양로원’ 수준을 넘어 주거와 의료, 식사, 건강관리, 여가 및 문화 활동, 커뮤니티센터 등의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전까지 주로 도시와 떨어진 외곽에 자리했던 것과 달리 최근 도심형 시니어타운이 등장하며 입지와 시설, 서비스를 두루 갖추자 높은 보증금과 관리비에도 입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 자리한 고급화 시니어타운은 이미 만실인 경우가 대다수고 평균 6개월에서 2년 정도는 대기해야 입주가 가능하다.
시니어케어 시장 2030년 168조원시니어케어 시장이 확장하고 있다. 부동산뿐 아니라 의료, 요양, 주거, 여가, 모빌리티 등을 통칭하는 시니어케어 시장은 실버세대의 증가세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브릿지는 글로벌 시니어 시장이 오는 2029년 311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1600조원) 대비 7년 만에 2배가량 성장하는 셈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조사 결과 고령화가 심각한 국내 시장의 경우 오는 2030년까지 16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한국의 실버 산업은 요양병원, 요양원 등 사후적 치료 또는 요양 목적의 케어 사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향후 사전 돌봄이 가능한 고급화 시니어타운 시장이 보다 확장되고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시니어타운 시장은 확장일로에 있다.
김정근 강남대학교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노인을 위한 주거 종류와 규모는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라며 “한국은 압축적 인구 고령화로 인해 고령화를 천천히 경험한 다른 국가들보다 노인주거 종류와 규모 모두 부족해, 향후 시니어타운뿐만 아니라 다양한 노인주거 형태에 대한 시니어들의 욕구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