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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형기자의 트렌드가 된 브랜드] 롤렉스 | 재테크 아이템이 된 손목시계 ‘롤렉스’
입력 : 2022.04.11 14:2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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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확인하는 방법이 다양해진 현재, 손목시계 브랜드 ‘롤렉스(ROLEX)’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트렌드가 된 이 오브제가 지닌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돈이 있어도 살 수가 없더라고요. 우선 백화점 매장에 들어갈 수가 없어요. 원하는 모델을 사려면 새벽에 줄을 서서 번호표를 받아야 하는데, 그마저도 그 모델이 없으면 무효표가 되는 거예요. 지금은 정해둔 모델 외에 다른 제품도 보고 있는데, 줄을 대신 서주는 대행업체에 부탁해서 예약을 잡고 있어요. 1000만원이 넘는 제품을 사면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 게 우습지만 다들 그러고 있으니 저도 그럴밖에요.”
김 씨가 최근 백화점 매장 앞에서 3시간 반 동안 대신 줄을 서준 대행업체에 지불한 돈은 5만8000원. 이처럼 오픈런(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입장하는 것) 관련 대행업체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는 건 사려는 이는 많은데 팔려는 제품은 한정돼 있어 매장 측이 입장 인원수를 제한하고 있어서다.
일례로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월드타워점의 롤렉스 매장은 하루 약 70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롤렉스 매장은 하루 30팀의 예약자만 받고 있다. 올 3월부터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이 전일예약제 대신 ‘전화예약제’를 시작했지만 ‘통화는 하늘의 별따기’란 말이 나올 정도다. 전화예약제는 전날 백화점 개점 시간인 오전 10시 30분부터 전화접수를 시작해 하루 40팀의 예약을 받는 시스템이다. 예약은 본인만 가능하고 동반 1인까지 등록할 수 있다. 예약 가능 횟수는 15일에 1회로 제한한다.
이와 관련해 SNS상엔 매장 입성만 성공했다는 후기도 여러 개다. 한 누리꾼은 “어제 어렵사리 전화예약에 성공해 오늘 매장에 다녀왔다”며 “하지만 진열대에 제품이 없어서 1분 만에 나와야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서 잠깐, 그럼에도 굳이 롤렉스를 사기 위해 번거로움을 감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롤렉스 설립자 한스 빌스도르프
찾는 이가 많으니 정품이 아닌 이른바 짝퉁의 인기(?)도 높아졌다. 특허청이 지난해 압수한 위조 상품 총 7만8061건, 정품가 기준 총 415억원어치의 짝퉁 상품 중 가장 많이 적발된 브랜드는 롤렉스(112억원)였다. 샤넬(64억원), 루이비통(43억원), 까르띠에(41억원), 오데마피게(36억원)가 그 뒤를 이었다. 품목별로는 손목시계 등 시계류가 20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반지와 목걸이·귀걸이·팔찌 등을 포함한 장신구가 63억원어치, 핸드백·파우치·지갑 등 가방류가 55억원어치, 의류 47억원어치가 각각 적발됐다.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롤렉스월드 본사.
롤렉스도 지난 1월 1일 2년 만에 주요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다. 시기적으로 보면 롤렉스를 시작으로 명품 브랜드의 가격이 줄줄이 인상된 셈이다. 인상폭은 8~16%. 서브마리너 논데이트 41㎜ 오이스터스틸 모델의 경우 985만원에서 1142만원으로 약 16% 인상됐다. 서브마리너 오이스터 41㎜ 오이스터스틸 모델은 1142만원에서 1290만원으로 13% 올랐다. 예물 시계로 손꼽히는 데이저스트 라인의 일부 품목도 인상됐다. 인기 모델인 데이저스트 36㎜ 오이스터스틸과 옐로 골드 모델은 1421만원에서 1532만원으로 8% 상향 조정됐다.
명품 업계의 한 매니저는 “올 들어 명품의 가격 인상이 이슈화됐지만 인기는 여전하다”며 “시계의 경우 인기모델은 보통 3개월에서 1년간 기다려야 제품을 받을 수 있다”고 식지 않는 열기를 전했다.
