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 속속 가세… 매트리스 시장에 무슨 일이

    입력 : 2022.04.26 15:50:59

  • 국내 가구·인테리어 업계 1위 한샘과 유통공룡 현대백화점그룹이 침대·매트리스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면서 에이스·시몬스 양강 구도가 흔들릴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침대·매트리스 시장은 최근까지 형제기업인 에이스·시몬스침대가 양강을 형성하고 있었다. 에이스침대는 창업주 안유수 회장의 장남 안성호 대표가, 시몬스는 차남인 안정호 대표가 경영을 맡았다. 현재 창업주 2세 형제들의 지분을 보더라도 에이스침대는 안성호 대표가 최대주주로서 74.56%를 가지고 있다. 안정호 대표의 경우는 시몬스 지분 100%를 전량 소유한 유일 주주다. 두 기업의 국내 침대·매트리스 시장 점유율은 40%에 이른다.

    두 회사는 뿌리가 같지만 업계 1위 자리를 두고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시몬스 침대가 매출 2000억원을 넘어선 지 2년 만에 3000억원을 돌파하며 에이스침대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에이스침대 역시 프리미엄 침대 제품을 앞세운 고급화 전략을 앞세워 선두 자리 지키기에 한창이다.

    한샘 포시즌.
    한샘 포시즌.
    업계에 따르면 에이스와 시몬스침대는 지난해 매출 3000억원을 돌파했다. 에이스침대는 연결기준 매출 3464억원, 영업이익 768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9.6%, 55.6% 증가한 수치다.

    시몬스 침대는 지난해 매출 305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2.5% 성장했다. 2019년 처음으로 매출 2000억원을 돌파한 뒤 2년간 1016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비 25.2% 성장한 18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6.0%로 전년보다 0.6%포인트 증가했다.

    시몬스침대는 2020년부터 국내 침대 시장 부동의 1위 에이스침대를 맹추격하고 있다. 에이스의 2020년 매출액은 2894억원으로 시몬스 매출액 2715억원과 격차가 200억원 이내로 좁혀졌다. 시몬스가 지난해 매출액을 33%나 늘리며 대대적인 추격을 펼친 결과다. 양사의 매출이 크게 뛴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침실을 꾸미려는 사람들이 늘었고, 이에 따라 프리미엄 제품 수요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집콕시대를 맞아 수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게 그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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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대·매트리스 시장 올해 20% 성장 전망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면 시장 규모는 2011년 4800억원에서 2019년 3조원대로 성장했다. 제대로 된 최근 통계는 없지만 성장세는 지속되고 있다. 이 중 매트리스는 절반 정도 규모다. 올해에는 약 2조원 규모로 전년 1조5000억원 대비 약 20%이상 성장한다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시장이 확장하며 신규 수익 창출의 길이 열리자 기존 업체는 물론 한샘과 현대백화점그룹, 코웨이 등 후발업체들도 침대·매트리스 사업을 강화하고 나섰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난 3월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인수합병(M&A) 가액인 7747억원을 지불하고 지누스를 품은 게 단적인 예다.

    지누스는 온라인 전문 매트리스·가구 제조기업으로 지난 2006년부터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일본 등에 진출했다. 침대 매트리스를 압축 포장해 상자에 담은 뒤 배송하는 자체 기술을 상용화하면서 회사 매출의 절반 이상이 매트리스 판매에서 나온다. 지난해 기준 매출 1조1238억원, 영업이익 743억원을 달성했으며, 아마존을 포함한 온라인 판매 비중이 전체 매출의 80%가량으로, 글로벌 매출 비중이 97%에 달한다.

    특히 아마존 내 매트리스 판매 부문에서 1위를 기록하면서 미국 온라인 매트리스 시장에서 30%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지역 월마트 매장에도 유일하게 매트리스를 공급하고 있다. 해외에서 인정받은 실적을 토대로 현대리바트 등 현대백화점그룹의 리빙 계열사와 협업해 국내 시장에서 점차 외연을 넓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누스.
    지누스.
    지누스는 중·저가 매트리스 제품이 많고 매출의 88%가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국내 매출 비중은 3%에 불과한 만큼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단 판단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의 이미지가 프리미엄이고 구매력이 높은 고객층이 탄탄해 지누스 사업 모델을 고가 시장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앞으로 수면 시장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현대백화점의 리빙사업 매출은 현대리바트(1조4066억원), 현대L&C(1조1100억원) 등 약 2조5000억원 수준으로 이번 지누스 인수로 인해 리빙사업 규모가 3조6000억원을 넘기게 됐다.

