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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러쉬(LUSH) 한국 진출 벌써 20년…매출 1000억 신화 쓴 우미령 러쉬코리아 대표
입력 : 2022.09.18 09: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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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일월드컵이 한창일 당시 28세 아가씨가 영국행 비행기를 탔다. 관광 목적이 아니었다. 그가 도착한 곳은 프리미엄 코스매틱 브랜드 ‘러쉬(LUSH)’ 본사였다.
그는 해외여행 중 러쉬를 처음 접했다. 동물실험 금지, 친환경을 넘어 천연 재료만 사용한다는 ‘외고집’ 철학에 매료됐다. 그길로 보석 관련 일을 접고 혈혈단신 영국으로 가서 한국 사업권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한국 판권을 노리는 곳은 그만이 아니었다. 국내 대기업을 포함해 경쟁사만 5곳이었다.
하지만 그의 열정을 꺾지 못했다. 러쉬 본사 매장에서 비누, 목욕 제품을 만드는 데 동참하는가 하면 무급으로 판매 이벤트에 참여하는 등 열의를 보였다. 결국 영국 본사는 그의 손을 들어줬다. 그렇게 러쉬는 2002년 말 서울 명동에 첫 매장을 열게 됐다. 이후 직영점만 70여개,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브랜드로 우뚝 성장했다. 올해 20주년을 맞게 된 러쉬코리아의 우미령 대표 스토리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미령 러쉬코리아 대표. (러쉬코리아 제공)
Q. 20주년이 됐다니 놀랍네요. 러쉬코리아 시작할 때랑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죠.
네. 일단 고객들이 제품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기준이 다양해진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단순히 제품의 효과, 향기, 대표 성분 등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성분 하나하나 직접 공부하고 나아가 제품의 화장품 동물 실험 여부, 윤리적인 거래 과정, 브랜드의 철학과 이념까지 꼼꼼히 따져요. 한 사례로 러쉬가 국내에 소개된 초창기에는 ‘이번 신제품은 비건(채소, 과일, 해초 따위의 식물성 음식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철저하고 완전한 채식주의)입니다’라고 하면 당시에는 ‘비건 화장품’이 너무나 생소해서 제품 설명하는 데 한창 시간이 걸렸어요. 지금은 ‘러쉬 전 제품의 약 95%은 비건입니다’라고 소개하면 끄덕이는 고객이 더 많죠. 일상 언어가 됐으니까요. 러쉬 입장에서는 아주 기쁜 일입니다. 러쉬가 하고 싶은 말에 귀 기울여주는 고객, 시장이 열렸으니까요.
러쉬코리아 최근 실적. (러쉬코리아 제공)
Q. 화장품 회사인데 콘서트, 사회적 캠페인 등 색다른 시도를 많이 한다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기억에 남는 이벤트가 있었다면.
‘냄새나는 콘서트 3.5’입니다. ‘냄새나는 콘서트3’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한 달 뒤에 열렸습니다. 당시 국민 정서가 상당히 어두웠습니다. 콘서트들이 줄줄이 미뤄지거나 취소되는 상황이었죠. 러쉬의 콘서트는 노는 것이 주목적이 아닌 러쉬가 관심을 갖는 사회적 캠페인, 메시지가 전달되기를 바라서 기획된 겁니다. 그래서 예정일 대비 며칠 미룬 끝에 강행했습니다. 콘서트 진행팀과 연계된 여러 중소기업 사정도 걸려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몰리며 일부 관객이 입장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다음 날 전 임직원이 모여 일일이 전화로 사과 안내를 드렸습니다. 회의 끝에 이분들만을 위한 콘서트를 다시 열기로 결정했습니다. 비용은 이중으로 발생됐지만 러쉬코리아의 저력과 강점, 고객을 대하는 자세 모두를 보여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발달장애 작가 작품으로 매장을 꾸민 러쉬 '아트페어'. (러쉬코리아 제공)
Q. 앞으로 러쉬코리아는 어떤 회사로 기억되게 하고 싶으신가요.
궁극적으로 되고 싶은 회사는 성공한 회사가 아니라 ‘좋은 회사’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경영을 고집하고 러쉬스러운 앞으로의 건강한 100년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혁명을 일으키는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나아갈 것입니다.
올해 한국 진출 20주년이 된 러쉬코리아. 10월 14일부터 3일간 성수동에서 ‘러쉬코리아 20주년 쇼케이스’를 진행하며, 11월엔 공간을 대여하여 작품 전시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러쉬코리아 제공)
[박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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