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돔페리뇽에 맞장” 진격의 K샴페인, 1병에 180만원 최고급 시장에 도전장

    입력 : 2022.12.08 16:42:35

  • “돔페리뇽 나와라~ 한판 붙자.”

    프랑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샴페인 시장에 국내 브랜드를 달고 처음 나온 샴페인이 있다. 트와이스, 전현무, 허경환, 윤다훈 등 다수의 인기 연예인들이 방송에 들고 나오면서 일명 ‘연예인 와인’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국내 샴페인 브랜드 ‘골든블랑’이다. 지난해 출시하자마자 10만원 안팎 샴페인 시장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골든블랑이 내년에는 최고 180만원짜리 초고급 샴페인을 내놓는다. 돔페리뇽, 아르망디 등 프랑스 샴페인 브랜드와 비슷한 가격대로 최고급 샴페인 시장에서도 골든블랑의 도전이 통할지 주목된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드링크인터내셔널의 자회사 인터리커는 내년 상반기 ‘골든블랑 6스타’, ‘골든블랑 7스타’ 등 최고급 샴페인 2종을 신규 출시할 계획이다. 골든블랑 6스타는 4000병 한정, 골든블랑 7스타는 1000병 한정 수량으로 각각 판매될 예정이다. 가격은 6스타는 소매가 기준 약 40만원, 7스타는 약 18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프랑스 최고급 샴페인으로 손꼽히는 돔페리뇽, 아르망디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위스키와 마찬가지로 샴페인도 통상 숙성기간이 오래될수록 가격이 높아진다. 앞서 인터리커가 지난해 6월 처음 선보인 골든블랑 5스타 샴페인은 소매가격이 12만~15만원 수준이다. 골든블랑 5스타는 숙성기간이 3~4년 정도인 반면, 6스타와 7스타는 숙성기간이 6년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80만원짜리 골든블랑 7스타의 경우 3.75g(한 돈) 분량의 순금으로 만들어진 액세서리가 병 외부에 적용될 예정이다.

    사진설명
    늘어나는 MZ ‘혼술족’ 타깃

    마개를 열 때 ‘펑’ 소리가 날 정도로 탄산이 많은 게 특징인 샴페인은 본래 스파클링와인의 일종이다. 스파클링와인 가운데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재배된 포도만 사용하고 숙성이 15개월 이상 된 와인을 샴페인이라고 부른다. 샹파뉴 이외 프랑스 지역에서 재배된 포도를 사용하고 최소 12개월 이상 숙성하면 샴페인보다 한 단계 낮은 등급의 ‘크레망’이 된다. 숙성기간과 상관없이 프랑스에서 재배된 포도를 사용하면 프렌치 스파클링와인이라고 불린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골든블랑 4스타가 크레망에, 골든블랑 3스타가 프렌치 스파클링와인에 속한다.

    골든블랑은 국내 위스키업계의 대부로 꼽히는 김일주 드링크인터내셔널 회장이 지난해 젊은 층 소비자를 겨냥해 내놓은 국내 첫 샴페인 브랜드다. 브랜드명 골든블랑은 ‘가장 크고 아름답게 빛나는 별’을 뜻한다. 골든은 금색 병을 나타내고, 블랑은 프랑스어로 흰색을 뜻하는데 스파클링와인의 색깔을 상징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216년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 샹파뉴 지역의 볼레로 가문이 생산하는 샴페인을 들여와, 패키징과 액세서리 제작 등은 국내에서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볼레로 가문은 축구장 60개 크기의 총 100개의 포도밭을 소유했고, 6대째 가족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골든블랑은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집에서 혼자 술을 즐기는 ‘혼술족’을 타깃으로 만들어졌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의 경우 도수가 낮고 달콤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스파클링와인을 혼술용으로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스파클링와인 시장은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 국제와인주류협회(IWSR)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스파클링와인 연간 판매량은 약 853만 병이고, 이 가운데 샴페인이 91만 병이다. 전년 대비 스파클링와인은 50%, 샴페인은 46%나 판매가 늘어난 것이다. 골든블랑의 올해 누적 판매량은 스파클링와인 약 7만 병, 샴페인 1만8000병으로 샴페인 기준 시장점유율 약 2%다. 샴페인 브랜드 가운데 판매 상위 10위 안에 들어간다. 드링크인터내셔널 관계자는 “국내 판매 상위 10개 샴페인 가운데 국내 브랜드 샴페인으로는 골든블랑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김일주 드링크인터내셔널 회장
    김일주 드링크인터내셔널 회장

    골든블랑 샴페인은 병 라벨에 그려진 흰색의 백마(페가수스) 모양이 마시기에 좋은 최적 온도로 시원해지면 핑크색으로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세련된 병과 산뜻한 맛 덕분에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관심도가 높다. 특히 서울 강남권의 고급 클럽이나 바에서 소비가 많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들어 <나혼자산다> <미운우리새끼> <살림남> <전지적 참견시점> 등 다수의 인기 텔레비전 예능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골든블랑을 들고 나오면서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아졌다.

    싱가포르·필리핀 등 해외 수출

    골든블랑의 국내 시장 안착에 힘입어 회사 측은 해외 시장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샴페인 자체만 따지면 한국에서 생산된 것은 아니지만, 색깔이 변하는 병 라벨 기술이나 순금 장식 등을 차별점으로 공략하면 해외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싱가포르와 필리핀은 이미 계약을 체결해 올해 안에 수출이 시작될 예정이며, 미국과 중국 등도 수출 계약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골든블랑을 탄생시킨 김 회장은 국내 주류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그는 1989년 국내 출시된 발렌타인 위스키의 첫 브랜드 매니저를 맡아 발렌타인을 일약 국내에서 가장 각광받는 위스키로 자리매김시켰다. 1996년 두산씨그램에서 ‘윈저’ 개발을 담당했고, 이후 2000년 출범한 진로발렌타인에서 국내 최초 로컬 위스키인 ‘임페리얼’을 만들어 국내 시장 1위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2009년엔 국내 최초 저도 알코올(36.5도) 위스키 ‘골든블루’를 탄생시켜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켰고, 이어 2013년 다시 외국계 회사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대표이사로 취임해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피딕’을 국내 1위 브랜드로 키워냈다.

    [최재원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7호 (2022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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