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더 글로리’ 안소요 “경란 만난 건 운명, 송혜교 동은 그 자체였죠”

    입력 : 2023.03.31 07:00:00

  • 안소요가 ‘더 글로리’에서 경란 역을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사진|유용석 기자
    안소요가 ‘더 글로리’에서 경란 역을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사진|유용석 기자

    배우 안소요(36)는 이 세상의 경란이들을 생각하며 진심을 담아 연기했고, 누군가에게 그 진심과 응원이 닿길 바랐다.

    안소요는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 연출 안길호)에서 또 다른 학교 폭력 피해자 김경란을 연기했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파트1에 이어 지난 10일 공개된 파트2 모두 ‘넷플릭스 톱10’에서 비영어권 TV 부문 전세계 1위를 차지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안소요는 “경란이를 만난 건 운명이고, 제게 경란이의 얼굴을 발견해줘서 영광”이라며 “하루하루 감사한 마음을 느끼고 있다 . ‘더 글로리’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고, 제 손을 잡아서 많은 사람 앞에 절 알려준 작품이라 소중한 작품”이라며 애정을 표현했다.

    2번의 오디션을 거쳐 합류했다는 그는 “처음엔 사라 혜정 대본을 읽었는데, 어려 보여서 이미지 맞지 않는다고 하셨다. 다시 불러서 화려하게 꾸미고 갔는데 동은이가 공장에서 만난 동생 대사를 줬는데, 이번엔 나이가 많아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3번째 오디션에서 경란이를 소개해주면서 같이 하자는 말씀을 주셨다. 사실 첫 대본 리딩 때도 보건 교사 역을 했었다. 경란이를 많이 고민하셨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감독님과 만나서 처음 경란이 이야기를 듣고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뒷이야기까지 다해주셨는데 슬프기도 했어요. 그렇게 제 마음에 경란이가 들어왔어요. 혼자서 방에서 우는 신도 대본을 봤을 때 너무 마음 아팠어요. 경란이의 속마음이 잘 드러나는 신이기도 하고, 변화의 기점이기도 해서 기억에 남아요. ‘더 글로리’를 하게 돼서 기쁘기도 했지만, 경란이가 너무 가슴 아파서 이 역할을 잘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안소요가 ‘더 글로리’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송혜교 임지연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사진|유용석 기자
    안소요가 ‘더 글로리’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송혜교 임지연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사진|유용석 기자

    안소요는 학교 폭력 피해자이면서도 오랜 기간 가해자 박연진(임지연) 무리 곁을 떠나지 못하는 경란의 복잡 미묘한 감정을 잘 표현하기 위해 고민했다.

    그는 “내가 가진 경험이나 생각의 틀에서 경란이를 판단하려고 하지 않았다. 감독님이 어느 편인지 헷갈리면서도 뭔가를 할 것 같은 느낌을 원해서 경란이의 인생과 지난 시간을 많이 생각했다. 동은이는 연진이의 말을 듣지 않고 괴롭힘을 당한다. 경란이는 똑같은 행동을 당했을 때 동은이처럼 거부하지 못했을 거다. 이후엔 거부도 하고 도망가려고도 했지만 실패했을 거고, 그 실패의 날들이 쌓여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을 거라 생각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어 “‘더 글로리’를 보면서 마음이 아파서 울었다. 동은이와 현남의 장면에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다행인 건 경란이가 동은이를 다시 만나고 알을 깨고 나와서 자기감정을 직면하고 사과하지 않나. 그 말을 한 게 다행이다 싶었다. 경란이가 다음 스텝을 밟고 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더 글로리’ 속 경란의 모습. 사진|넷플릭스
    ‘더 글로리’ 속 경란의 모습. 사진|넷플릭스

    안소요는 동은 역의 송혜교와 연진 역의 임지연 덕에 경란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대 선배님이기도 하고 동은이와 경란이만큼의 거리감이 있어서 처음엔 조심스러웠다. 그런데 촬영 들어갔는데 선배님의 눈빛과 에너지만으로도 가슴이 울컥했다. 동은 그 자체여서, 저절로 경란에 몰입이 됐다. 선배님의 연기 덕을 보고 따라서 갔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연진 역의 임지연에 대해서도 “평소에 털털하고 쾌활한데, 촬영 들어가니까 바로 연진이 되더라. 소리 지르는 모습에 압도돼서 저절로 경란으로 행동하게 됐다”고 귀띔했다.

    “저는 경란이가 실제로 있다가 믿고, 나랑 같이한다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경란아, 나 좀 도와줘. 미안해. 사랑해’라고 말을 걸면서 임했죠. 그런 분들에게 진심으로 위로가 됐으면 좋겠어요. 많은 분이 결말 이후 경란의 삶을 좋은 쪽으로 상상해줘서 마음이 따뜻해지더라고요. 지금 당장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삶이 순탄해지는 것은 아니더라도 경란이가 결국엔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걸 찾아 나갔을 거라고 저도 생각해요.”

    안소요가 이름처럼 자유롭게 거닐며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유용석 기자
    안소요가 이름처럼 자유롭게 거닐며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유용석 기자

    2015년 영화 ‘인 허 플레이스’로 데뷔한 안소요는 자연스럽게 배우의 꿈을 꾸게 됐다고 했다. 드라마 영화 ‘더 데이’ ‘축복의 집’,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훈이 어머니 등을 맡아 꾸준히 연기 활동을 이어온 그는 어느새 8년차 배우가 됐다.

    그는 “수줍음 많은, 조용한 학생이었다. 그런데 멍석을 깔아주면 사람 웃기는 걸 좋아했다. 발표할 일이 있어 사람들 앞에 나가면 좌중을 휘어잡았다”고 너스레를 떤 뒤 “스무 살부터 지금까지 작은 독립영화부터 해서 꾸준히 연기해왔다. 1년 넘게 쉰 적도 있고 다른 일을 찾으려고도 해봤는데, 그때마다 내 손을 잡아 준 작품들이 있었다. 그래서 모든 작품이 소중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천직인지는 모르겠다. 문득 내가 자질이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힘들 때도 많지만, 이걸 하지 않을 때는 너무 하고 싶어서 몸이 단다. 연기할 때 충만해지는 느낌”이라며 연기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어떻게 보면 제자리걸음을 한다고 느낄 때도 있었는데, 그래도 달팽이처럼 걸어왔던 것 같아요. 어릴 때 책을 읽다가 소요라는 단어가 너무 마음에 와닿아서 제 인생 모토가 됐고, 활동명으로 했어요. 마음 내키는 대로 자유롭게 거닐다는 뜻인데, 그런 마음으로 어떤 편견에 얽매이지 않고 작은 꽃도 살피는 사람을 살고 싶어요. 그렇게 걷고 나아가며 성장하고 싶습니다. 많은 분이 경란이를 응원해준 만큼,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웃음)”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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