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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한집배달' 라이더 비용 같은데 … 고객부담 3배
입력 : 2023.05.09 20: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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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한집배달(단건 배달)' 콜이 들어왔다. 조리를 마친 음식을 받아 고객에게 전달하는 데 0.9㎞를 이동해 22분이 걸렸다. 배달 거리 2구간(675m~1.9㎞)의 기본 배달료인 3500원이 지급됐다. 한 번에 한 건만 배달하느라 건당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음에도 배달 2건을 묶어서 전달했을 때(건당 3540원)보다 오히려 더 적은 배달료가 지급된 것이다. 한집배달 배달비로 배민은 고객·점주 합산 정액 6000원을 받는다. 이 중 절반가량만 라이더에게 주고 나머지는 남긴 것이다.
그동안 배민은 주문 중개부터 배달까지 배민이 책임지는 신속 배달 서비스 '배민1' 한집배달의 높은 배달비 원인을 라이더 인건비로 돌려왔다. 한 번에 한 건의 배달만 수행해야 하는 만큼 라이더를 섭외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묶음 배달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기자가 배민커넥트 앱과 자전거를 이용해 관악구 일대에서 일일 라이더로 뛰며 한집배달과 알뜰배달 총 7건을 직접 수행해본 결과 실질적인 배달 라이더 인건비는 기존 한집배달이나 새롭게 내놓은 알뜰배달이나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럼에도 소비자가 내는 한집배달 배달비는 알뜰배달과 비교해 많게는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배민은 앞선 2건의 알뜰배달 배달비로 고객과 점주에게 총 8700원(건당 평균 4350원)을 받았다. 두 식당의 점주는 배달비로 각각 3200원(관악구 기준 정액)을 냈고, A고객은 700원, B고객은 1600원을 지불했다. 한집배달을 이용하면서 배달비로 3000원을 지불한 C고객은 A고객보다는 2300원, B고객보다는 1400원을 더 낸 셈이다. 만약 한집배달의 점주·고객 합산 배달비 6000원 중 점주 부담 비중이 3000원보다 더 적은 식당이라면 고객 입장에서 배달비 차이는 훨씬 더 커진다.
물론 배달 소요 시간은 한집배달이 절반 정도로 빠르기 때문에 이런 효용 가치를 생각하면 더 많은 배달비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하다. 라이더 지급 배달료 외에도 라이더 실시간 위치 추적 등 배달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고객과 점주에게 받는 배달비는 수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배달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배달비 명목으로 고객과 점주에게 받은 한집배달 배달비 6000원에서 배민이 무려 절반을 떼가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배민의 이 같은 행태가 결국 배달비를 비싸게 만든 셈이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집배달의 거리 할증료는 고객이 따로 지불한다. 점주 역시 배달비 외에 주문금액의 일정 비율(기본요금제 기준 주문금액의 6.8%)을 주문 중개수수료로 낸다.
알뜰배달이라고 해서 사정이 완전히 다르지는 않다. 고객의 배달비 부담은 크게 낮췄지만, 점주 입장에서는 배달비 부담이 작지 않다. 지역별로 주문건당 2500~3300원을 배달비 정액으로 내기 때문이다. 관악구는 3200원, 인천 연수구는 2600원 등이다. 한집배달과 마찬가지로 알뜰배달에서도 배민은 받은 배달비 중 일부만 라이더에게 지급하고 일정 금액을 남기고 있다.
지난달 우아한형제들이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회사는 배민을 통해 지난해 매출 2조9471억원(연결 기준), 영업이익 4241억원 등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매출은 2021년 처음 2조원을 돌파한 지 1년 만에 47% 성장했고, 영업손실 757억원도 4000억원대 영업이익으로 단숨에 돌아섰다. 영업이익률은 14.4%에 달한다. 이 같은 역대급 영업이익 달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배민1 서비스의 할인 중단과 라이더 인센티브 비용 절감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에 따라 지금과 같은 고물가 상황에서는 배민과 같은 배달 플랫폼사도 배달비를 낮추는 등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만약 실질적인 배달비용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배달비로 떼가는 것이라면 배달비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송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