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이 알려주지 않는 IRP 100% 활용법

    입력 : 2022.06.07 17:10:17

  • 선택이 아닌 의무다. 이제 55세 이전에 퇴직하는 모든 근로자는 퇴직연금 가입과 무관하게 퇴직금을 IRP로 이체해야 한다. 이직을 위해 퇴직할 때도 IRP 가입은 의무사항이 됐다. 기존 IRP 개설 대상은 퇴직연금 가입 기업에서 300만원이 넘는 퇴직급여를 받은 55세 미만 근로자였다.

    퇴직연금에 가입되지 않고 퇴직금 제도를 유지하는 회사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IRP 가입이 선택사항이었다. 정부는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고용노동부 소관 법령안인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 14일부터 본격 시행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퇴직금도 퇴직연금과 마찬가지로 IRP로의 이전이 의무화된다.

    이전까지 한 직장에서 평생 근무하다가 은퇴 시점에 일시금으로 퇴직금을 받게 되면 상당히 큰 액수를 받아 주택구매자금이나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이직이 잦아지면서 퇴직금의 규모도 줄어들고 관리도 쉽지 않아졌다. 실제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임금근로자의 평균 근속 기간은 5년 10개월이고, 정규직 근로자도 8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0~40대 젊은 나이에 이직이 잦아져 중간에 받은 퇴직금을 결혼이나 주택 마련, 생활비 등으로 사용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노후 대비 여력이 부족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개정안 시행을 통해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급여’를 받는 근로자라면 퇴직금을 IRP로 의무 이체하도록 해, 노후를 대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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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직금 전액 수령 불가 ‘예외 사항’은 IRP로 이체한 퇴직금은 원칙적으로 중도인출이 불가하며 법에서 허용한 사유일 경우에만 중도인출이 가능하다. 예외적으로 퇴직금 ‘전액’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퇴직금을 담보로 받은 대출을 상환하거나 퇴직금이 300만원 이하인 경우, 또 퇴직 시 나이가 55세 이상인 경우에만 일시에 현금으로 받을 수 있다.

    중도인출이 가능한 몇 가지 사례는 법으로 정했다. 먼저 본인이나 부양가족이 질병 등으로 6개월 이상 요양하는 경우, 개인회생 절차가 개시됐거나 파산선고를 받은 경우, 천재지변을 당했을 경우, 무주택자가 본인 명의로 주택을 구매하거나 임차보증금을 부담하는 경우, 사회적 재난을 당했을 경우 등이다. 중도에 찾을 수 있는 금액은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딱 필요한 금액만 찾을 수도 있고, 더 많은 금액을 찾아도 상관없다.

    중도인출 시 부과되는 세금은 인출 사유에 따라 다르다. 요양을 목적으로 찾거나 개인회생, 파산선고, 천재지변을 당했을 경우는 저율의 연금소득세(퇴직소득세의 70%)만 내면 된다. 그러나 주택 구매, 임차보증금 부담, 사회적 재난 등의 경우에는 퇴직소득세를 고스란히 내야 한다. 특별 중도 인출 사유에 해당하지 않을 때 돈을 찾으려면 IRP 계좌를 해지하고 전액을 찾는 방법밖에 없다. 이때 부담해야 하는 세금이 퇴직소득세다. 한편 요양 목적으로 돈을 찾을 때는 일정 금액까지만 연금소득세를 적용해 주고, 그 이상 찾은 금액은 퇴직소득세를 부과하니 주의해야 한다.

    ▶예금부터 해외 ETF까지 다양한 투자 IRP에 예치한 자금은 퇴직연금보다 더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예금, 저축은행 예금, 금리형 보험 등 원리금 보장 상품은 물론이고 펀드, ETF, 리츠(REITs), 자산 배분 상품 등 다양한 실적배당 상품에도 투자할 수 있다. 다만 실적배당 상품의 경우 IRP 가입 금융 회사의 업종에 따라 투자할 수 있는 상품에 차이가 크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통상 은행이나 보험사보다는 증권사가 투자 가능 상품이 많은 편이다. 펀드는 전 금융사에서 투자가 가능하다. 그러나 보험상품은 보험사에서만 투자할 수 있으며 ETF, 리츠 등 주식거래소에서 매매되는 상품의 경우 증권사만 가능하다. 최근 일부 은행에서 IRP 계좌의 ETF 매매가 가능해졌지만, 실시간 매매가 불가능하고 신탁수수료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등의 제한사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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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판매되고 있는 모든 펀드 및 ETF를 전부 IRP에서 가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펀드나 ETF 중에서 파생상품 위험평가액이 40%를 초과하는 경우 IRP에서는 가입할 수 없다. 달러 선물 ETF, 원자재 펀드 및 ETF 등이 대표적이다. 인버스나 레버리지 ETF도 투자할 수 없다. 두 ETF 모두 빠르게 단기 매매를 하는 투자자들이 많이 활용하는 상품 특성으로 장기 투자가 필수인 IRP 계좌에서는 매매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위험자산 투자 한도가 있다는 것도 주의할 부분이다. IRP는 전체 자산의 70%까지만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나머지 30%는 원리금 보장 상품이나 채권형 펀드, 채권혼합형 펀드, TDF 등에 투자해야 한다. 만약 70%까지 한도를 채워서 위험자산을 매입한 이후 자산 가격이 상승해 위험자산 비율이 그 이상으로 올라가면 그 이후 추가로 위험자산을 매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퇴직금은 세액공제 대상 X 세금이연 O IRP를 세액공제용 절세상품으로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IRP의 세액공제는 본인이 추가로 적립한 금액에만 적용된다. 즉 퇴직급여 입금액은 세액공제 대상이 아니다. 세액공제 효과는 가입자의 소득에 따라 차이가 난다. 총급여가 5500만원이 넘거나 종합소득금액이 4000만원을 초과하는 가입자는 납입금액의 13.2%(지방소득세 포함)를 공제해 준다. 총급여 5500만원 이하 혹은 종합소득금액 4000만원 이하인 가입자는 세액공제율이 16.5%다. 세액공제 한도인 연간 700만원까지 낸 사람의 경우 115.5만원(=700만원×16.5%)을 환급받는다. 같은 금액을 저축하고 더 많은 세금을 돌려받는 셈이다. 만 50세 이상인 사람은 세액공제 한도가 200만원 더 늘어 연간 9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이 혜택은 2022년 말까지만 유지된다.

