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FT 담보로 은행서 대출받을 수 있을까?
입력 : 2022.04.07 15:03:46
-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생태계는 점차 기존 은행, 증권 등 기관투자자들의 사업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쏘아 올린 가상자산 생태계는 이제 무시하지 못할 규모로 성장했다. 2021년 국내 가상자산 거래대금은 300조원을 돌파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액은 2026년까지 연평균 20%씩 성장하여 1000조원 수준에 이를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미 글로벌 금융 회사들은 적극적으로 가상자산 수탁업에 진출하고 있다. 가상자산 수탁업이란 가상화폐 지갑의 보안키(Private key)를 대신 보관·관리해주는 서비스다. 이를 통해 자산의 안전한 보관뿐 아니라 거래, 결제, 대출, 세금 처리 등 부가 서비스로의 확대가 가능해진다. 대표적으로 피델리티(Fidelity), 본토벨(Vontobel), 유에스뱅크(US bank) 등은 이미 기업·기관투자자 대상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외에 골드만삭스, 도이치뱅크, 씨티그룹, 뉴욕멜론은행(BNY Mellon), 스탠다드차타드(SC) 등 금융사는 사업 진출 계획을 발표했다.
대표적인 가상자산 수탁 사업 영역으로는 기업들의 비트코인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서비스다. 국내외 기업들이 비트코인 투자에 나서며 이러한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최근에는 NFT(대체불가능토큰)도 새로운 분야로 꼽히고 있다. 금융사가 NFT로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과 가치를 확실히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면, 디지털 자산 담보대출, 자산의 디지털 유동화, NFT 거래소, 디지털 자산 관련 정보 제공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업 영역을 살펴보면 첫 번째는 자산을 관리·보관하는 ‘수탁’, 두 번째는 대출과 같이 은행에 예치된 각종 자산을 ‘운용’, 세 번째는 결제·지급 서비스 같은 ‘거래’, 마지막으로는 자산을 구조화하여 새로운 상품을 구성·유통하는 ‘발행’이다. 이러한 4대 금융 비즈니스 모델(Biz-Model)은 기존 현실경제뿐만 아니라 NFT 기반의 가상경제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NFT 기반 금융 시장 역시 아직 태동기이지만 해당 시장의 제도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주요 금융사가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에 발 빠르게 뛰어드는 이유는 향후 NFT를 포함한 가상자산 기반의 금융 서비스를 확장하는 데 있어 수탁이 핵심 기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기반으로 거래, 운용, 발행 등 다양한 영역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2020년 11월 블록체인 기술 기업 해치랩스, 투자사 해시드와 함께 ‘한국디지털에셋(KODA)’을 설립했다. 코다는 2021년 5월 비트코인, 이더리움, 클레이에 대한 법인 수탁 서비스를 출시해 가상화폐 보관 및 스테이킹 서비스를 제공한다. 코다는 위메이드, 위메이드트리로 등 기업들의 비트코인 수탁 계약을 체결해 관리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2021년 7월 코인플러그와 합작법인 디커스터디(Dicus tody)를 설립했다. 가상자산 핵심 기술을 보유한 코인플러그와 고객 신원 확인·자금 세탁 방지 기술을 가진 우리은행의 노하우를 결합해 탄생한 사업모델이다.
NH농협은행은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 전문 기업 ‘카르도’에 지분을 투자하는 형태로 사업에 진출했다. 지분 투자사 중 농협은행은 대여금고, 법인계좌 개설을 담당하고, 헥슬란트는 가상자산 지갑 솔루션, 아톤은 보안 기술, 한국정보통신은 사용자 본인인증을 담당한다. 카르도는 FIU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에서 자금 세탁 방지(AML) 시스템 미흡으로 한 차례 심사가 유보됐으나 1개월 보완 기간을 거쳐 올해 1월 재심사 끝에 통과됐다. 아직까지 은행들의 수탁 서비스가 기업 등 기관에 한정되어 있지만 개인 영역으로 확대될 경우 개인들도 자신의 가상자산을 활용해 금융 서비스를 누리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 외 금투사로는 미래에셋이 최초로 사내 TF를 통해 가상자산 전담 신설법인을 설립해 사업에 진출했다. 미래에셋은 3월 합작투자 방식으로 기관용 가상자산 수탁사를 설립하고, 가상화폐와 NFT 등 가상자산을 보관하는 코인은행을 운영할 계획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 외에 SK증권은 피어테크와 디지털 자산 수탁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피어테크는 기업전문 가상자산 거래소 지닥을 운영하고 있다. 지닥은 가상자산 장외매매, 운용, 세무·회계 관리를 돕는 ‘지닥 법인 원스톱 솔루션’을 통해 법인의 가상자산 대량 구매와 판매를 지원한다.
