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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시장 대안으로 떠오른 스팩, 실패 없이 투자하기 위해서는?
입력 : 2022.10.31 15:3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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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시장의 부진과 함께 공모 시장의 침체기가 길어지면서 그 대안으로 스팩(SPAC·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이 떠오르고 있다. 올 들어 지난 10월 20일까지 스팩 합병을 통해 상장한 기업은 12곳이다. 현재 청구서를 접수해 심사가 진행 중인 8개 기업과 이미 심사 승인받은 기업 8개를 합하면 올해 스팩 합병을 통해 상장하는 기업 수는 2010년 스팩 제도 도입 이래 최고치를 경신하게 된다.
직전 최고치는 2017년의 21개 기업이었다. 스팩 합병이 급증하면서 신규 스팩의 공모 건수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상장 완료 또는 상장 예정인 스팩 수는 38개에 달해 연말까지 종전 최고치인 2015년의 45개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부터 스팩 소멸 방식 합병이 허용된 것도 선호 요인 중 하나다. 기존에는 스팩 합병 시 스팩이 남고 합병 대상 법인이 소멸했다. 이 경우 기업이 신규 사업자로 등록되기 때문에 업력이 짧아지고, 변경된 법인 명의로 부동산 취득, 임대차 계약 등 다양한 계약을 새로 체결해야 해 세금 부담이 컸었다. 그러나 스팩 소멸 방식 합병에서는 스팩이 소멸하고 합병 대상 법인이 존속법인으로 남기 때문에 기존의 번거로운 절차를 하지 않아도 된다.
스팩 합병은 직접상장과 부분적인 대체재 관계에 있다. IPO 시장이 호황일 때는 상장 희망 기업들이 더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직접 상장으로 몰린다. 반면에 IPO 시장이 부진할 때는 확실한 규모의 자금 조달이 가능한 스팩 합병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인다. 부분적인 대체재 관계에 있는 이유는 스팩이 규모 면에서 IPO를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경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돼 거래 중인 스팩의 순자산 규모는 50억~200억원에 불과하다”라며 “기업가치가 1000억원을 넘지 않거나 자금 조달 소요가 크지 않은 기업들이 주로 스팩 합병을 활용한다”라고 설명했다. 기업가치가 1000억원을 넘으면서 보다 큰 규모의 자금 조달이 필요한 기업들은 직접상장 채널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스팩 투자의 가장 큰 매력은 이와 같은 투자자 보호장치다. 대외신인도는 물론 인수합병 전문성을 갖춘 증권사가 스팩발기인으로 참여하도록 강제해 합병상장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공모자금의 90% 이상 예치, 합병 완료 전 중도 인출 금지, 공모예치금을 담보로 한 차입 금지 규정으로 자금 유용 및 무리한 차입 투자 위험도 차단하고 있다.
단점도 존재한다. 스팩 투자는 합병과 관련한 내용이 거래소에 공시되기 전까지 합병 대상 기업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는 점이다. 스팩 공모 때 일반 투자자는 어떤 비상장기업과 스팩이 합병할지, 합병비율이 어떻게 결정될지에 대한 정보 없이 오직 발기인에 대한 평판 등 제한된 정보만으로 공모에 참여해야 한다.
국내 시장에 스팩이 도입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모든 스팩 공모에 동일 금액으로 참여해서 합병 신주가 상장하거나 합병 완료 기한이 도래할 때까지 보유했다고 가정할 때, 합병 성공 확률은 67%, 합병 성공 스팩의 평균 수익률은 27%, 평균 보유기간은 593일로 집계됐다. 기한 내 합병에 실패한 스팩의 수익률은 0%, 보유기간을 3년이라고 가정하면 모든 스팩에 동일 금액으로 투자해 얻을 수 있는 평균 수익률은 13.8%, 평균 보유기간은 약 2년 1개월(767일)로 추산된다.
유경하 연구원은 “스팩 투자의 높은 안전성을 고려하면 충분히 매력적인 수익률”이라며 “다만 이는 공모가격으로 투자했을 때 수치이고 합병 소문 등으로 스팩 주가가 높게 형성됐을 때 매수하면 수익을 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유 연구원은 이에 대해 “초대형 스팩의 순자산을 수용할 수 있는 합병 대상을 탐색하고 합병비율을 협상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라며 “스팩 주주들의 안정적인 성향을 고려할 때 초대형 스팩은 실적 가시성이 낮은 바이오 유통 플랫폼 등의 신성장 기업이나 안정적인 매출을 시현 중인 소부장 및 중견 기업들을 타깃으로 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증시 부진이 이어지면서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가운데 기준가인 2000원에도 미치지 않는 종목들이 나오고 있다. 스팩은 최소 2000원 수준의 원금이 보장되는 만큼 주가 하락기에 원금 플러스알파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주가가 1800원인 스팩을 매수했다고 가정했을 때 해당 스팩이 M&A에 실패하고 청산한다면, 투자자는 공모가 2000원에 연 2%대 이자를 더한 금액을 챙기게 된다. 물론 우량 기업과 합병에 성공하면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도 얻을 수 있다.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 ‘초대어’ LG에너지솔루션이 코스피 입성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에 형성 후 상한가)’에 실패했다.
상장 후 2년 6개월이 지났지만, 거래소에 합병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지 못해 상장 폐지에 놓이게 된 스팩은 최근에도 나오고 있다. 케이프이에스제4호는 지난 18일 상장예비심사청구서 미제출로 관리 종목으로 지정된 지 1개월 안에 해당 사유가 미해소되어 10월 31일 상장 폐지 예정이다.
유경하 연구원은 이에 대해 “스팩 공모 참여나 상장 후 매수를 계획한다면 모든 스팩이 합병에 성공할 수는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투자에 임할 필요가 있다”며 “IPO 시장 여건이 개선되면 합병 대상 기업들은 언제든 직접상장으로 선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6호 (2022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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