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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일만에 다시 그랜드슬램 날린 LG 히어로 “시즌 끝 1위가 더 좋아”
입력 : 2023.05.24 05: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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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마무리 때 1위를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LG 트윈스 23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원정경기에서 김민성의 역전 그랜드슬램과 선발 임찬규의 호투에 힘입어 9-1로 승리,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LG의 문학 대첩을 이끈 주인공은 김민성이었다. 이날 9번 2루수로 선발 출전한 김민성은 1-1로 팽팽히 맞선 4회 초 경기를 뒤집는 역전 만루홈런을 때려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사진(인천)=김원익 기자 동시에 SSG를 상대로 ‘AGAIN 그랜드슬램’의 짜릿한 기억을 만들었다. 김민성은 지난해 9월 25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양 팀의 정규시즌 마지막 맞대결에서도 연장 10회 초 2사 주자 만루 상황에서 좌월 역전 만루홈런을 날려 팀 승리를 이끈 바 있다.
김민성은 240일만에 다시 한 번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만루홈런을 때려 팀 승리를 이끈 영웅이 됐다.
경기 종료 후 만난 김민성은 “치고 나선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은 했다. 상대 투수가 체인지업을 좋은 코스로 잘 던졌는데 타이밍이 나쁘지 않게 맞아서 다행히 넘어간 것 같다”며 홈런 상황을 설명했다.
4회 초 LG가 밀어내기 볼넷으로 1점을 따라붙어 1-1 동점을 만든 상황. 2사 만루 상황 타석에 들어선 김민성은 SSG 선발 오원석을 상대로 2S-0B의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렸지만 3구째 낮은 코스의 127km 체인지업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만루 홈런을 쏘아올렸다.
이어 김민성은 “1S 이후에는 조금 불리한 상황이었는데 몸쪽으로 슬라이더를 빠르게 던질지 아니면 체인지업을 갈 지를 조금 고민했었다”면서 “몸쪽 찌르는 구종은 포기하고 바깥쪽을 생각해서 욕심 없이 쳤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 상대가 너무 잘 던졌는데 운이 좋았다”면서 홈런 상황의 노림수를 전했다.
사진=천정환 기자 김민성의 시즌 2호 홈런. 동시에 올 시즌 7번째, 통산 1022번째, 개인 5번째로 나온 만루 홈런이었다. 공교로운 것은 김민성의 가장 최근 만루 홈런 역시 SSG를 상대로 기록한 것이었다는 점이다. 김민성은 지난해 9월 25일 양 팀의 정규시즌 마지막 맞대결에서도 연장 10회 초 2사 주자 만루 상황에서 좌월 역전 만루홈런을 날린 바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 시즌에도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SSG 상대로 나온 극적인 만루홈런의 주인공이 연속으로 같은 이였기에 LG 팬들이 느끼는 감회는 남다르다. 김민성 스스로는 SSG를 상대로 친 그랜드슬램이어서 더 특별한 감회가 있을까.
“그런 건 딱히 없다. 워낙 좋은 팀이고 지금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팀이다. 나중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조금 한국 시리즈에 가서나 충분히 만날 수 있는 팀이기에 우리 선수들이 좋은 결과를 내면 앞으로도 (PS에) 올라가서도 좋은 경기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특별한 의식은 하지 않았지만 SSG를 상대로 좋은 경기를 이어가다 보면, 맞붙을 확률이 높은 가을야구 혹은 한국시리즈에서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란 김민성의 생각이었다.
올 시즌 김민성은 2022년 92경기 157타석을 소화하는데 그쳤던 김민성은 올 시즌 벌써 40경기 132타석을 치렀다. 내야의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LG가 치른 42경기 가운데 단 2경기를 뺀 40경기에 나선 주전급 선수로 활약 중이다.
김민성은 “너무 행복하다. 선수는 어쨌든 그라운드에서 경기를 많이 뛰는 게 가장 기분 좋은 상황이고, 지금은 내가 개인적인 욕심을 낼 수 없는 팀을 위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캠프때부터 준비를 잘했고, 운이 좋게 지금 주전 자리를 맡고 있다. 하지만 시즌이 중반이나 후반이 넘어가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 상황에서도 거기에도 또 맞게 최선을 다해 준비하려고 항상 생각 중”이라고 했다.
