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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구 좌석 안팔아요”…아시아나항공 문열림 사고에 다른 항공사는?
입력 : 2023.05.30 15:3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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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후 대구국제공항에 비상착륙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비상구 비상개폐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 국내선 항공기에서 비상문 개문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비상구 좌석을 놓고 항공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사고 항공기와 같은 기종의 비상구 좌석 판매를 전면 중단한 가운데 다른 항공사들도 정책 변경 여부를 놓고 내부 검토에 나섰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8일 0시부터 사고 기종인 A321-200 항공기 비상구 앞 좌석 판매를 중단했다. 판매 중단된 자리는 174석으로 운용되는 A321-200(11대)의 26A, 195석으로 운용되는 A321-200(3대)의 31A 좌석이다. 이번 판매 중단 조치는 항공편이 만석일 경우에도 적용된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해당 좌석은 다른 기종이나 좌석과 달리 앉은 상태에서 비상구 레버를 조작할 수 있어 비상시 승무원의 통제가 어렵다고 판단해 A321-200 일부 좌석에만 판매 중단 조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현행 항공법에 따르면 비상구 좌석은 비상사태 시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 승객의 대피를 돕는 자리다. 이 때문에 비상시 다른 승객들의 탈출을 도울 수 있는 신체 건강한 만 15세 이상 승객에게 배정해 왔다.
항공기 기종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일반석에서 비상구 좌석은 대략 8~12개 정도다. 비상구 좌석은 앞좌석이 없어 다른 자리보다 넓고 다리도 뻗을 수 있어 ‘레그룸 좌석’으로 불려왔다. 해당 좌석이 그동안 명당 자리로 꼽혀온 만큼 일부 항공사에서는 추가 요금을 받고 판매해 비판이 제기돼 왔다.
실제 제주항공은 일반석에서 좌석 간격이 넓은 맨 앞줄 앞좌석과 비상구좌석을 별도로 판매 중이다. 티웨이항공 역시 앞좌석과 비상구좌석은 노선과 비행거리에 따라 요금이 차등 부과됐다.
하지만 이번 사고 여파로 다른 항공사들도 비상구 앞자리 좌석 판매를 놓고 정책 검토에 나섰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로 같은 A321-200을 운용하는 저비용항공사(LCC) 에어서울은 지난 28일부터 비상구 앞자리의 사전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다른 LCC인 진에어와 에어프레미아 등도 판매 정책 변경이 필요할지를 두고 내부 검토 중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까진 아시아나항공과 그 계열사들만 비상구 앞자리 좌석 판매 중단을 못 박은 상태”라며 “다른 항공사들의 경우 당분간 국토부나 정부 지침 사항을 예의주시하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도 이번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내용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비상구 좌석 정책과 관련해 개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승객이 비상구를 못 열도록 향후 해당 구역에 승무원을 추가 배치하거나 혹은 아예 비상구 좌석을 비워 이번과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한 소비자는 “비상구 좌석은 비상시 승무원을 도와 승객들의 탈출을 돕는 자리인 만큼 만약 그 자리를 비워둘 경우 더 큰 위험으로 번질 수도 있어보인다”면서도 “반대로 이착륙시 승무원들이 비상구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는 새 메뉴얼이 나올 경우 가뜩이나 고공행진 중인 비행기 값이 더 오르지는 않을지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