1926년 세계 최초의 방수 손목시계인 ‘오이스터’가 탄생했고, 1931년에는 퍼페추얼 로터(Perpetual Rotor)를 사용한 오토매틱 와인딩 무브먼트를 발명했다. 오이스터 케이스는 한번 입을 다물면 물이 들어가지 않는 굴에서 착안했는데, 이 케이스는 롤렉스의 시계 기술자들이 별도의 공구를 사용해야만 열 수 있다.
브랜드의 첫걸음은 1908년 7월 2일 스위스에서 시작됐다. 설립자 한스 빌스도르프가 ‘롤렉스(ROLEX)’란 이름을 브랜드로 등록한 날이다. 그가 브랜드를 작명할 때 고민했던 다섯 가지 기준은 지금도 업계에서 회자되는 유명한 일화 중 하나다.
· 다섯 글자 이하일 것 · 어떤 언어로도 쉽게 발음할 수 있을 것
· 듣기 좋은 발음일 것
· 기억하기 쉬울 것
· 무브먼트와 다이얼에 보기 좋게 각인될 수 있을 것 이 다섯 가지 기준을 적용해 탄생한 롤렉스에 대해 한스 빌스도르프는 1958년 브랜드 설립 50주년을 기념하는 연설에서 “알파벳을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조합했고 수백 가지 이름이 나왔지만 어떤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며 “어느 날 마차 2층에 앉아 이동하고 있을 때 마법처럼 롤렉스란 이름이 떠올랐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1913년 국제상표 등록까지 마친 그는 1926년 방수손목시계인 오이스터를 출시하며 앞으로 제품의 다이얼과 케이스, 무브먼트에 반드시 롤렉스란 이름을 각인하겠다고 맹세한다. 당시에는 판매상들이 다이얼 위에 각자 상호를 새기고 싶어 했다. 한스 빌스도르프는 회고록에 이와 관련한 기록을 남겼다.
“처음에는 여섯 개의 시계 중 하나에만 롤렉스란 이름을 각인했습니다. 부디 고객의 선택을 받기만을 바라는 마음으로. 그러다 점점 용기를 내어 여섯 개 중 두 개, 나중에는 여섯 개 중 세 개의 시계에 롤렉스를 각인하는 단계까지 나아갔습니다.”
국내 명품 수입 업체의 한 임원은 “롤렉스는 시계 제조와 판매, AS 외에도 바다와 산 등 지구의 환경부터 건축, 영화, 문학, 음악 등 예술 분야, 승마, 골프, 모터스포츠, 테니스, 요트에 이르는 스포츠까지 다양한 분야를 후원하고 있다”며 “롤렉스를 소유하려는 이들에게 이러한 활동은 좀 더 럭셔리한 문화로 다가서며 소유욕을 자극한다”고 전했다.
롤렉스의 대표 컬렉션
◇오이스터 퍼페추얼 서브마리너(Oyster Perpetual Submariner·1953년) 다이빙 역사의 태동 무렵 선보인 세계 최초의 수심 100m 방수 시계(현재 300m까지 방수 가능)
◇오이스터 퍼페추얼 스카이드웰러(Oyster Perpetual Sky-Dweller·2012년) 전 세계를 누비는 여행자들이 두 개의 시간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만든 손목시계
이러한 이유로 인해 리셀 시장에서 롤렉스의 인기와 가치가 높아진 건 이미 알려진 사실. 최근엔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시테크(시계+재테크) 수단으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의 취재에 따르면 쪼개기 투자 플랫폼 ‘트레져러’가 최근 1000원만 있으면 롤렉스 시계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판매했다. “투자 마감일로부터 1년 후 매각 절차를 진행해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나눠준다”는 게 트레져러 측의 설명이다. 투자 상품인 롤렉스는 트레져러 본사 내 쇼룸의 금고 안에 보관된다. 트레져러는 롤렉스 투자 포인트로 “롤렉스는 지속적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공식 가격이 인상돼왔다”며 “일반적으로 리테일 가격 상승은 중고 거래 시세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체투자 플랫폼인 ‘피스’ 역시 롤렉스 쪼개기 투자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피스는 가장 인기 있는 최상급 롤렉스 모델 11점을 선별한 ‘롤렉스 집합’ 상품을 총 1억1800만원에 판매했다. 피스는 1년 뒤 해당 롤렉스 집합 상품의 가치가 1억5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9호 (2022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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