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상륙한 파이브가이즈, 美보다 싸다더니…뉴욕주보다 8% 비쌌다

    입력 : 2023.06.27 16:39:13

  • [사진 = 픽사베이]
    [사진 = 픽사베이]

    최근 미국의 프리미엄 수제버거 브랜드가 잇달아 한국에 상륙하면서 고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 브랜드가 소비 양극화를 부추기는 것은 물론, 희소가치에 열광하는 소비자들을 타깃 삼아 과도한 고가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에 국내 1호점을 개점한 파이브가이즈는 마치 한국에서 특별히 더 저렴하게 파는 것처럼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파이브가이즈의 국내 운영사인 한화갤러리아 자회사 에프지코리아의 오민우 대표는 앞서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시장 상황을 고려해 미국 본토보다 약 13%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매일경제 취재 결과 파이브가이즈의 미국 매장은 주마다 판매가격이 달라 실제로는 한국에서 판매하는 메뉴 가격이 미국 본토에서보다 더 비싼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에 국내 1호점으로 문을 연 파이브가이즈 강남 앞에서 고객들이 줄 지어 매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에 국내 1호점으로 문을 연 파이브가이즈 강남 앞에서 고객들이 줄 지어 매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27일 미국 뉴욕주 킹스턴 현지에서의 가격과 한국에서의 매장의 가격을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파이브가이즈의 치즈버거 가격은 한국이 미국보다 약 8.4% 비쌌다. 이달 기준 킹스턴 매장에서의 치즈버거 가격은 9.65달러(약 1만2610원)로 부가가치세 8.875%를 기준으로 하면 10.51달러(약 1만3740원)다. 반면, 한국 매장에서는 같은 메뉴를 이보다 8.4% 비싼 1만4900원(부가세 포함)에 판매하고 있다. 프라이나 쉐이크 등 다른 메뉴 역시 일부 주에서는 한국에서의 가격이 미국보다 더 높았다.

    이와 관련해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국내 판매가격이 미국 본토보다 13% 저렴하다고 한 것은 미국 본사가 있는 버지니아주 매장의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산출한 것”이라고 뒤늦게 해명했다. 한화갤러리아에 따르면, 치즈버거는 현재 미국 버지니아주에서도 평균 12.73달러(약 1만6640원·부가세 포함)에 판매되고 있다.

    게다가 미국 본토 매장에서는 일반 소고기보다 품질이 좋은 미국산 ‘그라운드 척’ 소고기를 사용하지만, 한국 매장에서는 호주산 소고기를 사용하는 만큼 맛이나 품질 면에서도 미국 본토보다 떨어진다는 평이 잇따르고 있다. 프라이용 감자도 미국 본토에서는 미국산을 쓰고 한국에서는 국내산을 쓰는 만큼 본토 맛을 그대로 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꼼수 홍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에프지코리아 측은 밀크쉐이크 메뉴를 소개하면서 초콜릿 딸기 베이컨 등 8가지 믹스인(토핑)을 가짓수 제한 없이 ‘무료로’ 추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파이브가이즈 쉐이크’ 1잔(16oz·약 473㎖)의 가격은 8900원으로, 같은 미국 수제버거 브랜드인 쉐이크쉑의 ‘클래식 밀크쉐이크’(16oz·6500원)나 수퍼두퍼의 ‘밀크쉐이크’(15oz·6900원)와 비교해도 2000원 이상 비싸다. 사실상 토핑 가격이 쉐이크 가격에 포함돼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서울 성동구의 직장인 최 모씨는 “가짓수 제한이 없다고 해도 토핑을 다 섞어 먹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토핑 없이 먹는 사람만 돈이 아까워지는 꼴”이라고 말했다.

    사이드 메뉴인 감자튀김 역시 당일 수급한 생감자로 공들여 만든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가격대가 매우 높은 편이다. 레귤러 사이즈 프라이(8900원)와 쉐이크만 더해도 17800원으로 웬만한 버거 메뉴 1개 가격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특히 파이브가이즈에는 메뉴에 적용되는 세트 할인도 없다. 치즈버거와 프라이, 쉐이크를 함께 주문하면 총액은 3만2700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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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0월 bhc그룹이 국내 1호점을 오픈한 미국 서부의 유명 수제버거 브랜드 슈퍼두퍼는 오픈 반년 만인 지난 4월 수퍼두퍼의 버거 메뉴 가격을 2000원씩 인상해 논란이 됐다. 현재 ‘슈퍼 더블 버거’의 국내 판매가격은 1만5900원으로 미국에서는 치즈 없이 기본 10달러(약 1만3400원·부가세 별도)에 판매되고 있다. 부가세나 미국 본사에 지불해야 하는 로열티 등을 감안하더라도 가격 차이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고객이 치즈를 빼고 구매할 수도 없다.

    물론 미국 현지를 가야만 먹을 수 있었던 음식을 한국에서 즐길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는 이들 브랜드를 들여온 업체들이 소비자 편익을 상당 부분 높여줬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가격 정책 등 마케팅에 있어 희소가치 이상으로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이 같은 경쟁에 대기업들까지 뛰어들면서 국내 버거 시장의 가격 상한선을 점점 더 높이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일부 버거 프랜차이즈는 가격을 높여놓고 상시 할인 쿠폰을 발행하는 꼼수도 벌이고 있다. 버거킹은 젊은층 소비자 사이에서 ‘제 돈 내고 먹으면 바보’라는 말이 돌 정도로 쿠폰 할인을 상시 발급한다. 대표 버거인 와퍼 메뉴를 수시로 할인할 뿐 아니라 앱에 가입만 하면 일부 메뉴들을 17~33%까지 할인해준다. 업체 입장에선 수익성을 높이는 한편 충성 고객 이탈을 막을 수 있지만,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버거킹은 지난해 1월과 7월에 이어 지난 3월까지 1년 남짓 사이 3차례나 가격을 올렸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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