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환경 에너지 플랫폼으로 새롭게 변신"

    입력 : 2023.06.04 16: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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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합상사가 중계무역(트레이딩)만 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제 상사는 플랫폼 회사가 돼야 합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친환경 산업 가치사슬 전반을 아우르는 플랫폼 기업으로 변모해 나갈 것입니다."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이 최근 서울 남대문로 서울사무소에서 진행된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현시점에서 종합상사의 정체성을 플랫폼 기업으로 규정했다. 정 부회장은 1984년 (주)대우에 입사해 전 세계를 누볐던 상사맨이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트레이딩은 정보 비대칭이 존재할 때나 유효한 사업모델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예전에는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사이에 중계자가 필요했고, 상사는 구매자가 필요로 하는 파이낸싱(자금조달)까지 시중보다 저렴하게 알선해주며 중계 역할을 톡톡히 했다"며 "그런데 지금은 인터넷으로 정보 비대칭이 사라졌고, 우리나라의 중소·중견기업들도 자체적인 역량으로 해외 기관과 거래할 수 있게 됐으니 종합상사의 역할도 바뀌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정 부회장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구축한 전 세계 거점 74곳을 기반으로 친환경 사업을 확장해 나가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최근 박차를 가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가치사슬 구축 작업이 그 일환이다.

    정 부회장은 "올해 1월 포스코에너지와 합병하면서 LNG 생산에서부터 액화, 해상 운송, 터미널 보관, 발전소 공급까지 가치사슬 전체를 아우르게 됐다"며 "2025년까지 3조8000억원을 신규 가스전 개발, 전용선 확보 등 에너지 사업 전반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인도네시아 천연가스 해상광구 탐사·운영권을 확보한 상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가스전 탐사·개발·생산 역량을 갖춘 국내 유일 기업이다. 그는 "다음달 인도네시아 정부와 생산물 분배 계약을 체결하고 6년에 걸쳐 광구 탐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가스전 탐사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뚫는 것만큼이나 어렵지만, 미얀마 가스전 탐사·개발 성공 경험을 살려 에너지 영토를 계속 확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풍력발전 분야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는 "이미 전남 신안에 해상풍력단지 건설을 추진 중이며 동해권역도 추가 해상풍력단지 건설 후보지로 살펴보고 있다"며 "2030년까지 신규 해상 풍력으로 2GW 수준의 발전량에 도달할 수 있도록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중 공급망 갈등 속에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이차전지 관련 핵심 광물에 주목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음극재는 천연흑연이나 인조흑연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천연흑연 65%는 중국에서 채굴되고, 90%는 중국에서 제련된다"고 우려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으로 공급망 갈등이 길어질수록 중국산 흑연으로 음극재를 만들어내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정 부회장은 "중국 외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아프리카와 호주 등지에 위치한 흑연광산 투자를 검토 중"이라며 "계획대로라면 2030년부터 포스코퓨처엠에 연간 24만t의 인상흑연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으로 IRA를 우회할 길을 모색할 계획도 밝혔다. 폐배터리를 분쇄한 블랙파우더는 국적이 없기 때문에 블랙파우더에서 이차전지 양극재 원료인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을 추출하면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 수명은 통상 10년인데, 전기차가 본격 상용화된 지 10년에 이르고 있어 관련 사업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 부회장은 "IRA가 얼마나 오랫동안 적용될지는 모르지만 재활용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희귀 광물인 리튬, 니켈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포스코홀딩스, 포스코퓨처엠,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함께 폐배터리 가치사슬을 구축할 복안을 갖고 있다고 했다.

    정 부회장은 미래 이동수단으로 주목받는 하이퍼루프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고안한 하이퍼루프는 진공 상태 튜브 안에서 움직이는 이동수단으로 마찰력을 줄여 속도를 극대화하는 게 핵심이다.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서울에서 부산까지 15분에 주파할 수 있게 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포스코가 개발한 하이퍼루프용 특화 강재, 강관을 공급하며 유럽 하이퍼루프 시범단지(EHC)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유럽 하이퍼루프 프로젝트는 2030년께 상용화될 전망"이라며 "초기 하이퍼루프 산업 가치사슬에 직접 참여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올해 3월 포스코인터내셔널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주)대우 시절부터 철강 트레이딩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는데,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한 뒤 이 같은 경험을 살려 포스코에서 철강사업본부장 등을 지냈다. 이후 포스코에서 마케팅본부장(사장)을 맡았다가 포스코인터내셔널 대표로 복귀했다. 포스코그룹에서 외부 인사로 첫 부회장직에 올라 주목받기도 했다.



    정탁 부회장

    △1959년생 △한국외대 아랍어학과 △1984년 (주)대우 입사 △2010년 대우인터내셔널 금속본부장·열연본부장(상무) △2018년 포스코 철강사업본부장(부사장) △2022년 포스코 마케팅본부장(사장) △2023년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성승훈 기자 / 사진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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