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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y Walking] 강원도 하조대&해파랑길 39코스 복잡한 세상, 잠시 안녕~!
입력 : 2022.03.11 15:5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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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오전 8시. 이제 막 떠오른 해돋이에 연신 감탄사를 내뱉던 중년부부가 하조대 전망대에 오르며 걸음을 재촉한다.
“그러게 애들하고 같이 오자니까 아침부터 난리예요. 깨면 배고플 텐데.”
아내의 푸념을 남편이 가로막는다.
“생각해봐. 애들 태어나고 우리 둘이 해돋이 본 게 처음일걸. 안 그래요? 기왕 나왔으니 요기 둘레길 한 바퀴 돌고 가자고. 한 30분이면 될 거야.”
‘우리 둘이 처음’이란 말이 통했는지 나무 데크로 짜인 계단을 올라 동해바다를 바라보고 선 부부의 품이 그림 같다.
“남편하고 둘이 나와도 보고 좋네. 애들 깨면 전화하겠지 뭐. 힘들어도 조금만 참자, 남편.”
무심히 바다와 아내를 번갈아 쳐다보던 남편이 한마디 거든다.
“그래 복잡한 세상 잠시 안녕이다~!”
나무 데크로 하조대를 빙 둘러 완성한 산책길도 숨은 명소다.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하광정리 산3번지 일대에 자리한 하조대(河趙臺)는 암석해안이다. 해변에 기암절벽이 솟고 노송이 걸쳐져 있어 첫눈에 감탄사가 터지는 곳이다. 조선의 개국공신인 하륜과 조준이 이곳에서 만년을 보내 하조대라 불렸다는데, 그만큼 풍광이 뛰어나 2009년에 명승 제68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래. 길 좀 잘못 들었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고. 나도 복잡한 세상 잠시 안녕이다.’
하조대 둘레길
오랜만에 들어선 경포해수욕장은 평일임에도 찾는 이들이 꽤 많았다. 해변 바로 앞에 자리한 몇몇 특급호텔 덕분인지 해수욕장 초입 도로가 세련되게 정비됐는데, 그럼에도 해변가에 주차하기가 쉽지 않았다. 오히려 복잡하고 번거로웠다. 해변과 도로의 분위기가 거짓말 조금 보태 도시와 시골이랄까. 그럼에도 기어코 해변을 찾는 건 역시 복잡한 세상과 안녕하고 싶어서겠지….
하조대 전망대길
강문해변 솟대다리
고려 충숙왕의 사위 최문한(崔文漢)이 송도에서 강릉으로 올 때 소나무 8그루를 갖고 와 이곳에 심어 팔송정이라 했고, 이후 송정이라 부르게 됐다. 8그루의 소나무는 셀 수 없이 많은 후손을 만들었다. 이 코스는 해변보다 소나무 숲길이 정겹고 걷기 편하다. 어찌나 숲이 깔끔하고 깨끗한지 걷기만 해도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송정해변의 해송 산책길
안목은 남대천 하구의 반대편에 자리한 남항진에서 송정으로 가는 마을 앞에 있는 길목이란 뜻이다. 해변 바로 옆에 항구가 있어 봄에는 미역, 여름에는 가자미와 광어, 오징어 등이 많이 잡힌다. 강릉항요트마리나에 갖가지 요트가 정박해 있는 모습도 이국적이다.
안목해변 커피거리 강릉항 요트마리나
시작점인 솔바람다리는 강릉항과 남항진을 연결하는 다리로 아치 형태로 이뤄져 있다. 밤이면 형형색색의 조명들이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강릉시 초당동에 자리한 허균허난설헌기념관은 허균과 허난설헌의 문학 정신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공원이다. 이곳에서는 조선시대 최초의 한글소설인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과 최고의 여류 문인으로 인정받고 있는 허난설헌 남매의 작품과 유물을 감상할 수 있다. 도착지인 사천진해변은 경사가 완만하고 모래가 고와 조개잡이를 즐길 수 있다. [글·사진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8호 (2022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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