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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부는 부동산 시장 내 집 마련은 언제… 내년 5월 양도세 중과 유예 만료 전 노려볼 만
입력 : 2022.10.14 10:3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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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부동산 시장에 끝 모를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에 수요자들의 고점 인식 등이 겹치면서 하락기에 접어든 부동산 시장의 바닥이 어딘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금리 인상이 꼽힌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로 인해 한국 기준금리는 2.50%를 기록하면서 미국기준금리 상단(2.25~2.25%)과 같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향후 미국의 행보에 한국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가파르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은행은 그동안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리는 점진적 통화정책을 예고해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추가 ‘빅스텝’ 가능성에 대해 “당분간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하는 점진적 인상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예상하고 있는 경로를 벗어난 충격이 오면 원칙적으로 ‘빅스텝’을 고려할 수 있지만 지금 상황으로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에 대해 한국은행이 예상하지 못한 충격이 다가오면 얼마든지 빅스텝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준과 금리 차가 너무 커지지 않게 하기 위해 빅스텝 인상을 다시 단행할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며 “한은 기준금리에 대한 기본 전망을 10월과 11월 각각 0.5%포인트, 0.25%포인트로 수정해 연말 금리를 3.0%에서 3.25%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지난 4월 같은 전용면적 최고가와 비교해서 두 달여 만인 6월에 3억5000만원 떨어진 서울 중구 남산타운 아파트.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코픽스가 상승하면 은행은 많은 비용을 들여 돈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은행은 수익이 되는 대출금리를 올리게 된다. 2019년 6월 새로 도입된 ‘신잔액 기준 코픽스’(1.79%)도 한 달 새 0.17%포인트 높아졌다. 은행들은 이 같은 코픽스 상승을 반영해 변동형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매월 16일 인상한다.
9월 15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변동형(신규 코픽스 기준)이 4.06~6.322%를 기록했다. 고정형(금융채 5년물 기준)은 4.33~6.262%로 나타났고, 변동형인 전세대출 금리도 3.81~6.068%를 기록하는 등 최상단은 이미 6%를 넘어섰다. 금융권에서는 미국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가파르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만큼 부동산 관련 대출금리 상단이 곧 7%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담대 금리 상승은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의 부담을 큰 폭으로 증가시킨다. 가령, 지난해 8월 연 3% 금리로 4억원의 변동금리 주담대(30년 만기·원리금 균등상환)를 받았다고 가정하고 지난 1년간 신규 코픽스 상승분(1.02→2.96%)만 반영하면 대출을 받은 사람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이 경우 원리금 상환액은 월 약 168만원에서 213만원으로 45만원가량 증가한다. 연간 부담은 540만원 늘어난다.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와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은 거래 절벽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43건에 그쳤다. 이는 2006년 관련 조사 이후 최저 수준이다. 지난 8월 역시 600건에 미치지 못하는 등 거래 한파가 계속되고 있다. 좀처럼 매수에 나서는 움직임이 없는 탓에 서울 아파트 가격은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9월 2주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0.16%로 16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주간 변동률을 기준으로 하면 2012년 12월 10일 상승률 -0.17% 이후 9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폭의 하락세다. 시장에서는 하락 거래가 어느새 대세로 자리 잡았다. 시세보다 가격을 큰 폭으로 낮춘 ‘급급매’가 아니고서는 매수자들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세 하락은 가장 선호도가 높은 ‘똘똘한 한 채’ 역시 예외가 아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8월 ‘KB 선도아파트 50지수’는 전월 대비 0.72% 하락했다. 지난달 변동률 -0.24%로 2년 2개월 만에 하락 전환한 이후 하락폭이 더욱 커지면서 두 달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이 지수는 매년 시가총액(가구 수와 매매 수를 곱한 값) 상위 50개 단지를 선정해 시가총액 변동률을 지수화한 것이다. 전국의 ‘대장 아파트’ 50곳을 기준으로 시장 가격을 분석한다.
상위 50개 단지에는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경기도 과천시 ‘래미안슈르’, 부산 해운대구 ‘더샵센텀파크1차’, 부산 수영구 ‘삼익비치’ 등 부동산 가격 상승기 때 주목받은 단지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다른 단지들보다 가격 변동률이 민감한 단지들을 기준으로 분석하는 만큼 부동산 시장 흐름을 파악하는 데 용이하다는 평가다.
끝 모를 침체 속에 아파트 경매 시장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8월 전국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85.9%로 전월 90.6% 대비 4.7%포인트 하락했다. 낙찰가율 85.9%는 2019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93.7%를 기록하며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지옥션은 “한 차례 이상 유찰된 아파트 중 일부에서는 경쟁률이 높게 나타나기도 했지만 매매 시장 위축과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 부담 탓에 낙찰가율은 하락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 “내년 말까지 하락”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매일경제신문이 8월 말 부동산 시장 전문가 50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긴급 부동산 시장 점검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44%(22명)가 부동산 시장 하락이 내년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상반기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의견은 32%(16명)로 뒤를 이었고, 2024년 이후에도 하락이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6%를 기록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이사는 “매수심리가 최악으로 떨어진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금리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는 경우가 내년 상반기부터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 건설 관련 협회 임원은 “금리 변동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민감도가 예전에 비해 커졌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8·16 부동산 공급 대책’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은 것도 시장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해당 설문조사에서 8·16 부동산 공급 대책이 시장 안정에 큰 효과가 있다는 답변은 4%에 불과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구체적인 공급 지역 등이 나와야 하지만 8·16 대책에서는 그런 구체적인 내용을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시장 안정과는 거리가 멀다”고 밝혔다.
8·16 공급 대책에 포함된 270만 호 인·허가 계획이 실제로 270만 호 공급으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의 2005~2021년 연평균 주택 인·허가, 착공, 준공 물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인·허가 물량이 착공·준공 단계에 진입하기까지 약 15~18%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R114는 “정부가 계획한 270만 호 인·허가 물량에 대입해보면 준공단계까지 약 48만 호가 실체화되기 어려운 물량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매수심리가 급랭하면서 거래 절벽과 가격 하락을 불러오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하락세가 거세지면서 무주택자들이 내 집 마련을 급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내년 상반기에는 금리 인상이 어느 정도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며 “다주택자들이 내년 5월 양도세 중과 한시 유예기간 만료를 앞두고 물량을 내놓을 것을 감안하면 내년 1~2월 정도부터 주택 구입을 노려볼 만하다”고 밝혔다.
[정석환 매일경제신문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5호 (2022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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