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두규의 권력과 風水] 아모레퍼시픽, LG유플러스, 하이브… 용산 갈룡음수 명당의 승자는 누구?

    입력 : 2022.10.14 14:08:16

  • 2022년 8월 17일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모 신문사 주최 ‘국민심서 발표대회’가 있었다.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에 대한 전문가 의견발표장이었다. 이날 조남준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서울도시개발 성과를 간략하게 소개하였다.

    “마곡, 문정·장지 지구는 개발 완료되었고, 뚝섬지구는 공원화가 되었고, 마지막으로 개발해야 할 땅이 용산입니다.”

    대통령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되면서 용산 개발에 관심이 높아진 탓인지 많은 대기업 ‘부동산팀’들뿐만 아니라 담당 기자들이 발표에 귀를 기울였다. 용산이 당분간 ‘핫플레이스’가 될 것은 분명하다. 이번 글은 용산에 둥지를 튼 대기업 사옥들의 풍수를 주제로 한다. 3가지 문제의식을 전제한다. 첫째, 용산 풍수는 어떠한가? 둘째, 사옥 건물 모양(家相)과 풍수는 어떤 관계인가? 셋째, ‘미술 장식품 설치’ 규정에 따른 사옥 앞 ‘야립(野立) 간판’은 풍수상 어떤 의미가 있는가?

    LG유플러스 용산 사옥
    LG유플러스 용산 사옥
    ▶용산은 천원(天元)의 땅 조선왕조의 도읍지 ‘한양’과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외연과 중심지가 다르다. 한양은 북악산·인왕산·남산·낙산으로 둘러싸인 공간을 말하며, 그 핵심은 경복궁·청와대 일대이다. 반면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한강을 중심으로 강남과 강북을 아우르는 거대한 영역이다. 이곳의 중심지는 어디일까? ‘행정의 달인’으로 알려진 고건 전 총리 때의 일이다. 서울시장 재직 시절 그는 용산의 진가를 알아보았다. 용산을 서울의 “천원(天元·바둑판 한가운데)의 땅”으로 보았다. 서울시청을 이곳으로 옮기려 하였다. 지하철 6호선이 건설 중일 때 그는 ‘녹사평역’을 가장 깊고 크게 만들게 하였다. 미군기지로 연결되는 지하철 출입구(현재, 폐쇄)도 만들었다. 그러나 미군기지 이전의 지지부진으로 고 시장의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다.

    용산 풍수에 관심을 가진 또 한 명이 있었다. 다름 아닌 문선명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였다. 김정호가 1840년대에 그린 ‘수선전도(首善全圖)’를 보면 삼각지와 한강대교 북단 사이에 ‘瓦署(와서)’라고 표기된 부분이 있다. ‘와서’는 조선왕조에서 관용 기와를 담당하는 관청이었다. 백두대간이 도봉산→삼각산→인왕산→남산→둔지산을 거쳐 달리다가 한강을 마주하여 더 이상 달리지 못하고 멈춘 곳이다. 목마른 용이 물을 마시는 형국, 즉 갈룡음수형(渴龍飮水形)이다.

    “문선명 총재는 생전에 이곳이 길지임을 알고 일대를 330억원에 사들였다. 그곳에 세계일보 사옥과 신전 천복궁(天福宮)을 지었다. 그 가운데서도 진혈처로 여긴 천복궁을 빼고 나머지 땅은 3000억원에 되팔았다. 그 돈으로 용평리조트를 구입하였는데 현재 시가 1조원으로 추정한다.”(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

    ‘와서’터 일대에는 천복궁 말고도, LS용산타워, 아모레퍼시픽, BTS가 둥지를 튼 하이브(HYBE) 빌딩, LG U+ 등 대기업 사옥이 자리한다.

    사진설명
    ▶사옥의 가상(家相)과 풍수 흥미로운 것은 이곳에 자리한 ‘LS용산타워’이다. LS용산타워를 처음 건축한 주인공은 지금은 사라진 ‘국제그룹’이다. 국제그룹은 1980년대의 대기업이었다. 1984년 ‘국제센터빌딩’을 지었으나 1년 만에 그룹이 해체되는 비운을 맞는다. 풍수상 건물모양이 흉상(凶相)이란 소문이 한때 돌았다. 허허벌판에 고층건물이 들어서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풍수상 이상적인 건물 모양은 ‘첨원방정(尖·圓·方·正)’이다. 뾰족하고 둥글고 네모나면서 반듯한 건물 모양을 말한다. 기울고 한쪽이 비어있고 깨져있어(欹·缺·破) 보기에 불안한 건물들을 흉상이라고 말한다. 풍수 고전 <양택십서(陽宅十書)>는 ‘大形不善 內形得法 終不全吉’이라 말한다. ‘건물 전체 모습이 아름답지 못하면 내부가 풍수에 맞더라도 끝내는 길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러한 소문이 한동안 돌다가 사라졌다. 이유가 무엇인가? 주변에 더 높은 빌딩들이 들어섰다. 흉상이 주변 건물들로 인해 가려졌다. 게다가 허허벌판에 혼자 바람을 맞던(中風) 건물을 주변 건물들이 바람막이(防風) 역할을 해주었다. 그래서 그 건물은 바람을 갈무리(藏風)하게 되었다. 주변의 변화로 인해 건물의 운명이 바뀐 대표적 사례이다.

    하이브 사옥
    하이브 사옥
    ▶야립(野立) 간판과 풍수 대부분의 빌딩 앞에는 조형물을 설치해야 한다. ‘미술장식품 설치’ 규정이다. 일종의 ‘야립(野立) 간판’이다. 그런데 그것은 풍수상 사운(社運)을 상승시키는 매체가 된다.

    중국에서 ‘살아있는 재물의 신(活財神)’, 혹은 ‘상업의 성인(商聖)’이라 추앙받는 이가 호설암(胡雪岩, 1823~1885)이다. 12살 때 항주(杭州)의 어느 전장(錢莊·금융업체)에서 허드렛일로 세상에 나선 그는 훗날 중국 최고의 거상(巨商)이 되었다. 그의 성공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었고 그 하나하나가 기업인들과 CEO들에게 금과옥조가 되고 있다. 그는 풍수를 적극 활용하였다. 그는 말한다. “점포의 외관은 사람의 얼굴에 해당하기 때문에 최대한 깨끗하고 아름답게 꾸며야 한다. 이는 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 사람은 얼굴을 보고, 나무는 껍질을 보며, 사업의 성패는 간판을 본다.”(김태성 번역, <상경>) 호설암은 말한다. “첫째 적당한 위치(의지·宜址), 둘째 깨끗하고 운치 있는 건축(정수·精修), 셋째 정교하고 단아한 실내장식(교진·巧陣), 이 세 가지만 주의하면 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간판을 통해서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업의 성패는 간판을 본다’를 설명하는 말이다.

    ‘와서’ 일대에 들어선 사옥 가운데 이상적 간판은 ‘LG U+’사옥의 ‘비상(飛上)’이란 조형물이다. 해당 조형물에 대해 LG유플러스의 ‘U+’를 용(龍)으로 형상화하였으며 (…) LG유플러스가 용처럼 비상하여 세계로 도약하는 기상을 담은 것”이란 작품설명이 조형물 앞에 새겨있다. 사옥의 ‘간판’ 가운데 아름다운 비보풍수물이다. 용산의 길지 가운데 하나가 갈룡음수(渴龍飮水) 형국인 ‘와서’터 일대이며, 대기업 사옥들이 들어선 것도 우연은 아니다.

    [김두규 우석대 교수]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5호 (2022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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