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빠른 정산 도입 네이버 vs 소상공인 판로 확장 쿠팡

    입력 : 2022.01.10 14:47:34

  • #경북 청송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이석모 씨는 귀농에 성공한 30살 청년이다. 청송에서 사과 농사를 하는 아버지를 도우며 농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사과를 경매장에 내놓는 대신 온라인에 직접 판매할 방법을 고민했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청송꿀땡이사과’ 브랜드를 론칭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판매 데이터 등 정보를 기반으로 껍질째 먹어도 되는 사과 브랜딩에 성공했고, 현재 연매출은 25억원에 이른다.

    네이버와 쿠팡 등 국내 대표 이커머스 플랫폼이 소비자만큼 중요한 판매자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소비자뿐 아니라 판매자와도 시장을 함께 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만큼이나 판매자의 선택을 받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좋은 판매자들을 일단 유치하고 나면, 양질의 제품을 내놓을 수 있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도 커진다. 플랫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비법이 바로 판매자의 상생이라는 얘기다. 네이버는 빠른정산과 중소상공인(SME) 대출, 결제수수료 지원 등에 나서며 중소상공인의 온라인 창업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쿠팡은 ‘소상공인 상품 전용관’ 등을 만들며 광고판촉 활동 지원과 지역 소상공인 판로 확대에 애를 쓰고 있다.

    쿠팡이 운영하는 물류센터 모습.
    쿠팡이 운영하는 물류센터 모습.
    ▶네이버, 소상공인 ‘빠른정산’ 더 빨리… 집화 다음날 정산 먼저 네이버가 소상공인을 돕는 방식은 주로 판매자들이 겪는 금융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이다. 자사의 판매 플랫폼인 스마트스토어의 누적 데이터를 활용해 자금순환과 금융이력이 활발하지 않은 이들의 대출까지 돕는 방식이다.

    중소상공인들이 사업을 유지하고 확장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자금순환이다. 온라인 판매는 상품 주문과 판매대금 정산 사이 기간에도 재고를 위한 구매대금, 인건비, 임차료 등 꾸준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매출이 현금화되기 전까지 자금 회전을 원활하게 해줄 운전자금이 필요한 것이다. 대다수 커머스 업체들은 빠르면 10일, 최대 기준인 60일 이내로 정산하고 있다.

    네이버의 금융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은 반품률 20% 미만, 3개월 연속 매출 100만원 이상 판매자 중 FDS(사기탐지시스템)를 통과한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상으로 ‘배송완료 다음날 정산금 100%’를 지급하는 ‘빠른정산’을 진행 중이다. 평균 4일 만에 판매액에 대한 정산이 이뤄진다. 특히 빠른정산 기준 시점을 ‘배송완료 다음날’에서 ‘집화완료 다음날’로 2021년 말부터 앞당겼다. 집화처리는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상품 발송을 완료한 상태를 말한다.

    이는 글로벌 이커머스 업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라는 게 네이버 측 설명이다. 네이버쇼핑 관계자는 “별도의 담보나 수수료 없이 판매대금 100% 전액을 조기지급하는 것은 글로벌 이커머스 업계에서도 보기 힘든 구조다. 아마존도 정산 때까지 평균 2주는 걸린다”고 설명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빠른정산을 이용할 수 있는 판매자의 조건도 완화했다. ‘3개월 이상 월 판매액 100만원 이상’의 요건이 ‘3개월 이상 월 판매 건수 20건’으로 변경됐고 대출 연체 여부 등 금융 연체 기록을 일체 보지 않고 오로지 반품률 등 스마트스토어 판매 기록만 본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기존보다 10% 이상 많은 소상공인이 빠른정산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네이버는 지난 12월 2일 중소상공인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한 ‘스타트올인원 프로그램’도 실시했다. 기존에 중소상공인의 마케팅 비용을 지원하는 ‘성장포인트’와 결제수수료를 1년간 무료로 지원하는 ‘스타트제로 수수료’에 더해, 매출연동수수료를 6개월간 무료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한편 네이버에는 중소상공인들이 상품 포장·배송·재고 관리 등 물류 리소스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온라인 풀필먼트 데이터 플랫폼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도 운영하고 있다. 판매자는 NFA를 통해 물류 고민을 줄이고, 상품 판매와 마케팅에 집중하면서 사업 성장으로 이어지는 효과도 얻었다. NFA를 사용하는 판매자의 월평균 물동량은 NFA 이용 이전 대비 103% 증가했다.

