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정 vs 변동금리 대출 득실 따져보니…

    입력 : 2022.08.02 14:17:13

  • 금리는 어디까지 오를까. 빅스텝, 자이언트스텝에 이어 ‘울트라스텝’ 이야기까지 나왔다. 미국 기준금리를 각각 0.5%P, 0.75%P, 1%P 올리는 경우를 일컫는 용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금통위에서 0.5%P 인상을 단행하면서 우리나라 기준금리도 2.25%까지 뛰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기준금리 상한선으로 3%를 언급하면서 향후 0.25%P씩 점진적으로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상황에 따라 0.5%P 인상이 연내 한 번 더 나올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동안 금리가 계속 오를 것이 자명한데도, 우리 가계대출 10건 중 8건은 변동금리 상품이다. 한은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의 77%가 변동금리 상품이었다. 지난달 기준금리가 0.5%P 인상되면서 가계 이자부담은 6조7000억원이나 늘어나게 됐다.

    ‘금리 인상기에는 고정금리 상품을 선택하라’라는 명제는 지금도 유효할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경우에 따라 다르다’이다. 변동금리 대출과 득실을 꼼꼼히 따져 유리한 상품을 골라야 한다.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사진 연합뉴스>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사진 연합뉴스>
    ▶변동금리와 2%P 이상 차이 나기도 금리가 뛸 것을 뻔히 알면서도 금융소비자들이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이유가 있다. 고정금리 상품 금리가 변동 상품보다 많게는 2%P 이상 높기 때문이다. 앞으로 금리가 오른다 해도 막상 2%나 높은 이자를 내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이 대출창구 관계자들의 말이다. 한 시중은행 대출 담당자는 “지난달부터 총부채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되면서 신규대출 문의 자체가 줄어든 데다, 금리가 생각보다 빠르게 오르는 분위기다보니 대출 규모도 줄었다”면서 “창구에서 상담받는 실수요자 중에서도 고정금리 상품을 선택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5월 은행이 신규 취급한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은 17.4%였다. 전달 19.2%보다 1.8%P 줄어든 것이다. 변동금리 대출은 오히려 늘어난 82.6%로, 2014년 1월(85.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5월 신규 가계대출 금리 수준을 보면 연 4.0% 이상 4.5% 미만이 15.7%로 가장 많았고, 5% 이상 상품도 11.1%나 됐다. 4.5% 이상 5.0% 미만의 금리를 적용받은 대출 비중은 8%였다.

    5월 예금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평균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전월 대비 0.09%P 상승한 연 4.14%였다. 이 역시 2014년 1월(연 4.1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연 4.5% 이상 연 5.0% 미만 금리로 대출한 비중은 1년 전보다 6배 가까이 많아졌다. 연 5.0% 이상 대출 비중도 3배가 늘었다. 연 2.5% 이상 연 3.0% 미만 금리로 대출한 가계의 비중은 올해 5월 7.3%로, 1년 전 시점 41.3%와 비교해 크게 줄었다.

    실제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차이는 회사별, 상품별로 천차만별이다. 최근에는 채권 시장이 요동치면서 일시적이나마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낮은 경우도 나오고 있다. 고정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가 하락하고 1년물 금리는 상승하면서 금리 차가 좁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 은행권과 2금융권에서는 고정금리를 훨씬 높게 매긴다. 실제 적용금리는 대출자의 소득과 신용도, 경제 상황에 따라 다르므로 당장 대출을 받아야 하는 실수요자라면 여러 금융사에서 충분히 상담한 후 결정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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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동금리 주기 최대한 길게 잡아라 고정금리냐 변동금리냐를 가르는 금리 차이는 얼마나 될까. 전문가들은 0.5~1%P 이상 차이가 날 경우 변동금리를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김미애 NH농협은행 WM전문위원은 “금리 인상기이지만 고정금리가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고정금리가 변동보다 0.5%p 이상 더 높다면 오히려 변동금리가 나을 수 있다”고 했다. 김 전문위원은 대출 시 활용할 만한 꿀팁도 알려줬다. 그는 “변동금리를 결정할 때 쓰이는 코픽스 금리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월중 신규 코픽스 금리, 혼합 기준 코픽스 금리, 월말 코픽스 금리 등이다. 이 중 월중 신규 코픽스 금리가 가장 낮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변동금리 주기는 보통 3개월, 6개월이지만 길게는 12개월까지도 있다. 변동금리 주기를 최대한 길게 잡는다면 금리 인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안심전환대출 지원 대상이 된다면 변동금리 수준으로 장기고정금리대출을 받을 수 있으므로 대상이 되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는 이달 1일 50년 만기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을 출시했다. 만 34세 이하 또는 결혼 7년 이내 신혼가구만 이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원금균등·원리금균등방식으로 상환 가능하다. 대출금리는 현재 적용 중인 40년 만기 상품 수준으로 책정했다고 주금공은 밝혔다. 7월 U-보금자리론 기준으로 보면 40년 만기 상품 금리는 연 4.83%, 50년 만기 상품은 4.85% 수준이다. 30년 만기 상품 대출금리가 연 4.8%임을 감안하면 만기가 긴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주금공에 따르면 50년 만기 정책모기지 상품을 연 4.85%, 원리금균등상환방식으로 이용하는 고객이 3억원을 대출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월상환금액은 133만원이다. 40년 만기(연 4.83%·원리금균등상환방식) 시 월상환액 141만원보다 원리금 상환 부담이 연간 96만원 줄어든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사상 처음으로 단행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사상 처음으로 단행했다. <사진연합뉴스>
    ▶만기는 무조건 30년, 40년? 문제는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어 변동금리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는 지난달 0.4%P나 오르면서 역대 최대 인상 폭을 경신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38%, 신잔액 기준 코픽스는 1.42%이다. 주담대 변동금리 상품은 6개월마다 새로운 금리를 산정해 적용하는데, 연말께에는 기존 금리보다 약 0.7%P가량 높은 금리가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담대 변동금리로 5억원을 대출받았다면 연간 부담액이 350만원이나 늘어나는 셈이다.

