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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우의 명품 와인 이야기] 화이트 와인 테루아에서 생산되는 최고급 레드 와인 루이 자도 코르통 푸제
입력 : 2022.01.07 10:4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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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이름에 자주 쓰이는 ‘샤토(Chateau)’라는 말은 성(城)을 의미하는 프랑스어에서 왔다. 과거 프랑스의 영주들은 자신의 영지에 위치한 성 주변에 포도나무를 심고 와인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와인들이 성주나 성의 이름을 따라 불렸던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가령 샤토 마고는 마고 마을의 영주가 거주하던 마고 성(城)과 이곳에서 양조한 와인을 뜻한다. 엄밀하게 말하면 샤토란 물리적으로 지어진 성과 그 주변에서 생산되는 와인에만 사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성보다 와인 자체를 부르는 데에 더 많이 사용된다. 예를 들어 세계 최고의 와인 중 하나인 샤토 무통 로칠드에는 샤토가 없다. 아마도 지금은 포도원에 실제 성이 없는 경우가 있는 경우보다 더 많을 것이다. 이렇게 흔하게 불리는 샤토라는 말이 와인 이름에 등장한 것은 사실 19세기 중반에 들어서다.
보르도 와인 이름에 샤토라는 말이 많이 쓰인다면, 부르고뉴 와인의 레이블에서는 ‘도멘(Domaine)’이라는 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도멘 역시 샤토처럼 특정한 생산지역을 의미하는 프랑스어다. 대체로 자신의 포도밭에서 나온 와인에 도멘, 다른 농부들로부터 사온 포도로 만든 와인에는 매종(Maison)이란 이름을 사용하지만 이 규칙이 법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
로마네 콩티나 에셰죠 같은 포도밭의 이름이 널리 알려진 덕분에 모든 부르고뉴 와인은 장인들이 만드는 싱글 빈야드 와인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오랫동안 부르고뉴 와인의 발전을 이끌어온 것은 루이 자도, 부샤페레 피스와 같은 유통업자들이다. 부르고뉴의 네고시앙들은 시장의 수요를 파악하고, 어려운 시기에 농부들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주기도 하였지만, 무엇보다 균일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는 데에 많은 공헌을 하였다. 게다가 오늘날 유통업자와 생산자의 기준은 점점 모호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생산자들은 이웃집의 포도를 사와 서브 브랜드를 만들기도 한다.
루이 자도가 소유한 포도밭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은 본(Beaune) 마을에 위치한 클로 데 위르실(Clos des Ursules) 그리고 부르고뉴에서 가장 오래된 코르통 언덕에 위치한 코르통 푸제이다. 클로 데 위르실은 1826년부터 루이 자도의 가족들이 소유한 포도밭으로, 이미 회사 설립 이전부터 와인과 관련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코르통 푸제는 그보다 100년 가까이 지난 1916년에 구입한 포도밭으로 그 크기는 3ha에 달한다.
루이 자도 코르통 푸제
그런 이유로 이 푸제 포도밭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대부분 화이트 와인으로 세계 최고의 화이트 와인 중 하나인 코르통 샤를마뉴라는 이름으로 판매된다. 그리고 그 나머지인 3분의 1만 코르통 푸제라는 레드 와인으로 만들어진다.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평론가 스테판 탄저는 루이 자도 코르통 푸제(Louis Jadot Corton Puget)의 놀라움을 이례적(Atypical)이라는 단어로 표현한 적이 있다. 코르통의 다른 파셀에서 생산되는 와인들이 대체로 힘이 좋은 반면, 코르통 푸제는 부드럽고 우아하다.
[이민우]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6호 (2022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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