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로플레이션시대 수익 올리는 비법] PartⅠ ‘밀컨 콘퍼런스’서 본 서학투자 길잡이… 주식·채권 약세, 시장 지배력 갖춘 B2B 기업 주목
입력 : 2022.05.31 17:43:06
-
“엔데믹과 리바운드의 계절,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지만 분명 ‘돈 벌 기회’는 있다. 당분간 몸을 낮추고 조용히 ‘돈의 길목’을 지키자.”
올해처럼 재테크 전략 짜기 힘든 때도 없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지금이 명백한 ‘위기’라고 진단하면서도 잘 대비하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자산의 거품이 해소된 이후, 경쟁력과 소유 가치가 높은 자산을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반등이 일어날 것이라는 진단이다. 당장 돈을 묻어둘 곳으로는 에너지와 금융주, 인프라스트럭처 관련 자산 등이 꼽힌다. 전통적 안전자산인 달러와 금 선호 현상도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자산은 당분간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면서 부침이 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재테크의 방향을 가늠하기 위해 지난 5월 12~14일 사흘간 열린 ‘2022 서울머니쇼’와 미국의 다보스 포럼이라는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2022’에서 제기된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리하고 저성장·고물가 시대에 꾸준한 수익을 올리기 위한 대체투자 상품들을 살펴본다. <편집자> 전 세계 경제가 물가 급등 속에서 경기가 침체되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조짐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0.5%p라는 ‘빅스텝’ 금리 인상에도, 물가는 여전히 높은 데 반해 경기는 식어가고 있다는 염려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현재 경제 상황을 성장률이 둔화되는 가운데 물가만 상승하는 이른바 슬로플레이션(slowflation)으로 분석한 바 있는데, 이제는 고용·산업 생산·소득에도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대목이다. 세계 경제에 몰려오는 위기 앞에서 어떤 투자 전략을 갖고 움직여야 할까. 지난 5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2022’에서 나온 글로벌 투자자들의 메시지를 집중 분석했다.
(왼쪽부터) 리처드 헌터 피치 최고신용책임자, 칼 마이어 실버록파이낸셜 CEO, 트레이시 앨러웨이 블룸버그 마켓 편집장 등 <사진 연합뉴스>
변동성에 대한 염려감도 크다.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는 “오늘날 시장은 지난 10년간 한 번도 보지 못한 변동성을 목격하고 있다”면서 “채권과 주식 가격이 동반 하락했던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은 주식이 하락할 경우 채권 매입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미래가 불투명하다 보니 현금 비중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자산관리사인 TCW그룹의 브라이언 훨런 최고투자책임자는 “상황이 코로나19 발발 초기로 돌아가고 있다”면서 “현재는 (수익률을) 방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케네스 그리핀 시타델 CEO는 “물가 상승률이 현재 수준인 8.5% 선에서 유지된다면 연준이 급격히 금리를 인상하면서 경기를 침체에 빠뜨릴 것”이라며 “반면 물가 상승률이 연내에 4% 정도까지 하락한다면 긴축을 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콘퍼런스에선 시장의 염려감이 지나치다는 반론도 있었다. 이규성 칼라일그룹 대표는 “세계 경제는 이미 떼려야 뗄 수 없을 정도로 연결돼 있다”면서 “지정학적 긴장을 관리하는 것이 문제일 수는 있지만, 세상이 분리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실용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또 그는 “현재 시장 상황이 시사하는 것보다 훨씬 더 탄력적인 성과가 있다”면서 “우리는 전 세계에 걸쳐 300개 이상 기업에 투자를 했는데, 지난 1분기 포트폴리오에서 지속적인 성장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ESG 비중 더 높아질 것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를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행위다. 미래가 불투명하다 보니 사람들이 현금을 움켜쥐려고 하는 데 반해 증시나 채권에 몰려오는 유동성은 적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희일비하지 말고 보다 넓은 시각으로 미래를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헤지펀드인 캐니언파트너스의 조슈아 프리드먼 설립자 겸 공동 CEO는 “많은 사람이 연준의 정책이 경기 침체를 부추길지, 경기 침체는 얼마나 심각할지, 그 침체는 어떤 의미를 갖게 될지 궁금해 한다”면서도 “하지만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연준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측은 매우 어려운 영역”이라며 “짧게는 일주일의 움직임, 나아가서는 1년 수준의 움직임에 대해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앤서니 요셀로프 데이비드슨켐프너 최고투자책임자는 “현재 상황은 미국인들이 선호했던 50개 종목을 뜻하는 니프티 피프티(Nifty Fifty) 주식들이 1970년대 들어 폭락한 것과 비슷한 것 같다”면서 “핵심은 장기 투자를 할 수 있느냐”라고 강조했다. 그는 “니프티 피프티가 다시 손익분기점을 회복하는 데 8년이 걸렸다”면서 “타이밍에 집착하다 보면 결국 안 좋은 시점에 투자를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투자를 하면 순풍도 있고 역풍도 있다”면서 “결국 긴 관점에서 투자를 하고 그런 방향에서 정답을 찾아야만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대체투자를 비교적 선호했다. 케이티 코흐 골드만삭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공포를 조장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미국은 경기 침체를 겪을 것인데, 다만 그 깊이가 얕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인플레이션으로 향후 1년간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서서히 둔화될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투자수익률이 갈수록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인플레이션→소비 여력 둔화→생산 감소→주가 하락’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특히 코흐 CIO는 지난주 채권과 주식 가격이 동반 하락한 것에 대해 “60·40 포트폴리오 법칙이 흔들릴 수 있다”고 염려했다. 60·40 포트폴리오 법칙은 자산을 주식 60%, 채권 40%로 배분해 변동성을 최대한 줄이는 전략이다.