    현재 NFA를 이용하는 판매자 중 60% 이상은 2020년 이후 스마트스토어를 개설한 신규 창업자이며, NFA 물류 업체를 이용하는 판매자 수는 2개월 동안 188% 증가했다. 이에 따라 NFA와 함께하는 풀필먼트 업체들을 통한 월 물동량도 177% 높아졌다. 네이버는 앞으로 AI와 데이터를 접목한 수요 예측 기반 물류 솔루션도 선보인다. 퀵커머스·프리미엄 배송·지정일 배송 등 중소상공인들이 사업 방식과 상품에 따라 다양한 물류를 활용하도록 NFA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이같은 각종 판매자 지원 정책으로 쇼핑 플랫폼 사업 5년 만에 2021년 3분기 기준 47만 명의 판매자를 모았다.

    위메프는 ‘2.9%’ 정률 수수료를 도입했다.
    위메프는 ‘2.9%’ 정률 수수료를 도입했다.
    ▶쿠팡, 4000억 상생기금 조성하고 농가 판로 지원 쿠팡은 소상공인 판로 개척을 중심으로 중소상공인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21년 400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조성해 대금조기지급결제나 마케팅 활동 지원 등 판매자 상생에도 나서고 있다. 강한승 쿠팡 대표가 2021년 국정감사에서 “소상공인과의 상생은 우리 사업에 있어서 앞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다. 상생 없이 우리는 영업할 수 없는 업종이다. 우리는 상생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다”고 밝힌 것도 상생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한다.

    쿠팡에 따르면 쿠팡 전체 판매자의 80%는 연매출 30억원 이하의 소상공인에 해당한다. 이는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로, 코로나19로 다른 영세 상인들의 성장이 주춤한 와중에도 50% 이상 성장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2021년 상반기 쿠팡 마켓플레이스에서 거래하는 소상공인의 매출은 87%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는 초보 판매자나 온라인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1인 판매자 등을 위해 ‘쿠팡 마켓플레이스 판매자 아카데미’도 운영한다. 아카데미에는 쿠팡 현직 담당자, 현업 전문가, 교육강사, 실제 쿠팡 판매자 등 다양한 연사가 강사로 참여해 판매 관리·매출 성장 등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알려준다. 쿠팡 마켓플레이스 측은 “판매자 아카데미를 통해 누구든 쿠팡에서 쉽게 온라인 판매를 배울 수 있도록 유익한 강의를 진행 중이다. 판매자들이 빠르게 매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쿠팡은 전국 7개 지방자치단체에 소재한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판로 확대와 광고 및 판촉 활동을 지원하는 캠페인을 비롯해 ‘소상공인 상품 전용관’ ‘지역 농수산품 전문관’ 등을 상시로 운영 중이다.

    쿠팡이 진행한 ‘힘내요! 대한민국’ 캠페인에 참여한 소상공인들의 매출은 2020년 하반기(6~12월)에 전년 동기 대비 121% 상승했고, 2021년 8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은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로 개척이 쉽지 않은 지역 중소상공인과의 협력도 늘리고 있다. 그 결과 2021년 2분기에 쿠팡과 함께하는 중소상공인의 판매 중 70%가량이 서울 외 지역에서 발생했다. 서울 소재의 중소상공인은 전년 동기 대비 129.6% 성장한 반면, 울산 소재 중소상공인은 157.6%, 경상남도 소재 중소상공인은 145.7%, 제주도 소재 중소상공인은 130.1% 성장하며 서울의 성장세를 뛰어넘었다. 특히 세종시는 2021년 2분기 성장률 206.3%를 기록하며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성장했다.

    이주연 네이버 창업성장지원TF 리더가 ‘D-커머스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주연 네이버 창업성장지원TF 리더가 ‘D-커머스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입점 판매자들의 사업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서비스나 기능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쿠팡은 2021년 7월 판매자들이 상품을 등록·관리하는 시스템인 ‘윙’을 안드로이드 버전 애플리케이션으로 출시했다. 기존에는 웹에서만 상품 관리가 가능했다. 하지만 모바일에서도 쉽고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판매 환경을 개선한 것이다.

    이 밖에 판매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된 ‘아이템 위너’ 제도도 보완했다. 아이템 위너는 제품 소개 페이지에 가장 저렴하고 평이 좋은 판매자의 제품을 대표로 노출시키는 제도다. 쿠팡은 2021년 6월 ‘판매자 자동가격조정’ 기능을 론칭해 아이템 위너의 맹점을 보완했다.

