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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예술 '아름다운 만남' 꽃 피었다 … 올해도 294쌍
입력 : 2022.11.15 16: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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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HK와 함께하는 삶과 나눔 콘서트'에서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소년소녀 합창단 등이 무대에 올라 공연하고 있다. 【사진 제공=행복나무플러스】
'기업과 예술의 만남'은 기업과 문화예술 단체를 1대1로 맺어주는 사업이다. 메세나협회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동 운영하고 있다. 기업은 문화예술 단체를 지원하면서 사회공헌에 기여하고, 예술단체는 기업의 창조적인 문화 경영을 도와 안정적인 창작 활동을 추구한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이 예술단체에 지원하는 금액은 액수에 비례해 문예진흥기금을 추가로 지원하는 '예술지원 매칭펀드'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되고 있다.
올해는 총 294쌍의 기업과 예술단체가 결연을 맺었다. 이를 통해 약 92억원이 예술계에 전달됐다. 2006년 이후 누적 결연 건수는 2469건, 누적 지원 금액은 1018억원에 달한다.
매년 열리는 결연식은 기업과 예술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교류하는 뜻깊은 시간이다. 이 자리에서는 장기간 모범적으로 파트너십을 이어온 결연 커플에 '올해의 베스트 커플' 기념패도 수여한다.
2022년 베스트 커플에는 코스닥 상장사인 레이저 절삭기계 제조업체 에이치케이(HK)와 비영리 전문예술법인 행복나무플러스가 선정됐다. 이들은 15년째 결연을 이어오면서 연주회, 음반 판매 등의 수익금으로 시설 아동을 위한 장학기금을 조성했다. 이 기금으로 올해 대학생 138명에게 총 1억38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사단법인 행복나무플러스는 국내외 음악인이 모여 음악적 재능을 토대로 재원을 마련하고 보호시설에 거주하는 아동에게 장학·교육 등 지원 사업을 하는 단체다. 특히 보호시설에 머물다가 퇴소하는 '보호 종료 아동'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미흡한 점에 착안해 이들을 돕는다. 보육원, 그룹홈 등에서 생활하던 시설 아동들이 퇴소한 후 자립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거나 경제적 문제로 대학교 진학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뜻을 모은 것이다.
행복나무플러스 측은 "최근 아동복지법 시행령 개정으로 퇴소 나이가 18세에서 24세로 늘어나고 자립수당 지급 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지만 한 해에 2000명 넘는 청소년이 대책 없이 보호시설에서 나오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특히 대규모 자선 연주회인 'HK와 함께하는 삶과 나눔 콘서트'가 매년 꾸준히 열리고 있다. 2008년 '리빙앤기빙(Living&Giving)' 콘서트가 그 시초다. 수익금은 아동보호시설 출신 대학생의 장학금과 시설에서 생활하는 아동·청소년 지원에 쓰인다.
지난해 11월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연주회는 조익현 지휘자 아래 50여 명의 합창단, 50여 명의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 소프라노 김순영, 바리톤 김동섭 등이 협연했다. 총관객 1263명 중 HK 직원 300명이 자리를 빛냈다. 특히 이 공연에는 보호시설에 거주하는 아동들로 구성돼 활동하는 행복나무소년소녀합창단이 무대에서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이 합창단은 2009년 창단돼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아이들이 음악을 만나 함께 어울리는 법을 배우며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활동의 일환이다. 삶과 나눔 콘서트 외에도 평창올림픽 개막식 전야제, 삼성행복대상 시상식 등 다양한 행사에 초청받기도 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콘서트 개최가 어려웠던 2020년에는 연주회 대신 음반 제작을 통해 대학생 장학기금과 저소득층 아동 음악교육 비용을 마련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선보였던 정기 연주회 프로그램 중 클래식, 가곡, 동요, 찬송가 등 다양한 장르의 12개 트랙을 선정해 녹음했다. 연주자들은 재능 기부로 참여했고, 청취자는 음원 사이트에서 음원을 구매함으로써 후원하게 됐다. 실물 음반은 비매품이었지만 HK 임직원 등 후원자들에게 증정하며 나눔을 실현했다.
이 밖에도 HK의 후원을 받은 행복나무플러스 측은 HK의 외부 협력사 초청 행사에 축하 공연으로 참여하며 문화 교류를 했다. HK는 후원 중인 그룹홈 시설 출신 청년들에게 자사 취업 기회도 제공한다. 현재 3명이 실제 엔지니어로 근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HK와 행복나무플러스는 단체 설립 초기부터 결연을 지속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박정식 HK 사장은 매일경제 통화에서 "앞으로 이 지원과 도움이 선순환되는 모습을 기대한다"며 "실제로 후원받았던 아이들이 성인이 돼 개인 후원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기업과 예술단체의 결연 성과에 대해 "직원들이 연말 정기 연주회에 가족, 부모님 등을 모시고 오면서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기도 하고 문화 소양을 기르기도 하는 등 좋은 추억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