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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택도 ‘급락 열차’ 투자 포인트는… 장기 전망 밝다지만 환율이 최대 변수
입력 : 2022.11.14 14:3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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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내달리던 미국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조짐이 뚜렷하다. 그동안 미국 주택 가격은 막대하게 풀린 유동성과 성장하는 미국 경제에 힘입어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여 왔다. 하지만 미국이 연일 자이언트스텝으로 금리를 올리고 내년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자 부동산 시세에도 급브레이크가 걸린 것이다. 미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분석 회사 블랙나이트의 조사 결과 미국의 7월 주택 가격은 전달보다 0.77%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1월 이후 11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한 것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미국의 경제는 다른 나라를 압도하며 꾸준히 성장해왔다. 성장하는 나라에서 주택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미국의 주택 가격 폭락은 희귀한 일이다. 외부 경제 변수가 크게 요동칠 때나 일어난다. 가장 최근 미국 집값이 떨어진 것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였다.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며 미국 경제가 크게 흔들린 여파가 부동산으로 몰려들어온 것이다. 또 당시 미국 경제가 흔들린 이유가 주택 시장 거품이 터진 것에 기인했기 때문에 집값 조정은 혹독했다.
최근 미국의 투자은행이 예상하는 미국 집값 추이를 보면 2008년에 버금갈 정도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모건스탠리는 미국 집값이 2023년 말까지 7%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악의 경우 10%까지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물론 지난 2006년에서 2012년 사이 미국 집값이 27%나 내려간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하락률은 크지 않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하락폭은 가장 심한 시기가 될 것으로 모건스탠리는 예상한다.
모건스탠리는 미국 집값이 7% 하락한다면 집값이 2022년 1월 수준으로 내려갈 것으로 내다본다. 이후 집값은 미국의 경기 수준에 달려있다. 만약 미국 주택담보대출금리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2023년부터 미국 집값은 상승 반전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기 침체라는 이슈가 크게 부각된다면 하락폭은 10%까지 커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미 주택 가격 5~10% 하락 전망골드만삭스와 무디스도 미국 주택 가격이 5~10% 하락할 수 있다는 입장에 동참한다. 무디스 측은 지금은 2008년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입장이다. 2008년은 주택 시장을 파생상품으로 만들어 시장을 교란시킨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주택 시장에 파생상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이 금리를 가파르게 올릴 명분을 기록적으로 낮은 실업률이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주택 가격의 기초 체력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무디스 측은 미국 경제가 침체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미국 주택 가격이 5~10%는 하락해야 한다고 예상한다. 하지만 미국이 경기 하락 국면에 본격 노출되면 하락폭은 10~15%까지 커질 수 있다.
무디스 측은 지역 펀더멘털이 그 지역의 주택 가격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실시간 평가한다. 특정 지역의 주택 시장이 펀더멘털보다 25% 이상 높게 평가되면, 무디스는 이를 크게 고평가된 것으로 본다. 무디스에 따르면 2분기 기준 미국의 413개 지역 주택 시장 중 210개 지역이 크게 고평가된 것으로 분류됐다. 미국 경제가 크게 흔들리면 이들 고평가 시장들의 주택 가격 하락률은 20~ 25%까지 커질 수 있다는 게 무디스의 예측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다우존스지수에 따르면 지난 7월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계절조정치)’는 전월 대비 0.2%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 전역의 집값이 한 달 사이 평균 0.2% 떨어졌다는 얘기다. 지난달에는 0.2% 상승했지만 하락 전환했다. 10개 주요 도시 지수와 20개 주요 도시 지수는 각각 0.5%, 0.4% 떨어졌다. 많이 오른 대도시 하락폭이 더 컸다는 얘기다. 20대 도시 지수가 전월 대비 하락한 것은 지난 2012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주택 가격이 한 달 전보다 3.6% 급락하면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워싱턴주 시애틀(-2.5%),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2.0%), 오리건주 포틀랜드(-1.3%),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1.2%) 등도 많이 떨어졌다. 모두 집값이 높기로 유명한 곳이다. 비싼 집부터 많이 떨어지는 현상이 본격화한 것이다.
전년 동월과 비교한 가격도 하락세다. 미국 7월 집값은 전년 동월보다 15.8%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물론 전년 대비 집값은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지만 지난 6월에 보였던 전년 동월 상승률(18.1%)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내려갔다. 한 달 만에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2.3%포인트 줄어든 것은 이 지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사상 최대 폭이라고 다우존스지수는 밝혔다. 10대 도시 지수(17.4→14.9%)와 20대 도시 지수(18.7→16.1%) 역시 전년 동월 대비 둔화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가파른 금리 인상 여파가 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미국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가 상승해 2006년 이후 최고치를 돌파했다. 10월 12일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는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금리가 지난주 6.75%에서 6.81%로 0.06%포인트 올랐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여름 평균 금리는 3%에도 미치지 못했다. 1년 동안 2배 넘게 금리가 급등한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대출신청량 지표인 시장종합지수는 지난주보다 2.0% 내렸고 1년 전보다는 69% 하락했다. 단독주택 매수를 위한 주택담보대출 신청 규모를 나타내는 구매지수도 지난주보다 2.1%, 1년 전보다 39% 각각 내렸다. 주택담보대출 재융자 지수는 전주보다 1.8% 내렸고, 전년과 비교하면 86%나 급락했다. 재융자란 돈을 빌린 사람이 대출금액이나 금리, 상환 기간 등을 재조정하기 위해 같은 은행 또는 다른 은행에서 대출을 다시 받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시장금리가 내리거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처럼 차입자가 갈아타기 할 유인이 있을 때 빈번하게 발생한다.
