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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파크삼성·타워팰리스도 외면받는 경매시장, 투자자는 감정가 믿지 말고 ‘일단 대기’
입력 : 2022.10.17 14: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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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하락기에는 언제나 경매 시장이 뜨거운 관심을 끈다.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물건을 잡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가파른 금리 인상이 시작되며 부동산 경기가 식어가고 있어 이번에도 경매 시장에서 재테크에 성공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널리 퍼지고 있다.하지만 아직까지 적기가 온 느낌은 아니다. 경매 시장에서 옥석 가리기를 할 만한 시점이 오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런 움직임은 각종 지표로 확인된다.
부동산 시장의 하락세가 아파트 경매 시장에도 점점 짙어지고 있다. 지난 8월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이 지난 2019년 9월 이후 약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평균 응찰자 수 역시 지난 4월 이후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법원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8월 기준 전국 아파트 낙찰가율은 전월(90.6%)보다 4.7%포인트 하락해 85.9%를 기록했다. 2019년 9월(84.8%)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평균 응찰자 수는 5.6명을 찍어 지난 4월 8.0명 이후 4개월째 줄어드는 추세다. 낙찰률도 41.5%로 전월(43.3%) 대비 1.8%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찬바람이 불면서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도 경매 시장에서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평균 응찰자 수는 6.0명으로 전달(10.3명)과 비교하면 4.3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왔다. 인천 아파트 낙찰률은 전월(31.3%)보다 0.8%포인트 하락한 30.5%였다. 낙찰가율은 78.0%로 전월(89.1%) 대비 11.1%포인트가 내려갔다. 지방에서는 낙찰가율이 경북과 충북(4.7%포인트), 울산(1.6%포인트), 충남(1.1%포인트) 등만 지난달 대비 상승했다. 나머지 지역은 전부 하락이었다. 전북(79.7%)은 지난 7월보다 19.4%포인트 하락해 전국에서 낙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6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용면적 84㎡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두 번째 매각기일에서 감정가(23억1000만원)보다 낮은 22억5999만9999원에 매각됐다. 이 물건은 지난 8월 2일 경매 시장에 처음 나왔지만 아무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한 차례 유찰됐다가, 최저 입찰가가 18억4800만원까지 떨어지자 매각에 성공했다. 타워팰리스가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지난해 12월에는 감정가의 112%에 낙찰됐고, 2020년 10월 경매에서도 감정가의 127%에 매각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삼성 2가구는 8월 30일 열린 경매에서 모두 유찰됐다. 전용 157㎡ 물건 감정가는 51억7000만원, 전용 145㎡는 감정가 50억원으로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호가보다 4억원 이상 쌌지만 입찰자의 관심을 끌진 못했다. 강남구 도곡동 대림아크로빌 전용 173㎡는 8월 17일 진행된 경매에서 유찰됐다. 이 역시 감정가는 시세보다 4억원가량 저렴한 28억8000만원이었다. 강남구 일원동 목련타운 전용 135㎡ 역시 한 차례 유찰됐다.
서초·송파에서도 아파트가 줄줄이 유찰되고 있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청구 전용 85㎡는 8월 30일 열린 경매에서 유찰돼 10월 초 20억4000만원에 2차 매각이 진행된다. 잠실 대장 아파트 중 하나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124㎡는 지난 7월 최초 감정가(29억9500만원)보다 10억원가량 낮은 19억1680만원에 3차 경매가 진행됐지만 유찰됐다.