    판매자들이 좀 더 쉽게 가격 관리를 해 아이템 위너를 이용할 수 있도록 판매자가 지정한 가격 범위 내에서 판매자 점수와 배송 기간 등을 고려해 판매될 가능성이 높은 가격을 자동으로 설정토록 한 것이다. 쿠팡에 따르면 이 기능을 실제 이용한 일부 판매자들의 매출은 사용 전과 후를 비교해 약 100~147% 올랐다.

    ▶업계 최저 수수료 내놓은 1세대 이커머스 위메프 판매자들 사이에서의 화두는 단연 ‘플랫폼 수수료’다. 온라인 플랫폼에 의존하는 매출액 비중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판매수수료 부담을 느끼고 있는 이들이 대다수다. 이 가운데 2021년 4월 위메프가 한 자릿수대 수수료를 들고 나오며 파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위메프는 플랫폼 최저 수준인 2.9% 정률 수수료(PG수수료 포함)를 도입했다. 2020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유통업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몰의 평균 수수료율은 13.6%였다. TV홈쇼핑 33.9%, 백화점 26.3%, 대형마트 20.0% 등과 비교하면 위메프 2.9% 수수료는 5분의 1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위메프는 2.9% 수수료 선언과 함께 오픈마켓 방식으로 적용해 오던 상품별 차등 수수료 체계도 탈피했다. 통상 오픈마켓 사업자들은 상품 카테고리별로 수수료를 차등해 받고 있다.

    남성 캐주얼 15.4%, 도서 11.6%, 디지털 기기 12.8% 등(공정거래위원회 온라인쇼핑 소분류 평균 수수료 기준) 상품에 따라 각각 다른 판매수수료율을 책정하는 것이다. 위메프는 지난 9월부터 카테고리와 관계없이 2.9% 정률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위메프 측은 “2.9% 수수료로 판매자와 소비자를 아우르는 이용자향 플랫폼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라며 “수수료 부담을 줄여 판매자가 상품과 가격에 재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 주고 이를 통해 결국 소비자에게 혜택이 이어지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위메프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8월 한 달간 2.9% 수수료 적용 판매자 10명 중 9명이 전년 동기 대비 수수료 절감 효과를 봤다. 예를 들어 위메프에서 한 달간 판매 활동으로 수수료 100만원을 부담하던 판매자가 2.9% 수수료 적용 후 20만원으로 수수료가 낮아진다면 80만원의 여유 자금이 생기게 된다. 이렇게 마련한 재원은 다양한 상품 구색을 확보하고 가격을 낮추는 데 쓰여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가게 한다. 소비자가 모이면 판매자가 또다시 모이는 선순환 효과가 나온다.

    사진설명
    위메프 측은 업계 최저 수수료가 사회공헌 측면도 있다고 했다. 위메프는 “판매자들은 위메프를 포함해 모든 이커머스에서 물건을 판다. 모든 플랫폼에 수수료를 내고 있는데, 한 군데쯤은 수수료에 대한 걱정 없이 소비자를 위한 좋은 물건을 납품하는 것만 집중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시적인 정책이었지만, 마이너스 판매수수료 정책을 선보인 곳도 있었다. 최근 ‘콘텐츠 커머스’가 되겠다고 선언한 티몬이다. 티몬은 2021년 국내 최초로 판매수수료 마이너스 정책을 선보였다. ‘판매수수료 –1%’ 정책은 파트너사가 판매할 상품을 추가 옵션 없는 ‘단품등록’ 방식으로 등록하면 매출이 발생할 때마다 판매대금의 1%를 돌려주는 방식이다. 통상 3%대의 결제대행(PG)수수료까지 티몬이 부담하기 때문에 판매자들이 체감하는 혜택은 10% 이상을 누렸다는 설명이다.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판매자들과의 상생에 주목하는 것은 셀러 규모가 곧 영업 자산과 동일한 개념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업계에서 셀러 규모는 영업 자산과 동일한 개념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이베이코리아가 매물로 나왔을 때 국내 최대규모인 14만 셀러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몸값을 올리는 데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셀러와의 상생을 도모하는 게 ‘비용’이 아니라 결국 플랫폼의 미래 가치를 높이는 ‘투자’라는 얘기다.

    [홍성용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6호 (2022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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