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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주차 사업 열 올리는 까닭…중개 넘어 직접 운영으로
입력 : 2022.12.02 15: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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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 차가 아닌 돈이 몰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650억원을 투자한 GS파크24의 인수 절차를 올해 마무리했다. 사명을 케이엠파크로 변경하고, 기존 주차 법인과 사업은 케이엠파킹앤스페이스로 모았다. 지배구조를 정리하고 본격적인 주차 사업 확대에 나선다는 청사진이다.
경쟁 업체 티맵모빌리티는 별도 앱으로 운영되던 티맵주차를 티맵에 통합했다. 11월 24일에는 나이스파크와 손잡았다. 양 사는 올해 안으로 전국 주차장 700여곳을 티맵 제휴 주차장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쏘카는 주차 플랫폼 모두의주차장을 연내 쏘카 앱에 편입, 본격적인 주차 사업 확대에 나선다.
모빌리티 업체들의 주차 사업 강화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여전한 주차난이다.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IT 기술을 활용해 주차난을 해결, 수익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둘째 주차장을 슈퍼앱 진화 발판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충전부터 모빌리티 서비스 거점 인프라까지 주차장 활용 방안은 무궁무진하다.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지하 3층 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의 모습. (연합뉴스) ▶한발 앞서가는 카카오
▷중개 → 운영 영향력 확대
주차 사업은 크게 ▲주차 운영 ▲주차 관제장비 판매 ▲중개 서비스 3가지 영역으로 나뉜다.
이 중 모빌리티 플랫폼들이 뛰어든 건 중개 서비스 부문이다. 운전자와 제휴 주차장을 연결하고 수수료 일부를 가져가는 방식이다. 모빌리티 플랫폼은 빅데이터·클라우드 등 IT 기술을 적용해 만차 예측, 출입구 분산, 대안 주차장 안내 등을 실시간으로 서비스한다.
다만 카카오모빌리티는 한발 더 나아갔다. 중개를 넘어 운영까지 영향력을 넓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6년 주차 중개 서비스 업체 파킹스퀘어 인수를 시작으로 주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아마노코리아, 다래파크텍 등 주요 주차 관제장비 사업자들과 제휴 계약을 체결, 운영 사업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그리고 2021년 12월, 결국 GS그룹의 주차 운영 사업자 GS파크24를 65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한다. 주차 사업 영역을 중개에서 운영으로 확대하는 신호탄이었다. 인수 절차는 2022년 6월 완료됐다. GS파크24는 케이엠파크로 사명을 바꿨다.
카카오모빌리티가 GS파크24를 인수하면서 시장 관심이 집중됐다. 주차 운영은 재계 8위 GS그룹도 못 살린 사업이다. ‘카카오가 하면 다를까’ 기대와 의구심 섞인 시선이 카카오모빌리티로 향했다. 올해 3분기 카카오 실적 발표 자리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케이엠파크 인수 후 첫 합산 실적이 공개됐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3분기 주차 사업 매출은 케이엠파크 주차면 확대로 전년 동기 대비 285% 성장했다”고 말했다.
다만 주차 사업의 구체적 매출 규모, 영업이익 등 수익성은 밝히지 않았다. 아직 만족스러운 수치에 접근 못한 것으로 보인다. 모빌리티업계 관계자는 “기술을 활용한 비용 절감 노력이 있더라도 운영 사업 자체에서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 뒤쫓는 ‘진짜’ 경쟁자는
▷주차장 중심 MaaS 노리는 휴맥스
쏘카는 자회사 모두컴퍼니 ‘모두의 주차장’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티맵모빌리티도 티맵주차 서비스를 제공한다. 모두 중개 서비스다. 양 사는 주차 운영 사업 진출은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모빌리티업계 관계자는 “직접 운영 사업을 진출하려면 기존 업체 인수합병이 필요한데, 이렇다 할 수익 모델이 없는 두 업체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같은 선상에서 경쟁하는 곳은 따로 있다. 휴맥스그룹이다. 휴맥스는 2019년 렌터카 예약 중개 플랫폼 ‘카플랫’ 운영사 ‘플랫’을 인수했다. 동시에 플랫을 통해 국내 1위 주차장 운영사 ‘하이파킹’을 인수했다. 휴맥스와 스틱인베스트먼트가 플랫이 실시하는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플랫은 확보 자금으로 하이파킹 지분을 매입하는 형태였다. 이후 플랫은 휴맥스모빌리티로 사명을 바꿨다.
