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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도 뛴다" 거북이 팀 롯데, 이렇게 달라집니다[MK 인터뷰]
입력 : 2022.02.05 15: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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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우(36.롯데)는 프로 입문 후 13년간 도루가 118개에 불과한 선수다.
한 때 20도루 정도를 꾸준히 기록한 적도 있었지만 2014년 이후로는 두자릿 수 도루를 기록한 적이 없다. 더 이상 뛰는 걸 기대하긴 어려운 선수였다.
하지만 올 시즌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전준우가 다시 달리는 모습을 보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롯데 야구가 달리는 야구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호가 홈으로 전력 질주를 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롯데는 거북이 팀이다. 지난 해 도루가 60개로 10개 구단 중 꼴찌였다. 1위인 삼성(116개)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롯데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뻥 야구'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잘 치지 못하면 이기기 어려운 야구를 자초했다.
여기에 잘 달리던 손아섭마저 전력에서 이탈했다. 손아섭은 아주 많은 도루를 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해에도 11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팀이 필요한 순간에는 뛸 줄 아는 선수였다. 이젠 누군가 그 빈 자리를 메워야 한다.
김 코치가 눈 여겨 보고 있는 선수들이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장두성이다.
장두성은 팀 내에서 가장 빠른 발을 갖고 있는 선수다. 김 코치는 그가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다면 박해민의 첫 해 성적 정도를 기대해 볼만 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참고로 박해민은 1군 데뷔 첫 시즌서 타율 0.297 65득점 출루율 0.381을 기록했다. 도루는 무려 36개를 해냈다. 올 시즌 롯데 팀 도루의 절반을 훌쩍 넘기는 숫자를 혼자 해냈다.
김 코치가 장두성에게 거는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코치는 "선수를 쓰는 것은 감독님이 정할 문제다. 내가 관여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다만 장두성이 주전 경쟁을 이겨낸다면 코치 입장에선 한결 편해질 수 있다. 장두성은 상대 배터리를 크게 흔들 수 있는 선수다. 주전이 된다면 팀의 도루 능력을 끌어올리는데 큰 힘이 될 수 있다. 잘 성장해 주길 바라고 있다. 장기를 살리기 위해 도루 뿐 아니라 기습 번트, 훼이크 번트 앤드 슬래시 등을 중점적으로 가르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코치의 시선이 장두성에게만 꽂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다른 선수들에게도 공을 많이 들였다. 발이 빨라서가 아니라 빠르지 않은 발로도 도루를 성공시킬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데 공을 들였다.
조세진과 고승민 등 새 얼굴들에게 많은 투자를 한 이유다. 둘 다 아주 빠른 발을 갖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이런 선수들도 상대가 허점을 보이면 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김 코치가 원하는 방향이다.
김 코치는 "조세진과 고승민 모두 타격 쪽에서 재능이 있는 선수들이다. 이 선수들이 중용되면 치고 나서 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지난 겨울동안 그 부분에 많은 훈련을 했다. 이제는 비활동 기간이 끝났으니 주전 선수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주루에 대한 마인드부터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사직 구장이 넓어지며 크게 쳐서 많은 점수를 내는 것은 좀 더 어려워졌다. 어떻게 하면 상대를 최대한 괴롭히며 한 베이스를 더 갈 수 있는 지에 대한 것을 가르쳐야 한다. 그런 마인드가 전체적으로 많이 부족하다. 우리 팀은 이제 어떤 선수든 도루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투수별로 어떤 특성이 있고 어떤 약점이 있는지 공부하고 가르쳐야 할 시간이 왔다. 기회가 생기면 이대호도 도루를 할 수 있다. 스프링캠프가 끝나면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루 면에서 수 없이 많은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낸 바 있는 김 코치다. 이젠 롯데에 '발 야구'를 주입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지난 겨울은 휴가도 반납하고 젊은 선수들과 땀을 흘렸다.
이젠 주축 선수들의 생각을 바꿀 시간이다. 그 시간들이 효과를 보게 된다면 롯데는 또 다른 야구를 할 수 있게 된다.
김 코치의 땀과 노하우가 거북이 팀 롯데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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