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LED도 빨간불 켜진 K디스플레이… 中, 보조금 등에 업고 점유율 1→16% 쑥

    입력 : 2022.10.31 16:44:11

  • K디스플레이 산업이 보급형에 이어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중국에 선두 자리를 내줄 위험에 처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위축으로 보급형 시장이 위축되자 중국 기업들이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앞다퉈 수익성이 좋은 프리미엄 시장 진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최근 전망치를 내놓으며 올해 LCD(액정표시장치) TV 출하량을 지난해 대비 5%가량 줄어든 1억9735만여 대로 예상했다. LCD TV의 연간 출하량이 2억 대를 밑도는 것은 2010년 이후 12년 만이다.

    LCD TV 출하량이 2억 대 벽을 못 넘는 것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등으로 올해 TV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구매력이 낮은 고객부터 지갑을 닫기 시작하면서 상대적으로 중저가인 LCD 시장이 타격을 받은 것이다. 물론 시장 침체기가 지나면 일시적으로 다시 2억 대 선을 넘을 수도 있지만 최근 글로벌 경제 움직임을 볼 때 단기간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올 8월 30일 시장조사 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츠(DSCC)는 LCD TV 패널 가격이 8월에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4분기에도 ‘L자’형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월 ‘CES 2022’에서 선보인 삼성전자의 마이크로 LED TV. <사진 연합뉴스>
    지난 1월 ‘CES 2022’에서 선보인 삼성전자의 마이크로 LED TV. <사진 연합뉴스>
    LCD의 수익성이 떨어지다 보니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사실상 해당 사업을 중단·축소하고 있다. LCD 부문은 2018년부터 중국이 앞지른 상태다. 중국의 지난해 LCD 시장점유율은 50.9%에 달한 반면 한국은 대만(31.6%)보다도 낮은 14.4% 수준이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정책으로 수익성이 악화해 지난 2분기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생산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LG디스플레이도 LCD TV 패널 캐파를 월 6만 대 수준으로 축소했고 내년 상반기는 이를 절반으로 줄일 계획이다. 중국 광저우 LCD TV 공장도 일부를 IT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LCD 사업의 부진은 디스플레이 업종 전체 1위까지 내주는 결과를 낳았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와 시장조사 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한국의 디스플레이 시장점유율(33.2%)은 지난해 이미 중국(41.5%)에 추월당했다. 일본을 따돌리고 세계 최선두에 선 2004년 이후 17년 만이다. 2014년까지 300억달러가 넘던 수출액도 지난해 214억달러로 주저앉았다.

    ▶中 저가공세로 LCD 시장 장악 중국 정부의 지원 정책 수혜를 입은 중국 업체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LCD 시장을 공략해 시장의 공급과잉과 수익성 악화를 주도했고 한국 기업들은 OLED로 사업구조 전환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나마 다행인 건 TV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고가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의 성장세는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옴디아는 올해 전 세계 OLED TV 출하량을 744만 대로 내다봤다. 전년 대비 14%의 성장세다. 현재 OLED TV 시장은 국내 기업들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전체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LG전자에 이어 삼성전자도 올 초부터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QD-OLED TV를 출시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모델이 독일 베를린에서 철도 기술 박람회 ‘이노트렌스 2022’에서 매표소용 투명 OLED 솔루션을 소개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모델이 독일 베를린에서 철도 기술 박람회 ‘이노트렌스 2022’에서 매표소용 투명 OLED 솔루션을 소개하고 있다.
    문제는 OLED도 무섭게 추격하는 중국이다. 지난해 LCD와 OLED를 포함한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한국을 제치고 처음으로 1위 자리에 오른 중국은 LCD뿐 아니라 OLED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특히 LCD TV 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저물면서 중국의 OLED 전환 투자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OLED 시장점유율이 2016년 98.1%에서 지난해 82.8%로 내려간 사이 중국은 1.1%에서 16.6%로 상승했다. 실제 최근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정부의 보조금을 등에 업고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는 2010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174억5700만위안(약 3조3000억원)의 정부 보조금을 받았다. 지난 12년간 BOE가 받은 연평균 정부 보조금은 약 13억6500만위안(약 2593억3000만원)에 달한다.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한 BOE의 투자는 실제 성과를 내고 있다.

    BOE는 올해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에서 95인치 8K OLED 패널을 전시하는 등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BOE는 올해 쓰촨성 청두 등에 추가 신설한 6세대 OLED 생산라인을 지난 1분기부터 가동했다. 충칭에 건설 중인 중소형 OLED 생산라인도 올해 하반기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올해 BOE의 OLED 생산량은 약 1억 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IFA 2022에 전시된 LG의 벤더블 OELD.
    IFA 2022에 전시된 LG의 벤더블 OELD.
    ▶기술고도화로 추격 따돌리려 노력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기술고도화를 통해 중국의 OLED 추격을 따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EX 테크놀로지’ 개발을 완료하며 기술 혁신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重)수소 기술’과 ‘개인화 알고리즘’으로 이뤄진 ‘EX 테크놀로지’는 기존 OLED 대비 화면 밝기(휘도)를 30% 높이고, 자연의 색은 더욱 정교하게 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 기술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완벽한 블랙을 표현해 더욱 몰입감 있는 화면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는 장르별로 다양한 게이머들의 요구를 반영해 사용자가 원할 때 자유롭게 화면을 구부렸다 펼 수 있는 벤더블(Bendable) OLED를 포함한 고성능 게이밍에 특화된 OLED 패널도 개발하고 있다. 차세대 OLED 기술 중 대표적인 것은 투명 패널이다. LG디스플레이는 2019년 투명도 40%인 55인치 투명 OLED를 상용화한 뒤 쇼핑몰, 박물관, 지하철 등으로 적용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유리창을 통해 바깥 풍경을 보는 동시에 운행 정보, 일기예보 및 뉴스 등 생활 정보도 제공한다.