올 시즌 김민성은 프로 데뷔 이후 낯설었던 2루수로 17경기(16선발)-유격수로 15경기(14선발)에 출전했다. 거기다 주 포지션인 3루수로 5경기(2선발) 나선 것은 물론, 1루수로도 5경기(1선발)에 출전하는 등 내야 전 포지션에서 경기를 치렀다. 그야말로 슈퍼유틸리티플레이어 활약 중이다.
최근 가장 많이 출전 중인 2루수는 이제 적응이 됐을까. 김민성은 “지금은 조금 적응이 된 것 같다. 처음에는 어려웠는데 이제 적응이 되니까 며칠전에 3루수로 나가니까 살짝 거기가 이상한 것 같더라”며 웃었다.
수비 훈련도 더 다양한 포지션에서 할 수 밖에 없다. 김민성은 “캠프 때부터 짧게라도 매일 꾸준하게 전 포지션 펑고 훈련을 조금씩 다 돌고 있는데 그게 잘 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지금까진 잘 되고 있는데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오늘 잘 마무리했지만 내일이 더 중요하고, 시즌 끝까지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사진=천정환 기자 김민성이 꾸준함을 계속 강조하는 건 이유가 있다. 김민성은 “체력적으로 초반에 조금 적응이 안 됐던 건 사실이었다. 왜냐면 계속 주전 라인업에 들어갔던 선수도 아니었고, 유격수 포지션에서도 힘들었던 게 사실”이라고 고백한 이후 “그런데 그 고비를 넘어가고 하다보니 이젠 매 경기 나가는 게 몸이 또 적응이 됐다. 그래서 지금은 다행히 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매 경기 타석에 들어서는 주전 선수가 되면서 타격 집중력도 더 늘었다. 김민성은 “아무래도 타석에서 여유도 있고, 투수랑 볼배합 싸움도 할 수 있다. 준비 과정에서 일단 여유가 있다 보니까 쫓기지 않고 타석에서 임하는 게 좋은 것 같다”고 했다.
23일 그랜드슬램을 친 이후 김민성은 동료 선수들과 격하게 축하를 한 이후 환하게 웃으며 맞아준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의 손을 강하게 하이파이브 하는 세리머니를 했다. 염경엽 감독은 손이 튕겨나갈 정도였지만 그래도 미소 띤 얼굴을 감추지 않고 웃는 얼굴로 축하를 전했다.
과거 히어로즈 시절부터 오랜 기간 이어진 김민성과 염 감독 간의 사제간의 끈끈한 정(?)을 느낄 수 있었던 장면이기도 했다.
김민성은 “그냥 너무 좋았다. 감독님이 또 반겨주셨고 손을 내밀길래 이끌려서 그냥 하이파이브를 세게 하고 싶었다. 나도 흥분된 나머지 너무 세게 하지 않았나 싶지만 다음에 홈런을 치면 또 할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과거의 기억도 떠올랐다. 김민성은 “예전부터 홈런 치고 들어오면 모든 선수들이 조금 격하게 반응했던 게 있는데 그 게 아직까지 좀 남아 있는 것 같다”면서 멋쩍어 하면서도 ‘평소에 못하면 혼나기 때문에 그렇게라도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며 그 속에 담긴 또 하나의 비밀을 살짝 귀띔하기도 했다.
올 공수주에서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팀이 LG이기도 하다. 최고의 야수진에 대해 김민성은 강한 믿음과 자부심을 내비쳤다.
“너무 좋다. 우리 팀이 나만 빼고 다 좋다. 팀 구성상 타격에만 오랫동안 매진하는 선수들만 있으면 힘든데, 선수들이 타격에만 모든 것을 신경쓰는 것이 아니라 수비 욕심도 많고 주루 욕심도 많고 그렇다. 그렇기에 팀 배팅 상황에 따라서 각자 개인에 맞게 할 수 있는 능력치가 너무 좋은 선수들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9번 타선에서 너무나 편하게 하고 있다.” 김민성은 거듭 LG 야수진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단독 1위를 직접 만들어냈지만 그 기쁨은 시즌 마지막에 누리고 싶다. 김민성은 “시즌 끝날 때 이걸 했는데 1등이면 ‘내가 만들어 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중요하지 않다”면서 “시즌 마무리 때 우리 LG 트윈스가 1등으로 마무리 하면 그게 더 좋을 것 같다”며 올 시즌 1위에 대한 강한 의욕을 드러내며 이날의 소감을 마쳤다.
[인천=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