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헐적 폭음보다 잦은 반주가 더 해로워 ‘습관성 음주’ 소화기암 발병 위험 40% 높아

    입력 : 2022.01.07 14:35:34

  • 한번에 술을 많이 마시는 폭음이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지만 소량이지만 매일 마시는 반주에 관해서는 사람마다 의견이 갈리기도 한다.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고 긴장을 풀어준다는 긍정론이 있는 반면 폭음만큼 건강에 해롭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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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헐적 폭음의 위험성 알코올성 간질환 뇌손상 오랜만의 술자리이기 때문에 폭음이나 과음이 큰 문제가 없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간헐적인 폭음이 매일 술을 마시는 것만큼 뇌와 신체에 치명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포르투갈 민호대 연구팀이 ‘알코올 중독 환자로 분류된 적이 없는’ 대학생 80명을 대상으로 ‘폭음을 한 사람의 뇌가 쉬는 동안 어떤 상태인지’ 조사했는데, 폭음을 자주 하는 그룹과 한 달에 한 번 정도 폭음을 하는 그룹 모두 우측 측두엽 특히 해마 옆 피질과 방추회 영역과 후두 피질 내 베타와 제타 진동 측정이 가능할 정도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뇌 영역 내 활성 증가는 만성 알코올 중독자의 뇌에서 보이는 것과 동일한 것으로, 연구팀은 알코올 유발 뇌 손상의 조기 증후로 볼 수 있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최강 다사랑중앙병원 정신의학과 원장은 “모임 제한 인원이 늘어나고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 운영시간 제한이 완화하면서 늘어나는 술자리로 인한 잦은 폭음에 주의해야 한다”며 “과음이나 폭음이 반복될 경우 알코올성 간 질환이나 뇌 손상은 물론 습관성 음주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강 원장은 “매일 반복해오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랜만의 폭음이나 과음에 대해 관대할 수 있지만, 간헐적인 폭음이 반복되면 문제적 음주 습관으로 자리 잡기 쉬우며 건강 악화를 유발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알코올 사용 장애는 어느새 옷을 적시는 가랑비와 같이 의식하기도 전에 이미 발생한 경우가 많으므로 음주 습관을 스스로 점검하는 등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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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음만큼 위험한 ‘습관성 반주’ 이러한 간헐적 폭음과 매일 반주를 즐기는 습관성 음주 중 더 건강에 해로운 것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는 국내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유정은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교수와 신동욱 삼성서울병원 교수 공동연구팀은 평균 음주량뿐만 아니라 음주 빈도가 소화기암 발생의 주요 위험요인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사람마다 음주 패턴이 다르다. 그동안 음주량과 암 발생에 대한 연구는 있었지만 음주 패턴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한 연구는 많지 않았다. 연구팀은 2009년부터 2011년의 기간 동안, 국가건강검진에 참여한 수검자 중 암 진단 이력이 없는 만 40세 이상의 성인 약 1100만 명을 대상으로, 음주 패턴에 따른 소화기암 발생을 2017년까지 추적 관찰했다.

    연구팀은 연구대상자의 주당 알코올 섭취량에 따라 비음주군, 경도 음주군(0~104g/주), 중등도 음주군(105~209g/주), 과음군(≥210g/주)으로 구분하고, 주당 음주 횟수(음주 빈도) 및 1회 음주량 등 음주 패턴에 따른 소화기암 발생 위험도를 비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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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화기암 발생은 주당 알코올 섭취량에 따라 증가하여, 과음군의 소화기암 발생 위험은 비음주군보다 1.28배 높았다. 또한 음주 패턴에 따른 분석 결과, 소화기암 발생은 음주 빈도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했는데, 매일 음주하는 경우 전혀 음주하지 않는 경우(대조군)에 비하여 1.3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회 음주 시 5~7잔의 알코올을 섭취하는 경우, 대조군에 비하여 소화기암 발생이 1.15배까지 증가하였으나, 1회 음주량이 그 이상으로 늘어나더라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소화기암 발생 위험 증가는 관찰되지 않았다. 이는 ‘음주 빈도’ 가 1회 음주량보다 소화기암 발생에 더 중요한 요인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결과는 소화기암의 발생 부위별(식도, 위, 대장, 간, 담도, 췌장)로 나누어 봤을 때도 거의 일치하는 결과를 보였다. 현재 암 발생 예방을 위한 가이드라인에서는 1일 음주량을 남성의 경우 2잔, 여성의 경우 1잔 이하로 제한할 것을 권고하는 등 알코올 섭취량에 대해서만 제시하고 있다.

    유정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총 음주량뿐만 아니라 음주 빈도가 소화기암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습관성 반주나 혼술 등 소량이더라도 자주 음주하는 습관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6호 (2022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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