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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접전 ‘한남2구역 재개발 수주전’ 아파트 설계 수준 한 단계 끌어올렸네
입력 : 2022.12.12 10:5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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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2구역 재개발을 놓고 벌인 대우건설과 롯데건설 간 치열한 수주전이 대우건설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서울 재개발 사업 최대어로 꼽히는 ‘한남2구역’ 재개발 부지에 대우건설 ‘한남써밋’이 들어선다. 한남2구역은 서울시 용산구 보광동 272-3 일대 11만여㎡의 부지에 아파트 1537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지난 11월 5일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열린 한남2구역 시공사 선정 임시총회에서 대우건설은 롯데건설을 제치고 시공권을 따냈다. 이번 대우건설과 롯데건설 간 경쟁이 주목받은 것은 두 건설사 모두 화려한 설계와 실용적인 커뮤니티에 총력을 쏟으며 향후 아파트 시장 앞날의 시나리오를 제시했기 때문이었다. ‘아파트 설계가 이렇게까지 진화할 수 있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뜻이다.
대우건설은 한남2구역 단지를 혁신적으로 바꾸겠다는 취지를 내세운 ‘118프로젝트’를 제시했다. ‘118프로젝트’는 기존의 조합 원안설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한남2구역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근거로 최고 층수 14층인 원안설계 대비 7개 층을 더 올려 최고 21층의 설계를 도입한다는 게 기본 골자다.
여기에 6개의 주동을 연결하는 360m 스카이브리지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이름은 ‘인피니티 스카이브리지’로 명명했다. 물결을 형상화해 한강·남산·용산공원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야외 수영장 ‘인피니티 풀’은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했다. 수영장에 몸을 담그면 한강과 일직선으로 연결된 것 같은 감상을 연출할 수 있을 전망이다.
스카이브리지에는 스카이 펍과 프라이빗 스파, 부티크 파티룸 등 다채로운 커뮤니티 공간이 지상 118m 높이에 배치된다. 스카이 클럽하우스와 스카이 시네마(영화관), 스카이 북카페, 게스트하우스 등 고급 커뮤니티 시설도 들어간다.
한남뉴타운 2구역 일대. 아파트에 인피니티 풀저층부 ‘그랜드 포레 커뮤니티’에는 단지 내 산림욕장인 보태니컬 가든 카페와 키즈·노블·커뮤니티 라운지가 자리 잡을 예정이다. ‘클라우드 어반 커뮤니티’에서는 플라워 아트, 키즈 크로마토그래피 등 관련 전문가를 초빙한 원데이 클래스가 제공된다.
‘한남써밋’ 커뮤니티에는 실내 멀티 코트, 클라이밍장, 가상현실(VR) 게임룸과 골프존의 최신식 GDR(Golf Driving Range) 연습장이 들어갈 예정이다. 입주민들은 피트니스센터에서 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이탈리아 ‘테크노짐’의 피트니스 기구와 헬스 컨설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피트니스센터가 있는 ‘인피니티 파크 커뮤니티’에는 축구장 1.5배 크기의 단지 중앙광장을 배치하기로 했다.
대우건설은 ‘한남써밋’에 혁신적인 지하주차장을 설계하기로 했다. 우선 100% 순환형 동선으로 설계된 지하주차장에는 ‘문콕’ 걱정 없는 확장형 주차 라인을 적용할 예정이다. 택배 보관함과 가구 창고를 전 가구에 배치하고 1018대에 달하는 전기차 충전시설을 넣기로 했다. 셀프 정비소와 건식 세차 시스템, 드라이브 인 서비스 라운지, 통학 버스가 들어가는 별도 공간도 마련한다.