그는 “주식과 채권의 동반 하락으로 주요 투자자들이 대체투자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면서 “우리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기업에도 투자하고 있지만 대체에너지 생산 기업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주식·채권·외화와 같은 전통적인 투자처에서 눈길을 다른 곳으로 옮기라는 메시지다. 닐 윌슨 EJF캐피털 공동 최고경영자(CEO) 역시 “전통적인 월가 투자 영역에 벤처투자 자금이 몰려들고 있으며 반대로 대체투자 영역에는 월가가 진출하고 있다”면서 “향후 어느 쪽이 더 좋은 성과를 내는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 시장에서 ESG(환경·책임·투명경영) 비중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블랙록의 대체투자 부문을 이끄는 에드윈 콘웨이 대표는 “많은 투자자가 이제는 환경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 행보에도 전 세계 금융사들은 탄소중립을 위한 프로젝트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만약 전통적인 주식을 선호한다면 물가 상승분을 다른 기업에 전가할 수 있는 이른바 ‘가격 결정력’이 있는 기업들을 눈여겨보라는 메시지가 있었다.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기업은 가격 인상이 어렵지만 기업 간 거래(B2B) 기업은 인상이 비교적 용이하다는 설명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인플레이션에 대항력을 갖춘 미국 상장사 7곳을 추천했다. ▲석유 시추 기술 업체 베이커 휴즈 ▲전기차 구동계 업체 보그워너 ▲금 생산 업체 뉴몬트 ▲유리 기판·광섬유 업체 코닝 ▲무선 통신 네트워크 업체 아메리칸타워 ▲반도체 수율 모니터링 업체 KLA ▲첨단 소재·화학 업체 이스트먼 케미컬 등이다.
부동산 성장세는 비교적 견조할 것으로 예측됐다. 미국 내 부동산 투자로 유명한 스타우드캐피털그룹의 배리 스턴릭트 회장은 “공급망 대란으로 벌어진 건설비용 상승과 이에 따른 공급 제한이 부동산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다”면서 “시장이 인플레이션과 이자율 상승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적정 부동산 투자처에 대해 리조트, 호텔, 고급 사무실, 공유 오피스 등을 꼽았다. 경제가 침체되더라도 코로나19가 종식되는 이른바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당분간 이들 분야는 수요가 견조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지역으로는 유럽, 이 가운데서도 영국을 꼽았다. 다만 수년에 걸쳐 가격이 급등한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은 사무실·호텔을 중심으로 둔화 또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미국 고급 주거용 부동산 개발 업체인 코코란의 패멀라 리브먼 CEO는 부동산 상승세가 지속되면 사회적 갈등이 깊어질 것이라고 염려했다. 그는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임대 가격이 곳곳에서 폭등하고 있다”면서 “마이애미와 오스틴 그리고 뉴욕 집값이 폭등해 세입자들이 매년 새집을 구해 외곽으로 이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애미는 올 들어 월세 가격이 전년 대비 50% 급등했다. 리브먼 CEO는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집을 소유한 계층과 그렇지 않은 계층 간 심각한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수·합병(M&A) 시장은 강력한 수요와 사모펀드가 보유한 막대한 현금에도 불구하고 리스크를 줄이려는 움직임에 그 규모가 축소될 전망이다.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로펌인 설리번앤드크롬웰의 멜리사 소여 M&A 책임자는 “올 들어 M&A 거래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면서 “많은 투자자가 가까운 시일 내에 더 큰 폭으로 축소될지 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440억달러)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87억달러)와 같은 초대형 M&A가 시야를 흐린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초까지 누적 M&A 금액은 1조1000억달러(약 1390조원) 규모로 전년 대비 약 9.5% 감소했다. 케
빈 셜록 뱅크오브아메리카 공동대표는 “변동성은 M&A 규모를 줄이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투자의 구루’로 불리는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은 긴 호흡으로 시장을 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거시경제 전망만 보고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막스 회장은 “일하는 방식이 바뀌고 경제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것들이 모여서 불확실성을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분석할 것을 주문했다. 미 연준이 코로나 발발 직전인 2018년 금리를 인상했을 당시 주식 시장이 20% 가까이 폭락했는데, 올 들어서도 20% 이상 급락한 것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막스 회장은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큰 원칙을 항상 마음에 두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평균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려고 섣불리 시장에 덤비지 말고, 사이클을 분석해 저점 매수 기회를 찾으라는 조언이다.
[이상덕 매일경제 실리콘밸리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1호 (2022년 6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