주담대 8% 수준으로 상승할 듯더 큰 문제는 가파른 인플레이션 여파로 금리가 계속 오르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금보다 1%포인트 높은 8% 수준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지난 6월 “집을 사려는 사람이라면 재고할 필요가 있다”며 인플레이션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낮아질 때를 기다리라고 말한 바 있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10월 10일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미국 경제가 고통스러운 주택 시장 침체를 겪을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상이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며 주택 수요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이클을 이용해 미국 주택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고 주장한다. 그러려면 두 가지 전제조건이 성립해야 한다. 첫 번째는 미국 주택 가격이 고점 대비 얼마나 하락했느냐 여부다. 앞서 무디스 측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경제가 불황으로 접어들 경우 주택 가격이 25%나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미국 주택이 이 정도 하락했을 경우 매수를 검토할 수 있는 범위 안에 들어온다고 생각할 수 있다. 미국 주택 시장은 미국 하나로만 보면 안 되는 시장이다.
세계 경제의 중심에 서 있는 미국의 부동산은 전 세계에서 매수를 검토하는 글로벌 시장이다. 글로벌 패권국가인 미국이 망하지 않는 한 미국 주택 가격은 우상향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리고 단기간 내 미국이 글로벌 패권국가의 자리를 내주고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두 번째 전제조건은 환율이다. 달러당 원홧값이 1400원 중반까지 치솟았다. 이게 적어도 1200원 이하로 내려와야 안전마진이 생긴다. 지난 10년간 달러당 원홧값은 1000~1200원 박스권 안을 맴돌았다. 집값이 20% 빠지고, 원홧값이 20% 오르면 미국 집값은 지금 대비 40% 넘게 저렴해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미국 부동산은 한국과 비교해 없는 세금항목이 많다. 취득 당시 내야 하는 비용은 미미하고 종합부동산세는 없다. 집 몇 채를 가지고 있든 상관없이 부동산 세금을 중과하지 않는다.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를 피할 수 있고, 집을 여러 채 사도 세금을 더 내지 않는다.
올해 연준이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는 과정에서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가 급등하자 모기지 금리 역시 지난해 3%에서 순식간에 7%까지 근접한 상황이다. <사진 연합뉴스> 중장기 상승곡선 가능성 높아예를 들어 캘리포니아 지역 보유세는 연 1.05~1.2% 수준이다. 미국은 한국처럼 보유세를 공시지가에 연동된 과세 기준이 아니라 시세를 기준으로 한다. 하지만 부동산 보유세는 인상 한도가 연 2%로 제한된다. 주택 가격이 중장기 완만한 상승세를 기록한다고 가정하면 시간이 갈수록 보유세 부담이 낮아지는 구조다.
주민발의안60·90(Proposition 60·90) 등을 통해 재산세를 더 아낄 수 있다. 기존에 살던 집을 팔고 부동산을 새로 샀을 때 새로 구입한 부동산 가치를 기준으로 재산세를 매기는 게 아니라 원래 거주하는 주택의 재산세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세법이다.
양도소득세의 경우에도 여러 절세 방법이 있다. 매매 시점 기준 5년 이내에 2년간 거주하면 부부 합산 50만달러까지 양도소득세를 면제해준다. 투자 목적의 부동산일 경우에도 ‘1031 부동산 교환(1031 Exchange)’을 이용해 양도차익이 발생한 부동산에 대해 세금을 이연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100만달러의 투자용 부동산이 200만달러에 팔렸을 때 원래대로라면 양도차익 100만달러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매매 후 6개월 이내에 200만달러 이상 부동산에 재투자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이연할 수 있는 내용이다.
미국은 증여·상속세를 이중 과세로 간주해 1160만달러(부부 합산 약 2320만달러)까지는 증여·상속세가 없다. 미국 부동산의 경우 잘 찾아보면 재산세를 집주인이 아닌 임차인이 대신 내주는 사례도 있다. 재산세뿐만 아니라 보험, 유지보수까지 임차인이 집주인을 대신해 지불해주는 부동산도 있다.
트리플넷(Triple Net·NNN)이라는 리스계약이 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스타벅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체이스뱅크 등이 트리플넷이라는 리스계약을 맺는 것으로 알려졌다. 5년마다 10% 내외의 임대료 상승을 해주는 구조다.
길게는 30년까지도 임대차계약이 가능한데, 임차인이 재산세, 보험, 유지보수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다. 어태수 네오집스 대표는 “매장 보수를 잘해야 손님을 잃지 않기 때문에 이런 계약이 나온다”며 “이런 매물을 잘 잡으면 한국에서도 손쉽게 리스크를 최소화한 투자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장원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6호 (2022년 1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