대우건설은 7단으로 분절되어 있던 지형을 평탄화해 이를 3단으로 통합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3600평 규모의 대규모 중앙광장이 들어간다. 전용면적 84㎡ 이상의 세대당 1대의 프라이빗 엘리베이터를 제공하는 파격적인 설계도 도입한다. 이 설계대로 아파트가 완공되면 한남써밋은 국내 최초 기록을 여러 개 갈아치우게 된다. 360m 스카이브리지는 국내 최장 기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개발로 지은 아파트에서 세대 전용 엘리베이터가 도입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 될 공산이 크다.
대우건설의 ‘인피니티 스카이브리지’. 이에 맞선 롯데의 반격도 사실 만만치 않았다. 대우건설이 앞서 예로든 파격적인 설계를 내세운 것은 경쟁사인 롯데건설 역시 전례 없는 프리미엄 설계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판돈을 올리듯 ‘프리미엄 경쟁’을 했다는 얘기다.
롯데건설은 한남2구역 재개발사업에 제안한 ‘르엘 팔라티노’ 메인 상업시설 4블록 이름을 ‘한남 피크(HANNAM PEAK)’로 정하며 이 공간을 명품 상업시설로 만들겠다는 복안을 내세웠다. 롯데월드타워 등 복합시설 개발과 상업시설 환경설계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과 컨설팅 실적을 갖춘 DnSP와 샤넬, 루이뷔통, 메르세데스벤츠, 빅토리아시크릿 등 글로벌 프로젝트를 통해 랜드마크 상업시설을 완성해온 해외 설계사 프런트(Front)와 협업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상업시설에 세계적 공간설계 트렌드를 적용해 각각의 테마형 건물들이 서로 이어져 외부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분동형 설계로 상가의 가치를 극대화할 예정이었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빌리지형 타운 스케이프를 구현하고, 오프라인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체험형 시설을 조성하는 등 세계적인 트렌드를 담은 쇼핑 명소로 계획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롯데건설은 상가전용 블록에 루프톱을 운영해 상가 가치를 증대시키는 특화 설계와 2년간 상가를 직접 운영하며 활성화한 후 매각해 가치를 높이는 방안도 제안했다.
아울러 86개에 이르는 롯데그룹 계열사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롯데시네마, 롯데백화점 프리미엄 식품관, 메가와인 큐레이션숍 보틀벙커 입점을 제안했다. 롯데문화재단과 협업해 단지 내에 이이남, 하우메 플렌자, 다니엘 아샴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예술작품을 설치하겠다는 복안도 함께 내세웠다. 롯데건설이 한남2구역을 단순한 공간이 아닌 문화가 함께하는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세심하게 공들였다는 얘기다.
롯데건설이 한남2구역 수주전에서 승리를 쟁취하지 못해 이 같은 설계가 당장 현실에서 구현되지는 못하게 됐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시도가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다음에 나올 재개발 수주전에서 이와 비슷한 공약을 들고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 역량을 총동원한 롯데건설 수주 공약은 적잖은 화제를 모았다”며 “앞으로 다른 회사에서도 비슷한 전략을 내걸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치열했던 한남2구역 수주전이 대한민국이 아파트를 바라보는 상상의 외연을 크게 넓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남3구역 단지 내 대형 학원가현대건설이 짓는 한남3구역 수주전 당시에는 아파트에 대형 학원가를 넣는 혁신적인 제안도 나왔다. 당시 현대건설은 교육특화시설을 조성해 메가스터디, 종로엠스쿨을 비롯해 대치미래학원, 개념상상학원, 대치나인에듀학원 등 대치동 ‘톱 학원’들을 유치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학원에 소속된 ‘일타강사’를 섭외하기 위해 이들 학원과 업무제휴도 맺은 것이다. 강남을 넘어서는 한남3구역의 한강 조망권을 살리면서 약점인 학군 프리미엄을 집중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이 같은 제안을 한 것이다.