복잡한 과정이었지만 ‘휴맥스 → 플랫(휴맥스모빌리티) → 하이파킹 → 하이시티파킹’ 지배구조가 완성됐다. 휴맥스그룹의 ‘모빌리티 드라이브’ 본격화 신호탄이었다. 2021년 2월에는 주차 운영 2위 업체 AJ파크까지 인수해 쐐기를 박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대리운전 등 모빌리티 서비스에서 주차 중개·운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휴맥스모빌리티는 그 반대다. 주차 중개·운영에서 카셰어링, 대리운전, 택시 호출 등 모빌리티 전반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 2020년 9월에는 카셰어링 업체 피플카를 인수했다. 모회사 휴맥스는 2021년 7월 반반택시 운영사 코나투스에 37억원을 투자, 지분 15%를 확보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휴맥스모빌리티가 대리운전 서비스 업체 엔젤플러스 지분 51%를 매입했다.
휴맥스모빌리티가 꿈꾸는 종착지는 카카오모빌리티와 똑같다. MaaS(통합 모빌리티 플랫폼)다. MaaS는 택시 호출, 카셰어링, 대리운전, 주차장, 전기차 충전 등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한 앱에 모은 개념이다. 휴맥스모빌리티는 현재 산하 통합서비스기획실 주도로 MaaS 플랫폼을 준비 중이다.
▶적자 사업 인기 끄는 이유
▷미래 성장 가능성에 베팅
다만 주차 운영 기업은 대규모 투자 유치에도 아직은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비와 주차장 확보를 위한 공격적 투자 때문이다. 특히 주차장 확보 경쟁 심화로 비용 부담은 커지고 있다.
휴맥스모빌리티가 인수한 하이파킹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2020년까지 적자였다. 2020년 매출액 770억원에 영업손실 1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영업이익률은 0.8%에 그쳤다. 100만원을 벌면 8000원의 수익이 발생하는 꼴이다.
그럼에도 모빌리티업계가 주차 사업에 투자를 이어가는 건 미래 성장 가치를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전국 승용차 수는 2011년 1843만대에서 2022년 3분기 기준 2553만대까지 늘었다. 차는 늘어나는데 주차 공간은 한정돼 있다. IT 기술을 접목해 주차 이용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쓰임새를 찾으면 충분한 수익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새로운 쓰임새로 언급되는 내용 중 하나가 ‘전기차 충전’이다. 주차장이 전기차 시대 새로운 사업 모델 공간으로 쓰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기준 전기차 등록 대수는 34만대로 나타났다. 전분기 대비 16.3% 증가했다. 전국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 대수는 13만대다. 충전기 1기당 전기차 2~3대를 담당한다. 충전기 설치 속도가 전기차 증가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다.
실제 카카오모빌리티와 휴맥스모빌리티는 전기차 충전 사업에 적극적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1년부터 카카오내비 앱에서 전기차 충전소 예약·결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휴맥스모빌리티는 자회사 휴맥스EV가 전기차 충전기 개발·설치·운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양 사 모두 주차 운영 사업을 하고 있어 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적극 추진할 수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주차장의 거점 인프라 역할도 주목된다. 주차장이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연결하고, 모빌리티 디바이스를 관리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공항에서 자율주행 셔틀을 타고 주차장에 내린 소비자가 차량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퍼스널모빌리티(킥보드)를 타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제주 지역에서는 이미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모빌리티 서비스 시작과 끝이 주차장에서 이뤄진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사 리포트에서 주차 사업을 이렇게 평가했다. “세차, 경정비, 전기차 충전 같은 다양한 관리 서비스가 연계되고 자율주행으로 대표되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주차장은 허브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두컴컴하던 주차장에 볕이 뜨고 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7호 (2022.12.07~2022.12.13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