본격적인 부동산 하락기에 접어들었는데 왜 경매 시장은 싸늘하기만 할까. 이는 부동산 하락기에 접어들더라도 경매 시장이 각광받기까지는 적잖은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감정가 측면에서의 시차다. 지금 경매 시장에 오른 물건들은 6개월~1년 전 문제가 발생한 매물들이다. 따라서 감정가는 시장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던 과거 시점 가격이 반영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감정가 수준에서 입찰을 받으면 ‘바가지를 쓴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감정가 대비 소폭 낮은 가격에 매물을 사더라도 급매물 대비 더 비싸 보이는 효과를 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입찰을 하려는 사람들이 크게 줄고 그에 따라 낙찰률도 바닥을 기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아직 하락이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다는 심리적 시차다. 경매 시장에서 경쟁자를 이기기 위해 높게 입찰가를 쓰려면 부동산을 낙찰받아 적잖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 한창 진행 중이고, 하락하고 있는 부동산 사이클이 언제까지 진행될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적절한 입찰가를 계산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웬만한 가격이 아니면 입찰을 하지 않으려는 심리가 시장 전반에 퍼져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당분간 경매 시장에서는 관심을 끊어야 하는 것일까. 전문가들 의견은 다르다. 당분간 경매 시장에서 눈여겨볼 상품은 아파트가 아니라 상가 쪽이라고 전망한다. 아파트는 사정이 어려운 집주인이 ‘급매’라는 형태로 집을 내놓을 수 있는 길이 있다. 필수재인 집은 늘 대기수요가 있다. 예비매수자의 예상 매수가보다 확 떨어진 가격으로 매물을 내놓으면 시장에서 집을 처분할 수 있다.
부동산 경매 법정
기존에는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라도 있었지만 최근엔 이마저도 사라졌다. 그래서 시장에서 매물이 소화되기 힘든 구조다. 결국 끝까지 버틴 매물 일부가 경매 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이다. 옥석 가리기를 할 수 있는 능력만 있다면 꼬마빌딩이나 구분상가를 이참에 매입하는 것도 대안이다. 이런 경향은 경매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일단 낙찰률 측면에서는 꼬마빌딩이 돋보인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8월 서울에서 감정가격이 75억원 이하인 근린상가(꼬마빌딩)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92%였다. 같은 기간 상가 전체 낙찰가율 84%를 웃도는 수치를 기록했다. 낙찰률(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도 꼬마빌딩이 60%으로 전체 상가(31%)에 비해 두 배가량 높았다. 평균 응찰자 수도 꼬마빌딩이 2.3명으로 상가 1.83명보다 많았다.
8월 경매에 나온 마포구 구수동 토지면적 290㎡짜리 건물은 5명이 경합을 벌인 끝에 37억1900만원에 낙찰됐다. 지하철 6호선 광흥창역 역세권에 속한 건물로 8월 기준 서울에서 가장 많은 응찰자가 몰린 꼬마빌딩이었다. 관악구 신림동 꼬마빌딩(토지면적 260.8㎡)의 경우 8월 경매로 나오자마자 37억90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108.22%였다. 경전철 신림선 서원역이 가깝고 건물 앞에는 도림천이 있는 등 입지가 좋아 높은 가격에 팔린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경매 시장에서 각광받는 구분상가도 눈여겨볼 만하다. 구분상가는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작아 많게는 3~4차례 이상 유찰되기도 한다. 감정가 대비 큰 폭으로 떨어진 구분상가를 저가에 매입해 상대적으로 높은 임대수익률을 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상가를 낙찰받아 우량 임차인을 구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몇 년 전 개인이 직접 NPL을 매입할 수 있는 길이 사라지면서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NPL 투자 길은 크게 좁아진 상태다. 법인명의를 빌려 NPL 매입을 해야 하는 등 여러 제약조건이 생겼다. 하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사업가라면 NPL를 통해 큰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자 부담으로 무너진 개발 사업 토지를 NPL 형태로 인수해 다시 사업을 일으키는 것이다.
하지만 NPL 투자는 매우 고도화된 지식이 필요해 관련 전문가와 여러 차례 상담에 나서야 한다. 경매 시장의 꽃이라 불리는 명도 과정도 염두에 둬야 한다. 명도란 낙찰받은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는 소유자, 세입자 등을 내보내는 과정을 말한다. 경우에 따라 낙찰받은 집에 사는 세입자가 과도한 이사비를 요구하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낙찰가가 임대보증금을 밑돌아 보증금 상황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명도 과정에서 잡음이 생길 가능성이 확 올라간다. 이 경우 최후의 수단인 강제집행을 통해 세입자를 내보내야 할 경우도 있다. 명도가 늦어져 발생하는 불이익 등을 고려하면 세입자와 협의를 통해 이사비를 지급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물론 과도한 이사비를 요구하는 경우 이를 들어줄 의무는 없다. 법대로 처리하는 게 손실을 줄이는 지름길이다.
[홍장원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5호 (2022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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