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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위버스 모른다면 ‘아재’ 유니콘은 Z세대 놀이터에서 탄생한다
입력 : 2022.10.17 15:4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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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을 달성한 스타트업)으로 등극한 회사들 가운데 Z세대의 감성을 공략한 플랫폼들의 선전이 눈에 띈다. Z세대는 밀레니엄세대(1980년대 중반~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 용어로, 흔히 말하는 MZ세대의 Z를 의미한다. 트렌드를 빠르게 흡수하는 미래 주력 소비 세대인 10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경우 성장할 여지가 크다는 의미다.
대표적으로 중국 혁신기업인 틱톡(TikTok)이 있다. Z세대를 사로잡은 틱톡은 지난해 기준 유니콘기업 가운데 기업가치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인 이마케터(eMarketer)에 따르면 틱톡은 미국 Z세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17세 사용자 비중은 총 63%를 기록했고, 선호도 역시 틱톡(48.5%), 유튜브 쇼츠(25.3%), 인스타그램 릴스(20.1%) 순으로 1위를 차지했다.
틱톡은 중국 국내 버전인 Douyin(枓音)으로 시작해 ‘틱톡(TikTok)’이라는 글로벌 버전으로 재출시된 후 빠르게 성장해 5년 만에 월간 활성 이용자 12억 명을 보유하고 있다. 바이트댄스가 15초짜리 짧은 동영상을 제작 및 공유하는 플랫폼을 출시하면서 숏폼(short-form) 콘텐츠 시장을 선도하고 미국 등 해외로 확장한 서비스다. 중국을 포함해 150여 개국에서 75개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 및 소셜미디어 활성 이용자 중 각각 25%와 27%가 틱톡을 사용하고 있다.
위버스
틱톡과 쉬인은 특히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인플루언서가 제품 구매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제공받은 옷을 게시할 경우 수수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홍보하는 형태다. 구매한 옷을 자랑하거나 리뷰하는 ‘쉬인하울(shein haul)’ 콘텐츠는 젊은 쇼핑객들을 중심으로 하면서 브랜드 인지도와 참여도 역시 높아지고 있어 선순환 작용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틱톡 플랫폼을 통해 인플루언서 및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구매한 쉬인 옷을 입어보고 뽐내는 #sheinhaul 쇼핑 동영상 조회 수는 약 48억 회로 자라(#zarahaul)의 2배 수준이다.
강미경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이에 대해 “콘텐츠를 손쉽게 만들어 즐기고 싶은 이용자들에게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해 단순한 경험을 즐기는 Z세대 욕구를 충족하는 동시에 사용자들의 창작자(크리에이터)로서의 참여 기회를 확대한 것”이라며 “소비자가 스스로 알아서 즐기고, 브랜드 마케팅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놀이터’ 공간을 마련한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제페토 역시 크리에이터의 활동이 활발하다. 수백만 명의 크리에이터는 단순 아이템 제작 외에도 라이브 방송, 메타버스 웹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며 수익원을 확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제페토는 이용자가 아이템 생산과 소비를 활발히 할 수 있도록 ▲제페토월드 ▲제페토 스튜디오 ▲제페토 라이브 등을 운영 중이다. 제페토는 ‘젬’이라 불리는 자체 가상화폐를 유통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한 제페토 경제 생태계가 커질수록 제페토는 수익 증대가 가능한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2030년 세계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1조5429억달러(약 1765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제페토 기업가치 역시 우상향 중이다. 2019년만 해도 1500억원으로 불과하던 기업가치는 현재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다른 서비스로 리셀 플랫폼 ‘크림(Kream)’이 있다. 리셀은 MZ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중고의류 유통업체인 ‘스레드업’에 따르면 새 제품에 이윤을 붙여 되파는 리셀 시장 규모는 지난해 280억달러(약 32조원)에서 오는 2025년 640억달러(약 74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네이버는 스니커즈 리셀 시장 잠재성에 주목, 투자를 확대해왔다. 크림은 국내 최대 스니커즈 커뮤니티 나이키매니아 지분 100%를 80억원에 인수하며 본격적인 리셀 시장 선점의 신호탄을 쐈다. 네이버는 크림을 앞세워 글로벌 리셀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해외 시장과의 연계 작업 또한 속도가 붙고 있어 이른 시일 내 유니콘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크림
▶‘덕심’을 잡아라, 팬더스트리의 부상 팬덤이 소비자 구매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짐에 따라 관련 산업도 힘을 얻고 있다. 주로 Z세대를 기반으로 한 팬더스트리(Fandustry)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팬더스트리란, 팬(Fan)과 인더스트리(Industry)의 합성어로, 팬덤을 기반으로 한 산업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강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K-POP 가수들을 보유한 대형 기획사 중심으로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팬 플랫폼을 확장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위버스는 방탄소년단(BTS)이 소속된 소속사 하이브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플랫폼이다. 위버스의 지난해 4분기 MAU(월간활성사용자)는 680만 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약 45%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자 수, 월간 이용자 수, 매출액 규모에선 단연 1위인 플랫폼이다. BTS 팬인 아미가 위버스 성장을 이끌었다. 이 외에도 선미,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세븐틴 등의 인기 스타들이 위버스에 들어오면서 빠르게 성장 중이다. 위버스에서만 공개하는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이후에 위버스샵을 통해 연예인 관련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자라 아더에러의 제페토 아바타.
후발주자인 엔씨소프트의 유니버스는 플랫폼 자체 세계관과 오리지널 콘텐츠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유니버스에서만 볼 수 있는 예능, 뮤직비디오, 화보 등이 제공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앱에서 팬덤 활동 미션을 수행하거나 아이템 구매 시 얻는 ‘클랩’을 온라인 팬미팅 등에 응모하는 응모권으로 교환할 수 있다. 현재 몬스타엑스, 강다니엘, (여자)아이들 등의 가수가 입점했으며, 평균 MAU는 330만 명을 기록했다.
신유영 KDB미래전략연구소 연구원은 “팬 플랫폼은 메타버스, 블록체인 기술 등을 활용한 다양한 수익모델을 추가하며 팬덤 소비의 구심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라며 “오프라인에 한정되어 있던 팬덤 소비를 실시간으로, 공간 제약 없이 가능하게 해줌에 따라 팬더스트리의 가치를 더욱 증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평가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5호 (2022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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