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오스의 자동차 제왕 "이젠 유통업 진출"

    입력 : 2023.06.18 16:5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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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오스 한상(韓商) 오세영 엘브이엠씨(LVMC)홀딩스 회장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유통업이다.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한 오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특정 계층이 아닌 국민 전체와 소통할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싶었다"며 "대중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사업을 찾던 중 선택한 것이 마트"라고 설명했다.

    엘브이엠씨는 '코라오'로 잘 알려진 라오스 기업이다. 2018년 오 회장은 회사명을 코라오에서 라오스·베트남·미얀마·캄보디아의 앞글자를 딴 엘브이엠씨로 바꿨다. 엘브이엠씨는 라오스를 거점으로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에서 자동차·금융·물류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엘브이엠씨의 뉴프로젝트는 콕콕마트(KOK KOK MART)다. '콕콕'은 노크 소리를 의미하는 라오스말로, 한국어로 치면 '똑똑'이다. 누구나 마트의 문을 쉽게 두드리며 이용할 수 있게끔 만들기 위해 '콕콕'이라는 이름으로 정했다고 한다.

    라오스의 이마트를 꿈꾸는 콕콕마트는 지난해 11월 수도 비엔티안에 1호점을 오픈했으며, 이달 2호점을 선보일 계획이다. 내년까지 라오스 전역에 20여 개 마트를 연다는 목표다. 콕콕마트는 한국인을 상대하는 한인 마트가 아니다. 라오스 소비자들을 겨냥한 대형마트다. 물론 한국산 식료품도 취급한다.

    오 회장은 "콕콕마트는 철저히 현지화된 유통 회사"라며 "콕콕마트와 더불어 라오스 전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유통하는 도매업체인 '딸랏라오'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 회장은 한국식 편의점 사업도 추진한다. 오는 7월 콕콕편의점 1호점이 비엔티안에 문을 연다. 목표는 내년까지 라오스 전역에 편의점 1500여 곳을 세우는 것이다.

    엘브이엠씨는 최근 라오스판 카톡인 '콕콕챗' 서비스도 시작했다. 콕콕챗에서는 채팅뿐 아니라 쇼핑과 금융거래가 가능하다.오 회장은 마트·편의점과 콕콕챗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유통매장은 온라인쇼핑의 배달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 회장은 "콕콕마트와 콕콕편의점을 온·오프라인 통합 비즈니스의 거점으로 키울 계획"이라며 "인도차이나은행도 운영하고 있는데, 콕콕챗을 통한 비대면 금융서비스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엘브이엠씨홀딩스 자회사 인도차이나은행은 라오스 민간 은행 중 1위다. 점포 수는 24개에 달한다.

    콕콕마트는 올해 인접 국가인 캄보디아 진출도 예정돼 있다. 베트남과 미얀마 진출도 준비 중이다.

    오 회장은 1997년 3000달러를 들고 라오스로 건너가 현재의 엘브이엠씨홀딩스를 일구었다. 첫 사업은 한국 중고차 판매였다. 당시 라오스에 한국 자동차는 다섯 대뿐이었다고 한다. 사업 초기엔 한국에서 중고 자동차와 부품을 수입해 라오스 공장에서 조립·판매했다. 애프터서비스(AS)에도 신경 썼다. 자동차 사업은 라오스에서 히트를 쳤다.

    엘브이엠씨 계열 대한모터스는 라오스에서 트럭을 생산하고 있으며, 현대차·기아, 중국 체리차 딜러 사업에까지 진출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라오스 승용차 점유율은 75%에 이른다. 1t 트럭은 90% 이상이 대한모터스 제품이다.

    대한모터스는 부품과 타이어도 판매하고 있으며, 전국 150곳의 AS망까지 갖췄다. 라오스 주요 거점 도시들에 신차에서부터 중고차, 오토바이, 부품, AS, 자동차금융 등 차에 관한 모든 서비스를 한 번에 제공받을 수 있는 코라오케어를 설치했다. 그가 라오스에서 '자동차의 신'으로 불리는 이유다.

    라오스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그는 베트남에도 진출했다. 베트남 대한모터스는 소형트럭 분야에서 2등을 달리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미니밴 모델(TERA-V)을 출시했다. 대한모터스는 베트남 전역에 50개가 넘는 딜러망을 보유하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현대차 딜러사를 운영하고 있다. 오 회장은 "2012년 라오스 정부가 중고차 수입 금지를 발표하면서 자체 생산을 결심했다"며 "내 좌우명은 '투자하는 국가와 사회의 변화를 미리 읽고 시장을 리드하자'로, 자동차도 미리 생산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엘브이엠씨는 라오스 재계 1위 회사로 '라오스의 삼성'으로 불린다. 자동차와 금융, 물류 등 엘브이엠씨의 지난해 매출은 2조원에 달한다. 엘브이엠씨가 라오스 정부에 내는 세금은 전체 세금의 약 20%를 차지한다.

    2010년에는 한상기업 중 최초로 한국 코스피에 상장했다. 오 회장은 현재 엘브이엠씨홀딩스 지분 28.64%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상장회사인 만큼 ESG경영(환경·책임·투명경영)에도 힘쓰고 있다.

    오 회장은 세계한상대회에 대한 애정이 크다. 그는 2002년 1회 대회 때부터 한상대회에 참가하고 있으며, 2016년에는 제15차 세계한상대회장을 맡았다. 당시 역대 최연소 한상대회장이었다. 오 회장은 15차 대회에서 청년 채용 프로그램인 '한상&청년, 고 투게더'를 키웠다. 이 프로그램에는 총 23개국 49개 한상기업이 참여해 인턴 110명을 채용했다. 오 회장은 이를 위해 대회 전부터 한상들을 만나며 그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오세영 회장

    △1963년생 △성균관대 섬유공학과 △1987년 코오롱상사 입사 △1990년 베트남 터보트레이딩 창업 △1997년 라오스 코라오디벨로핑 창업 △2008년 인도차이나은행 설립 △2016년 제15차 세계한상대회장 △2020년 재라오스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정승환 재계전문기자 / 사진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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