    여기에 더해 LG디스플레이는 최근 국내 유명 인테리어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건축·설계 분야 투명 OLED 제품 설명회를 열었다. 공간 분리용으로만 쓰이던 파티션에 투명 OLED를 적용한 ‘무버블 파티션’ 등을 선보였다. 별도의 TV나 모니터 없이도 파티션 자체를 화상회의, 프레젠테이션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사진설명
    건축·설계 협업 제품으로 선보인 사무용 ‘투명 OLED 파티션’은 세계 최대 건축설계 기업인 ‘겐슬러’가 디자인한 블록 파티션에 투명 OLED를 결합한 제품이다. 올 연말 출시 예정으로 북미 시장에서 먼저 적용될 계획이다. 회의실용 투명 OLED 솔루션은 유리벽에 투명 OLED를 내장해 별도의 TV나 모니터 없이 벽 자체를 디스플레이로 활용할 수 있다. 투명 미디어 아트 월은 16장의 투명 OLED를 벽면에 타일처럼 이어 붙여 제품 광고 등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준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세계 투명 OLED 시장 규모는 올해 1000억원대에서 2030년에는 12조원대로 연평균 성장률이 116%에 달할 전망이다.

    ▶마이크로 LED 등 초프리미엄 제품 개발 집중 국내 기업들은 마이크로 LED로 대표되는 초고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라인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LG전자는 136인치 크기의 초대형 마이크로 LED(발광다이오드) TV를 국내에 출시한다. 극도의 불황에 빠져들고 있는 TV 시장을 ‘초(超)프리미엄’ 제품으로 돌파해보겠다는 시도다.

    LG전자는 최근 국립전파연구원 전파시험인증센터로부터 미디어박스 모델의 전파 적합성 평가 인증 등록을 완료했다. 이 미디어박스는 136인치 가정용 마이크로 LED TV의 본체 역할을 하는 제품으로 알려졌다. 전파 적합성 평가는 국내 출시 직전 단계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연내에 정식으로 제품이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초프리미엄 제품인 만큼 가격은 1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가 마이크로 LED 가정용 라인업을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이크로 LED는 초소형 소자 하나하나가 스스로 빛을 내며 화소 역할을 하는 디스플레이를 가리킨다. 전력 소모가 적은 데다 햇볕 아래서도 밝고 선명한 화질을 구현할 수 있다. 대형 주택의 거실이나 시네마 룸에 설치하기 적합하다.

    LG전자의 투명 올레드 디스플레이. <사진 연합뉴스>
    LG전자의 투명 올레드 디스플레이. <사진 연합뉴스>
    마이크로 LED TV는 칩을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크기나 형태에 제약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이 때문에 LG전자는 100인치 이하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그 이상은 마이크로 LED로 프리미엄 라인업을 구성할 계획이다. 마이크로 LED TV의 선두주자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가정용 110인치 마이크로 LED TV를 이미 지난해 초에 내놨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기존 110인치에 이어서 89인치와 101인치 모델을 새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 밖에도 지난 9월 초 독일에서 열린 세계가전박람회(IFA)에서는 114형부터 76형까지 다양한 크기의 마이크로 LED TV 라인업을 전시하기도 했다. LG전자가 100인치 이상 초대형급으로만 마이크로 LED를 공급하는 반면 삼성은 폭넓은 라인업을 구성해 차세대 프리미엄 TV 대표 라인으로 마이크로 LED를 밀겠다는 계획이다.

    ▶한국, 일본 전철 따라가나 업계에서는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막강한 정부의 지원을 뒤에 업은 중국 기업들을 자력으로 이겨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TV에 사용되는 대형 OLED 패널 시장에서도 저가 물량 공세를 펼칠 경우 LCD 주도권을 중국에 내준 우리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OLED에서도 실패를 되풀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내 기업들은 중국의 추격을 막을 수 있는 돌파구로 국가 기술 지정을 꼽고 있다. 정부는 조만간 OLED의 국가첨단전략기술 지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과거 한국 기업들이 LCD의 절대 강자였던 일본을 뛰어넘었던 사례가 중국을 통해 재연될까 우려하고 있다. 소니·샤프 등 일본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1980~1990년대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했지만 과감한 투자로 따라붙은 국내 기업들에 추월당했다.

    IFA 2022에 전시된 삼성의 마이크로 LED.
    IFA 2022에 전시된 삼성의 마이크로 LED.
    업계는 지난 3월 OLED 등 차세대 기술 4가지를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해달라는 제안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이에 선정되면 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 따라 정부로부터 연구개발(R&D)과 인력양성, 인허가 단축,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전방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TV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던 소니는 일본 LCD 사업이 몰락한 후 한국 업체에 1위를 내줬다”며 “기업이 신규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시설 투자 시 높은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찬종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6호 (2022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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