이미 지어진 단지 중에서는 엠디엠이 경기도 광교신도시에 지은 ‘광교 더샵 레이크시티 오피스텔’이 진부한 상상력을 돌파한 혁신 주거단지로 손꼽힌다. 은퇴한 부부가 세끼를 다 해결할 수 있고 단지 내에 호텔 같은 클럽하우스를 지어 수영도 골프도 하고 사우나에 헬스까지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단지를 현실에 만들었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에 위치한 이 단지는 지하 4층~지상 49층 4개동으로 이뤄진 매머드급 단지다. 총 1805실 규모로 원룸형 공간부터 아파트를 대체하는 3룸 평면까지 다양한 평면을 갖추고 있다. 이 단지에는 초대형 커뮤니티 시설에 수영장, 실내체육관, 쿠킹클래스룸, 스크린 골프장 등 최신식 시설이 골고루 들어있다. 특히 4개 레인과 유아풀, 자쿠지를 갖춘 특급 호텔급 수영장 시설은 입주민들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롯데건설의 한남 피크 조감도. 단지 커뮤니티 시설은 스포츠존, 패밀리존, 취미존, 그리고 서비스존으로 구분된다. 스포츠존에는 실내 수영장과 실내 체육관, 피트니스센터와 스크린 야구장이 있다. 실내 골프연습장과 탁구장, 당구장, 사우나 시설이 있는 스파가 들어있어 웬만한 실내 스포츠 종합시설을 능가한다.
패밀리존은 독서실과 게스트하우스로 구성되어 있다. 독서실의 경우 평일 아침 7시부터 익일 오전 1시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귀한 손님을 대접할 수 있는 쾌적한 공간으로 설계한 게스트하우스는 오후 3시에 문을 열어 다음날 오전 11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친구들을 게스트하우스로 초대해 홈파티를 하며 손님이 편안하게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구조다. 취미존에는 입주민이 함께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들어갔다.
서비스존에는 아침·점심·저녁이 제공돼 주부들이 식사준비와 설거지로부터 해방된다. 저녁에는 집에 있는 와인을 가져와 마시며 하루를 정리할 수 있는 공간인 블루코스트가 열린다. 코인세탁실에는 대형 세탁기와 건조기가 비치되어 있어 주부들 골칫거리인 이불 빨래를 편하게 할 수 있다.
한편 한남2구역 시공권을 놓고 벌어졌던 치열한 경쟁이 마무리되면서 오는 2027~2028년 입주를 앞둔 ‘한남써밋’ 청약을 노리는 예비분양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한남2구역 일반분양은 391가구로 많지 않다. 하지만 한남 재개발 5개 구역 중 유일하게 초등학교를 끼고 있고,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이 가까운 알짜 입지로 꼽힌다.
가장 큰 관심은 청약 시점이 언제로 정해지는지다. 대우건설이 후분양 또는 준공 후 분양 조건을 내걸고 있어 현재는 입주 시점에 가서야 본격적인 분양 일정이 잡힐 것으로 예측된다. 조합 입장에서는 입주 때까지 공시지가가 상승하기를 기다려 분양가를 기존 대비 높여받을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남써밋 전경. 대우건설이 이주비 법정한도인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 외에 추가로 110%를 지원해 감정평가액 대비 150%의 이주비를 조달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감정액이 적은 조합원도 이주에 문제가 없도록 최저 10억원의 이주비를 보장한다는 계획이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이렇게 확보한 이주비로 전셋집을 구해 입주 때까지 넉넉히 버틸 여력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몇 년간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보여 조합 입장에선 분양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며 “분양을 미뤄놓고 시장을 지켜보는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완공된 한남써밋이 주변 아파트 시세를 얼마나 끌어올릴지도 관심 포인트다. 대우건설은 아파트 6개의 주동을 연결하는 360m 스카이브리지를 제안해 한남써밋을 한강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명품단지로 만들겠다는 복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한남써밋 시세가 강 건너 반포 신축 아파트와 엇비슷한 수준으로 올라갈 경우 용산은 강남과 함께 명실상부 서울 부촌 ‘투톱’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홍장원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7호 (2022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