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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경고? 당원권 정지?…‘고집’ 꺾은 홍준표 운명은
입력 : 2023.07.22 18: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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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윤리위 오는 26일 洪 징계 심의
洪 직접 출석해 소명할지는 미정
“洪 행보에 따라 징계 수위 결정될 듯”홍준표 대구시장(왼쪽에서 두번째)은 20일 군위댐, 가창댐, 영천댐, 운문댐을 차례로 방문해 호우 대비 상황을 점검하고 직원들에게 피해 예방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사진 = 대구시 제공] 평소 우직한 성품으로 ‘독불장군’이라고 평가받던 홍준표 대구시장이 고집을 꺾고 ‘폭우 골프’로 물의를 빚은 데 사과했으나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징계 심의하기로 의결했다. 당초 윤리위가 징계 심의 개시 건을 직권 상정해 징계 절차에 돌입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였으나 실제로 징계 심의에 들어가자 홍 시장은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홍 시장의 징계 수위에 대한 다양한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윤리위의 심의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면담을 마친 후 이동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22일 여권에 따르면 당 윤리위가 본격적으로 홍 시장의 징계 심의에 나선다. 윤리위가 지난 18일 ‘홍 시장 수해시 골프논란 관련 징계절차 개시 여부의 건’을 직권개시의 건으로 상정한 이틀 뒤인 20일 회의를 거쳐 징계절차를 개시하기로 의결했다.
윤리위는 △15일 수해 중 골프 행위 관련 당 윤리규칙 제22조 제2항(사행행위·유흥·골프 등의 제한 위반 △17~18일 언론 인터뷰 및 페이스북 글 게시 관련 당 윤리규칙 제4조 제1항(품위유지) 위반 등을 이유로 징계절차 개시 및 후속 절차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윤리위는 오는 26일 오후 국민의힘 당사에서 회의를 열고 홍 시장의 징계 수위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윤리위는 홍 시장이 출석해 소명할 기회를 부여하고 이를 참작해 징계 심의할 것으로 보인다.
황정근 윤리위원장은 매경닷컴과의 통화에서 “대개 심의 며칠 전에 심의 대상자가 출석 여부를 통보한다. 홍 시장은 아직 출석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며 “출석하지 않더라도 서면을 통해서 또는 대리인을 통해서 소명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자신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하자 20일 밤 SNS에 ‘과하지욕’(跨下之辱)이란 고사성어로 심경을 드러냈다가 8시간여만에 삭제했다. ‘과하지욕’은 ‘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이라는 뜻으로, 중국 한나라 개국공신 한신이 큰 뜻을 이루기 위해 젊은 시절 불량배의 바짓가랑이 밑을 기어가며 치욕을 견딘 일에서 유래했다. [사진 =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캡처] 홍 시장은 본격적으로 윤리위가 징계 심의에 들어가자 다소 당황한 기색이다.
홍 시장은 윤리위의 징계 개시의 건 논의 전인 지난 19일 대구시청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수해로 상처 입은 국민과 당원동지 여러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전날까지 ‘잘못 없다’고 일관하던 태도와 상반되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그런데도 윤리위가 징계 절차를 밟겠다고 하자 홍 시장은 자신의 SNS에 ‘과하지욕(跨下之辱)’이라는 네 글자를 올렸다. ‘과하지욕’은 ‘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을 참는다’라는 뜻으로, 큰 뜻을 지닌 사람은 쓸데없는 일로 남들과 옥신각신 다투지 않음을 빗대는 말이다. 이는 홍 시장이 윤리위의 결과에 승복하진 않지만 일을 크게 키우지 않겠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홍 시장은 해당 게시물은 약 8시간 만에 삭제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면담을 마친 후 국회를 떠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윤리위의 징계 심의를 앞두고 홍 시장의 행보에 따라 징계 수위가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반성에 대한 진정성의 평가는 국민의 몫이겠지만, 윤리위원들도 ‘사과를 한 사람과 안 한 사람에 차별을 두겠다’고 언급한 것처럼 징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까 싶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기윤 윤리위원이) 수해 봉사 활동하거나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면 양형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기 때문에 홍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수해 상황에서 골프친 것에 국민적 분노가 일었는데, 홍 시장이 ‘잘못한 것 없다’고 대응했던 것은 판단 미스였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여론이 좋지 않자 바로 사과한 것은 잘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저자세로 가야 징계 수위도 낮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