가상자산 영역에 있어 사실상 준금융기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거래소들도 수탁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빗썸은 기업 대상 수탁에 집중하여 볼트러스트를 통해 2020년 9월 ‘빗썸 커스터디’를 출범하였으나, 이듬해 5월 비용 과다를 이유로 서비스를 종료했다. 업비트는 자회사 디엑스엠(DXM)을 통해 기업용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였으나, 2021년 3월 자회사를 정리하고 거래소가 직접 수탁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고객들은 가상자산을 전통자산과 함께 뱅킹 플랫폼에 연결함으로써 고객이 직관적으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계정 명세서 발행과 세금 신고 등에서 편의성을 높였다. 가격 변동으로 인한 손실 방지를 위해 비트코인과 법정 화폐 간 자동 전환 기능을 부여하는 등 편의도 제공한다.
미국의 배스트뱅크(Vast Bank)는 2021년 8월 미국 은행 최초로 개인과 기업 고객 대상 가상자산 매매·수탁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은 전용 모바일 앱을 통해 비트코인을 포함한 8개 가상화폐 매매·수탁이 가능하고 코인베이스에서 제공하는 공동 보험도 적용받는다. 호주의 CBA은행은 2021년 11월 호주 은행 중 최초로 모바일 앱을 통한 가상자산 매매·수탁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국내 금융사들 역시 초기 단계의 NFT 발행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국내 금융사 가운데는 신한카드가 ‘My NFT’ 서비스를 론칭해 고객의 NFT 발급 및 조회를 지원하고 있다. 아직까지 해당 서비스는 NFT 파일 조회 등에 국한되어 있으나, 향후 NFT 마켓플레이스와의 연동 및 자체적인 NFT 거래 지원 역시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형 토큰 발행(STO·Security Token Offering)도 하나의 사업 영역으로 꼽힌다. STO의 대표적 예시는 비상장 주식에 대한 NFT 토큰 발행이다. 기존 제도화된 거래소에서 유통되기 어려웠던 주식들이 NFT를 일종의 신뢰 장치로 발행하는 것이다. 이미 우리금융은 NFT 기반의 STO 기술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등 해외 금융사들은 이미 STO를 활용해 자금 조달 및 자산 유동화 등 의 금융 서비스에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 SBI 홀딩스와 미즈호은행은 STO 방식으로 보통주와 회사채를 발행했으며, 미쓰비시와 미쓰이스미토모 신탁은행 역시 부동산 등 각종 자산의 유동화에 STO를 결합해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포트폴리오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단계적 ICO 허용과 5000만원까지 비과세를 공약했다.
심현정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이에 대해 “국내에서도 해외와 같이 기업·기관 대상의 수탁 비즈니스가 먼저 성장한 후 업권법 제정 이후 개인 대상 거래·수탁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수탁 업무 범위도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상자산 비즈니스와 규제 정비 과정을 모니터링하며 우선적으로는 기업·기관 대상 수탁 서비스를 체계화하고, 향후 관련 사업 확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해외와 달리 관련 제도의 정비가 지지부진한 만큼 관련 사업의 발전을 위해 정책적인 변화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심 연구원은 “규모의 경제 달성이 중요한 수탁업 특성을 생각해 적극적인 자산 유치가 필요한 만큼 향후 관련 법 제정 동향에 따라 지분 투자 확대나 직접 사업 진출을 통해 기업 대상 수탁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단계적으로 사업 확장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업권법 제정 방향과 금융 정책당국의 입장을 지켜보며 개인 대상 가상화폐 거래·수탁 서비스의 실현 가능성을 타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9호 (2022년 4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