    국내 가구·인테리어 업계 1위 한샘도 침대·매트리스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샘 오프라인 유통 매트리스의 지난해 매출은 약 13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성장했다. 에이스침대 등 전통 침대 업체들이 지난해 3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아직 적은 수준이지만 업계에서는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최대주주가 사모펀드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로 바뀐 이후 수장에 오른 김진태 한샘 대표가 매트리스 중심의 사업 계획 변경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샘은 침대 매트리스 브랜드 ‘포시즌(Four Season)’ 알리기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포시즌’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브랜딩을 통해 그동안 에이스침대와 시몬스가 양분해왔던 침대·매트리스 시장에서 1위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침대 프레임에서도 한샘은 인테리어 강자의 면모를 발휘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샘의 호텔침대 제품 판매량은 최근 누적 6만 세트를 돌파했다. 호텔침대 라인업을 강화한 결과 한샘의 지난해 침대 프레임 매출은 전년 대비 21% 성장했다.

    코웨이의 매트리스 케어 서비스.
    코웨이의 매트리스 케어 서비스.
    사정이 이렇자 렌털 업계도 매트리스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11년 일찍이 매트리스 시장에 진출한 코웨이는 이 시장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매트리스 매출만 약 2100억원을 기록했다. 에이스침대와 시몬스가 각각 3000억원대 매출로 30~40%대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점에 비춰볼 때 선발업체들을 바짝 뒤쫓고 있는 셈이다. 코웨이 매트리스가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얻은 건 렌털 서비스 덕이다. 정수기 업계 최초로 도입한 렌털 비즈니스 개념을 매트리스에 가져오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을 듣는다. 현재 업계 추산 매트리스 렌털 시장 규모는 약 3500억원이다. 특히 코로나19 시대에 위생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면서 교체·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렌털의 인기는 더 높아지고 있다.

    교원그룹 렌털 브랜드 웰스는 위생 관리에 집중된 기존 매트리스 렌털 방식에서 수면 데이터 측정과 관리, 건강상담 등 ‘수면케어 솔루션’ 중심으로 고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1월엔 5성급 호텔에서 사용하는 프리미엄 매트리스 2종을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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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럭셔리 매트리스’가 승부처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계의 시선은 고급 매트리스 시장에 쏠리고 있다. 영업이익을 올리기 위해 ‘큰손 고객’을 더 많이 유치하려고 애쓰는 한편, 1인당 객단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다.

    에이스침대는 지난 2월 롯데백화점 동탄점과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에 임시 매장을 열고 최상위 제품인 ‘헤리츠 블랙’ 라인을 선보였다. 매트리스 가격은 2000만원 정도지만, 작년 하반기 매출은 전년보다 2배가량 늘었다. 에이스침대 관계자는 “프리미엄 제품일수록 더 잘 팔리는 추세”라고 했다.

    앞서 한샘 브랜드 ‘포시즌’의 신제품들은 매트리스가 딱딱한 정도에 따라 구분되며 온열기능이 있어 숙면을 돕는다.

    신세계까사의 경우 개당 4000만원 정도인 스웨덴 럭셔리 침대 브랜드 ‘카르페디엠 베드’를 아시아 최초로 독점 수입하고, 서울 까사미아 압구정점에 전용 쇼룸을 만들어 전시 중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슬립테크 전문 기업을 추가로 인수하거나 협업해 프리미엄 매트리스를 내놓을 계획”이라며 “‘지누스’ 하면 고급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도록 리빙·베딩 브랜드와의 협업도 기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몬스는 전체 매장 수를 줄이는 대신 구매력 있는 고객이 더 많이 오는 주요 상권으로 매장을 재배치하고 있다. 덕분에 작년 매장 수는 2019년보다 100개가량 줄었지만, 지점당 월평균 매출은 1억8000만원 정도로 2년 전보다 3배 정도 뛰었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0호 (2022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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