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 빙하기엔 정기적인 리밸런싱이 필수

    입력 : 2022.10.18 11: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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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세계 각국의 경기부양을 위한 유동성의 공급으로 뜨겁게 달아오르던 시장은 현재 인플레이션과 힘겨운 사투를 벌이며 역사적인 변동성을 기록하면서 하락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의 변동은 오랜 기간 동안 반복되어온 역사지만, 하락은 누구에게나 힘든 시기다. 요즘처럼 각종 정보의 홍수가 넘쳐나는 시기에 과거보다 더욱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신중히 검토해도, 이런 시장의 변동성을 예측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피터 린치의 칵테일파티 이론에서 되새겨볼 부분이 있다. 시장의 정점 도달 후 추락하는 신호는 파티에 참여한 증권 시장 비전문가가 흥분해 시장을 이야기하고 전문가에게 종목을 가르쳐주고 누군가는 이들의 조언을 듣지 않았다고 후회하는 광경이 펼쳐질 때라는 것이다. 불행히도 이러한 비이성적 투자의 사이클은 늘 반복된다. 왜 우리는 이처럼 투자에 쏠림과 과열을 반복하는 것일까?

    인간은 과거 생존 과정에서 자주 상처를 입어야 했고, 생존을 위해 빠른 지혈이 필요했기 때문에 인간의 혈액은 아주 진하게 진화해 왔다고 한다. 과거의 생존전략이 현재는 성인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의 투자 두뇌도 또한 과거에 성공했던 패턴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현대의 금융 시장에는 유효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인간의 비이성적 편향에 대한 행동재무학의 이야기는 수없이 많다. 어느 심리학자는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라고 주장했다. 변동성의 국면마다 인간은 자신이 좋아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인식하고, 이번만은 다르다는 편향적 믿음을 가진 채 투자의 균형은 무너지게 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흔들리는 시장에서 더욱 편안하고 꾸준한 수익률로 생존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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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자들 주식에 쏠리는 경향 주의해야 전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하지만, 세계 억만장자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유대인은 그들의 경전 탈무드에서 “투자할 때는 토지에 3분의 1, 사업에 3분의 1, 그리고 나머지는 여유자금으로 보유하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는 몇 천 년이 거듭되며 경제적 우위를 차지한 유대인들의 투자철학이다. 이를 현대의 투자 개념으로 바꾸어 보면 부동산, 주식, 현금 자산으로 배분하여 투자하였다는 의미이며, 이는 자산의 분산으로 인한 변동성 감소와 함께 자산 간 상승 구간이 다른 상관계수의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미국 대형 연기금의 설문조사도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의 91.5%는 자산 배분이고 종목 선택은 4.6%, 매매 타이밍은 1.8%에 불과하다는 내용을 말하고 있다. 예일대학교의 기금을 1985년 약 1조1000억원에서 2020년 약 36조원의 규모로 연평균 13.9%의 수익을 달성한 전설적인 기금 운용자 데이비드 스웬슨도 자산 배분이 전부라고 말할 정도로 자산 배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투자자들이 투자의 바다를 항해하면서 자산 배분을 원칙으로 하는 포트폴리오 투자야말로 거친 투자의 바다를 항해하는 나침반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자산 배분과 운용의 내용은 우량자산의 배분과 정기적인 리밸런싱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첫째, 투자 자산군은 기본적으로 가치, 장기, 배당, 복리 등의 개념을 가지고 꾸준한 수익이 발생하는 자산군을 검증하여 편입하며 자산군별로 선정된 복수의 투자 자산군을 관리하고 업데이트하여 신뢰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크게 주식, 채권, 대체, 현금으로 구분된 자산은 개인의 위험에 대한 투자성향에 따라 투자 비중이 달라진다. 대부분 투자자는 주식에 쏠림 현상이 있으며 이에 따라 변동성의 증가와 함께 다양한 자산의 유리한 투자 구간을 놓치게 된다. 인플레이션의 우려로 각국의 기준금리의 상승과 함께 높아진 우량 채권의 고금리도 좋은 투자 자산군이 될 수 있다.

    ▶체계적인 분산이 꾸준한 수익으로 이어져 둘째, 선택하는 자산은 음의 상관계수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투자 자산 간 상승 구간을 달리함으로써 변동성을 축소하고 이익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상관계수는 투자자산이 얼마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지의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다. 1부터 마이너스 1 사이의 수치를 가지며 1은 같은 방향, 마이너스 1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움직임을 뜻한다. 미국 주식, 한국 주식, 중국 주식에 투자하며 분산투자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사실상 위험에 대해 같은 방향을 투자하고 있으므로 상관계수는 1에 가까우며 분산투자보다 집중투자의 개념에 가까운 경우다. 원화와 달러, 주식과 채권, 부동산과 원자재 등 자산 간의 상승 구간이 다른 투자의 분산을 고려해야 한다. 즉, 하나의 자산이 하락할 때 다른 자산은 상승할 수 있는 자산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셋째, 리밸런싱이다. 투자 자산군별 정해진 기준에서 일정 부분 변화가 왔을 때 원래 비중으로 다시 조절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상승한 자산의 이익을 회수하여 시장의 쏠림을 방지하고 이 과정에서 확보된 현금으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자산에 편입하여 수익 기회를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다. 투자자가 누구나 원하는 마켓타이밍은 사실 자산 배분의 리밸런싱을 꾸준히 할 때 더욱 정확한 시점을 제공한다. 투자자산은 본질로 회귀하는 경향을 보인다. 세계 3대 기금 운용 중 하나인 국민연금은 2021년 시장이 상승하는 구간에서 지속적으로 주식을 매도함으로써 수익을 확보할 수 있었는데, 이는 주가 상승으로 인해 평가금액이 증가하여 다시 원래 국내 주식 비중 16%대를 유지하기 위한 리밸런싱 과정의 좋은 예이다.

    누구나 꿈꾸는 큰 수익과 절묘한 매매 타이밍에 대한 유혹은 늘 있지만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투자자는 손실의 고통 속에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여러 가지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가지는 욕망과 공포의 한계성도 분명히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장기투자의 관점에서 우수한 자산을 선택하고 정기적이고 체계적인 자산 배분과 리밸런싱을 한다면 시장의 변동성을 극복하며 꾸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준비된 투자자에게 시장의 변화는 곧 새로운 기회로 다가올 수 있다.

    [김영길 신영증권 투자자문부 부장]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5호 (2022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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