    아직 기존 대출자 중에서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려는 수요는 거의 없다. 최근 금리가 올라 차이가 큰 데다, 2~3%대 저금리로 대출받은 이들이 많아 아직 이자부담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고정금리 상품을 선택하더라도 만기를 길게 가져갈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특히 3년이나 5년 고정금리 적용 후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상품을 추천하는 이들이 많았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주담대를 20년, 30년씩 유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몇 년 안에 이사하거나 평수를 넓히면서 중도상환하게 된다”면서 “지금 같은 상황에서 30년 초장기 고정금리 상품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모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금리가 계속 오를 것 같지만 내년에는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3~5년 고정금리 상품도 길다고 생각해 1년 고정금리 상품을 권하고 있다”고 했다.

    중도상환 수수료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신규 대출자라면 일단 1·3·5년 고정금리 상품 중 골라서 받고, 금리 추이를 지켜보다가 중도상환 수수료 등을 고려해서 변동금리로 갈아타는 방법을 추천한다. 중도상환 수수료는 대부분 3년 이내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중도상환 수수료는 대출 보유 기한에 따라 점차 내려가는 구조인 만큼, 기존 대출자들에게도 당장 갈아타는 것을 추천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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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사 주담대에도 관심 가지자 지난 6월 주담대를 받은 40대 이 모 씨는 보험사에서 5년 고정으로 3% 후반 금리를 적용받고 만족하고 있다. 이 씨는 “은행권을 먼저 알아봤는데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너무 높았다. 보험사는 차이가 크지 않다고 해서 상담했는데,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보험사는 2금융권으로 DSR 규제 50%를 적용받아 몇 천만원이라도 더 대출받을 수 있고, 35년 만기 상품과 40년 만기 상품의 이자가 같아 은행권보다 유리하다.

    금리 확정일이 ‘대출 신청일’인 것도 장점이다. 은행권은 ‘대출 실행일’ 금리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요즘 같은 금리 인상기에는 하루 이틀 차이로 1년 이자가 몇 백만원이나 뛰는 경우도 있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7월 15일 금융통화위원회 전에 대출받으려는 분들의 상담전화가 많았다”면서 “보험사 상품은 회사별로 조건이 다양하므로, 충분한 상담을 받은 후 나에게 가장 유리한 상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금리 인상분을 이자 부담으로 전가시키지 않겠다는 정부 정책 기조도 눈여겨봐야 한다. 정부는 지난달 125조원 이상을 투입해 청년과 서민층,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대출 부담 완화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정부는 소위 ‘영끌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총 45조원을 지원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하기로 했다. 고정금리 대출 이자는 4%대 초·중반으로 예상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도 소위 ‘이자장사’를 비판하면서 은행권의 예대마진 축소를 압박하기도 했다. 은행들이 당국 눈치를 보면서 대출금리를 잇달아 내렸고, 불과 며칠 사이에 대출자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 6월 주담대를 받았다는 40대 이 모 씨는 “7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5%P 인상할 것이라는 소식에 서둘러 대출을 받았는데, 금감원장 이야기가 나오니 시중은행들이 갑자기 금리를 내리면서 3%대 대출상품이 나오더라. 조금만 기다릴걸, 후회했다”고 말했다. 최근 당국이 금리 상한형 주담대 판매를 연장하고 금리 혜택을 늘린 것도 이러한 정책의 일환이다. 은행권은 당초 지난달 15일까지 한시적으로 금리 상한형 주담대 상품을 운용할 예정이었으나, 금감원 조치로 총 11개 은행이 연장하기로 했다.

    혜택도 늘었다. 기존에는 금리 상승 제한 폭이 직전 금리 대비 연간 0.75 %P에 5년간 2%P까지만 인상하도록 돼있었다. 하지만 연장 이후에는 직전 금리 대비 연간 0.45∼0.75%P로 제한 폭이 내려가고, 가입비용도 한시적으로 면제하거나 0.2%P까지 가산하도록 바뀐다. 변동금리 주담대를 이용하던 은행에서 기존 대출에 특약을 추가하는 형태로 가입할 수 있다.

    [신찬옥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3호 (2022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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