    또한 연금저축과 IRP 두 연금계좌를 활용하는 경우 넣은 돈을 합쳐 700만원까지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다만 연금저축에 넣은 돈은 연간 400만원까지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즉 연간 700만원을 꽉 채워서 세액공제를 받고 싶다면 적어도 300만원은 IRP에 납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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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돈 활용계획 있다면 신규계좌로 IRP로 자금을 찾는 시점 이후에 목돈을 활용할 일이 예상된다면 별도의 IRP 계좌를 개설해 이체하는 것이 유리하다. 최근에는 퇴직급여 수령과 상관없이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나 투자수익에 대한 과세이연 목적으로 IRP에 가입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이러한 목적으로 기존에 IRP 계좌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라면 이직 시 받은 퇴직급여를 해당 계좌에 입금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IRP는 부분 인출이 어려운 만큼 퇴직급여를 기존 IRP 계좌에 입금했다가 급하게 돈이 필요해 찾으려면 퇴직급여뿐 아니라 스스로 넣었던 돈과 운용수익까지 한꺼번에 다 찾아야 한다.

    이 때 퇴직급여는 퇴직소득세를 내면 되지만, 세액공제 받은 돈과 운용수익의 경우 16.5%의 기타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퇴직급여를 입금했다가 나중에 찾을 가능성이 있다면 처음부터 별도의 IRP 계좌를 추가로 만들어 받는 것이 낫다. 이렇게 하면 퇴직급여가 들어 있는 IRP 계좌만 해지하고, 기존에 운용하던 계좌는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유념해야 할 사항은 IRP 계좌는 금융 회사별로 1인 1계좌만 개설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미 기존 IRP 계좌가 있다면 다른 금융 회사의 계좌 개설이 필요하다.

    목돈을 찾아야 하면 또 고려해야 할 사항이 바로 인출 순서다. 어떤 돈이 먼저 인출되는지에 따라 세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IRP 계좌에서 돈이 인출될 때는 가입자에게 세금 부담이 제일 적은 돈이 먼저 인출되는 것으로 가정하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세액공제 받지 않은 본인부담금, 퇴직급여, 세액공제 받은 본인부담금과 운용수익 순이다. 세액공제 받지 않은 본인부담금이란 IRP에 가입자가 직접 입금한 돈 중 연말에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부분을 말한다. 세액공제 한도 이상으로 돈을 입금했거나 세액공제 신청을 하지 않으면 발생한다. 이 돈에 대해서는 찾을 때 세금을 내지 않는다. 퇴직급여의 경우 퇴직소득세를 내야 한다. 무주택자의 주택 구매는 중도인출은 허용하지만, 연금소득세 부과 사유는 되지 않기 때문이다.

    윤치선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연구원은 “세액공제 받은 본인부담금과 운용수익은 16.5%의 높은 세율로 기타소득세가 세금이 매겨진다”며 “세금을 줄이고 싶다면 세액공제 받지 않은 본인부담금과 퇴직급여까지만 찾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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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대면 계좌 활용 수수료 낮추기 장기투자 상품은 수수료가 수익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퇴직연금의 한 유형인 IRP 역시 수수료가 있다. 수수료는 자산관리수수료와 운용관리수수료로 나뉘는데, 가입자 입장에서는 이 두 수수료를 합친 수치를 보면 된다. 통상 IRP 수수료는 0~0.51% 정도며, 금융 회사별로 다르다.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통합연금포털 사이트에 들어가서 ‘연금상품 비교공시-퇴직연금-맞춤형 수수료 비교’ 카테고리를 클릭하면 금융 회사별 IRP 수수료를 조회해볼 수 있다.

    최근 들어 금융 회사 간 IRP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수료는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2021년 말 기준 증권사는 0.0~ 0.3%, 은행은 0.18~ 0.3%, 생명보험사는 0.21~ 0.51%, 손해보험사는 0.16~ 0.46% 정도다. 다만 금융 회사별로 수수료율은 다 다르며, 스마트폰 등을 통해 비대면으로 IRP 계좌를 개설하는 경우 수수료를 아예 면제해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각 금융 회사 홈페이지에서 세부 수수료 기준을 알아보는 편이 좋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1호 (2022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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