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 식물 ‘케나프’로 기술 혁신 성공할 줄이야
입력 : 2022.07.29 10:58:52
-
‘케나프’라는 식물이 있다.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아욱과의 1년생 풀로, 양마(洋麻)라고도 부른다. 성장이 빨라 100일 정도면 높이가 최대 3m를 넘고 줄기 직경이 2㎝에 이른다. 이산화탄소 흡착 능력이 일반 나무의 다섯 배에 이르고 수질 정화 작용이 뛰어나다. 케나프 섬유는 강도가 높고 통기성이 우수해 포장지, 여과지 등 다양한 종이 원료로 쓰인다. 케나프가 목재 펄프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친환경 소재로 주목받는 이유다.
지난 5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개최된 ‘2022 자동차공학 박람회’에 케나프 소재가 소개됐다. 토요타 방직이 개발한 ‘발포 케나프 보드’로 제작한 자동차 도어트림이다. 폴리프로필렌(PP)으로 만들던 기존 제품과 강도는 같고, 30~40% 경량화를 실현했다. 케나프 보드를 활용한 도어트림은 제품 전 수명주기에 걸쳐 37%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케나프 재배 기간의 이산화탄소 흡착량과 자동차 경량화에 따른 연비 증가가 탄소 배출량을 상쇄해서다. 기술 혁신, 기술 경영의 훌륭한 성공 사례다.
기업 혁신 활동은 다양한 영역에서 진행된다. 생산 기술 품질 영업 프로세스 등 전 영역과, 일하는 방식에 걸쳐 혁신이라는 용어가 사용된다. 혁신의 본질은 해당 단위에서만의 성과 향상이 목표가 아니다. 목적은 두 가지, 코스트(비용) 리더십과 차별화다.
동일한 가치를 제공하는 경쟁이라면 낭비와 비효율을 철저히 제거해 확고한 코스트 리더십을 확보해야 이길 수 있다. 또한 경쟁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차별화된 가치, 차별화된 제품·서비스를 제공해 시장을 선점하고 경쟁 우위를 이어가야 한다.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어내는 핵심 도구가 바로 기술 경영이다. 기술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혹독한 경쟁 시장에서 차별적 우위를 만들고 지속하게 해주는 도구다.
지난 몇 년간 기술 경영 체제를 강화시켜온 A고객사가 있다. 보유 기술을 세분화하고, 요소별로 기술 수준을 냉철하게 분석해 꼭 필요한 기술을 구체화했다. 다양한 협업으로 필요성이 확인된 구체적 개별 기술을 목표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하지만 상업적인 단계로 끌어올리는 데 고민이 많았다. 기술 수준을 높였다 해도, 마지막 단계인 제품 성공까지 이르려면 마케팅 등 또 다른 자원 투입이 필요해서다. 그러나 이 기업 CEO는 혁신 성공의 마지막 단계인 ‘WPL(Winning Product Launching·일등 상품 만들기) 프로젝트’ 도전에 나섰다.
통계에 따르면 필요 기술 확보를 위한 기술 프로젝트 성공률은 80%에 이른다. 한 걸음 더 나아간 상업적 성공은 기술적 성공을 거둔 80% 가운데서도 단 20%뿐이다. WPL 프로젝트는 기술 경영 체제의 완성이 아니라 본격적인 시작점이며, 지속적 혁신을 위한 첫걸음이다. 성공만 하는 혁신은 없다. 전투력은 승리를 통해 강해지는 것이 아니다. 전우가 쓰러지고 부상을 당하고, 패배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거친다. 수많은 후퇴와 전진을 반복하는 가운데 어떤 적도 두렵지 않은 강한 전투력이 완성된다. 그렇게 강해지는 것이 전투력이고 경쟁력이다. 성공 가능성 20%는 도전할 때의 얘기다. 도전하지 않으면 성공 가능성은 “0%”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