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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우의 명품 와인이야기] 명품 회사가 만드는 명품 화이트 와인 아이슬 빈야드 소비뇽 블랑
입력 : 2022.08.04 15:3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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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급 화이트 와인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프랑스의 부르고뉴에 위치한 뫼르소나 퓔리니 몽라셰 마을의 유명 생산자의 와인들은 통관이 되는 즉시 팔려나가는 것이 보통이다. 워낙 생산량이 적은 데다 코로나 기간 동안 와인 소비가 증가한 것도 이유가 될 것 같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고급 화이트 와인들은 유통업자들에게 큰 짐이 되었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 비해 와인 시장이 매우 작았고, 그나마 레드 와인에 대한 선호가 10 대 1 정도로 압도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와인 애호가들의 믿음에 의하면 와인을 즐기면 즐길수록 레드 와인보다 화이트 와인, 화이트 와인에서 다시 샴페인으로 발전해간다고 한다. 와인은 그 색깔에 따라 각자의 역할이 다르지만, 대체로 와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일수록 레드 와인을 선호하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 와인 시장이 성장하면서 소비자들의 눈높이도 많이 높아졌다. 지금은 화이트 와인 대비 레드 와인의 선호도가 3 대 1 정도로 줄어 와인의 종류별 소비가 다양화되었다.
소비뇽 블랑은 재배하기가 쉽고 성장기간도 짧아 농부들이 선호하는 포도 품종 중 하나이다. 평범한 소비뇽 블랑의 경우, 추수하고 발효를 끝낸 뒤 바로 판매가 가능한 장점도 있다. 소비뇽 블랑으로 만든 와인은 산도가 높고 독특한 향기가 있어 와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다른 포도 품종에 비해 구분하기 쉽다. 저렴한 소비뇽 블랑은 신선한 잔디의 냄새가 나고, 고급 소비뇽 블랑은 마치 향수 냄새를 연상케 하는 매력적인 아로마를 낸다.
샤토 오브리옹 외에도 많은 보르도의 고급 와인 생산자들이 소비뇽 블랑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들을 생산하는데, 같은 5대 샤토인 샤토 마고와 샤토 무통 로칠드, LVMH에서 소유한 샤토 슈발 블랑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비싼 소비뇽 블랑은 미국에서 2010년 빈티지로 처음 출시된 ‘스크리밍 이글 소비뇽 블랑’으로 샤토 오브리옹 블랑의 5배가 넘는 가격에 판매된다.
미국에서는 매년 소비뇽 블랑의 소비가 크게 늘고 있다. 2011년에 7만9000톤이었던 소비뇽 블랑의 생산량이 2021년에는 13만 톤으로 거의 2배가량 증가했다. 미국에 처음 소비뇽 블랑이 인기를 끌게 된 계기는, 미국 와인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로버트 몬다비가 1968년 ‘퓌메 블랑’이라는 이름으로 소비뇽 블랑 와인을 출시하면서다. 퓌메 블랑의 성공은 몬다비의 이름을 알리는 데 중요한 재정적 배경이 되었다.
1990년 밀트 아이슬로부터 포도밭을 인수한 바트 아로호는, 2013년 이 포도밭과 함께 와이너리 전체를 명품 브랜드 구찌를 소유한 프랑수아 피노에게 다시 넘기게 된다. 아이슬 빈야드 소비뇽 블랑은 어리게 마셔도 훌륭한 맛이 나고 몇 년 숙성한 이후 마셔도 뛰어난 맛을 내는 매우 현대적인 와인이다. 아이슬 빈야드 소비뇽 블랑의 매력적인 꽃향기와 긴 여운은 염소 치즈와 소비뇽 블랑의 전통적인 페어링을 가장 잘 보여준다.
[이민우 와인 칼럼니스트]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3호 (2022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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