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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용돈·주식관리, 초간편 해외송금까지 한 번에 된다고요?
입력 : 2022.01.06 15:3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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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이 변하고 있다. 기존 금융상품들이 정통 프렌치 레스토랑이나 한정식집의 코스요리처럼 틀에 맞춰져 있고 무거웠다면, 핀테크 기업들은 일부 메뉴를 간편한 패스트푸드로 가공해 서비스하며 판도를 바꾸고 있다. 직접 영업점을 방문하거나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원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니 소비자들이 열광하고, 핀테크 영토는 빠르게 확산되는 중이다.
2022년은 그 변화의 속도가 훨씬 더 빨라질 전망이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에 등록된 회원사만 280곳이 넘는다. 기술 분야도 지급결제, 가상자산을 포함한 블록체인, 인슈어테크 등 다양하다. 가장 돋보이는 회사들은 소비자들이 가장 불편해했던, 혹은 불편한 줄도 몰랐던 부분을 찾아 비즈니스 모델로 만든 곳들이다. 새로운 서비스로 금융을 혁신하고 있는 핀테크 대표주자들을 소개한다. 2022년 본격적인 사업 확장으로 두각을 나타낼 회사들이다.
고위드 카드 플레이트
고위드는 스타트업을 위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다. 최근에는 고가의 IT 기기를 합리적인 비용으로 빌려 쓸 수 있는 스타트업 맞춤형 구독 서비스도 선보였다. 인력 구성이 들쑥날쑥하고 자금이 많지 않은 스타트업들이 IT 구매비용을 아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고위드 법인카드 회원은 서비스 이용 약관 동의만 하면 별도 계약 없이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이용할 수 있는 모델은 최신 애플 맥북과 엘지 그램 등이다. 월 구독료는 3만~11만원 수준이다.
이 회사는 최근 대세로 떠오르면서 기업들에게 부담이 되는 SaaS 비용을 줄여줄 수 있는 ‘사스 트래커’도 국내 최초로 서비스하고 있다. 데이터 스크래핑 기술을 활용해 SaaS 결제내역을 자동으로 분류하고 분석해줘 불필요한 서비스를 해지하고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김항기 고위드 대표는 “우리는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해 자금이 원활하게 활용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라며 “혁신금융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다양한 서비스로 스타트업의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돕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고위드 카드와 IT 구독 서비스, 사스 트래커 모두 이 같은 철학에서 나왔다.
센트비 최성욱 대표
서비스는 개인과 기업으로 나뉜다. 개인 해외송금 서비스 ‘센트비’는 기존 은행 대비 최대 90% 저렴한 수수료로 돈을 보낼 수 있는 서비스다.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웹과 앱으로 실시간 송금을 할 수 있다. 기업 대상 해외송금·결제 솔루션 ‘센트비즈’는 은행보다 최대 70% 저렴한 수수료를 적용하고, 자체개발한 외환 리스크 헤지 알고리즘(AHS)을 적용해 환율변동으로 발생하는 외환 손실도 최소화해준다.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을 겨냥한 판매대금 정산 API 서비스 ‘센다’도 있다. 이 기능을 이커머스 플랫폼에 연동하면, 자동으로 판매자 현지 통화로 정산되고 기존 은행 대비 70% 저렴한 수수료로 이용할 수 있다.
김 씨가 이용한 곳은 ‘렌딧’이다. 김성준 대표가 2015년 설립한 이 회사는 지난 6월 8퍼센트, 피플펀드와 함께 1호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등록을 마쳤다. 현재 기술 기반의 P2P금융 플랫폼 렌딧과 개인신용 중금리대출을 위한 ‘렌딧 신용평가모형(LSS)’을 개발해 운영 중이다. 은행에서 거절당한 대출 소비자에게 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내주고, 온라인 기반 신용평가모형으로 투자자에게 적은 리스크의 대출채권을 공급한다. 지금까지 이 회사에 몰린 개인 대출 신청은 80만 건에 달한다.
렌딧 대출, 투자 초기화면
렌딧 플랫폼의 모든 서비스 과정을 자동화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렌딧 원리금 분할 지급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대출자가 매달 입금하는 대출 상환금을 해당 원리금수취권에 투자한 평균 1000명(최대 7000명 이상)의 투자자에게 투자금에 따라 원리금을 입금해주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대규모의 대출자와 투자자 사이에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온투금융의 전체 프로세스를 자동화시킨다는 게 렌딧의 비전이다. 머신러닝을 활용한 서류제출 자동화 시스템 개발도 좋은 사례다. 김 대표는 “신용평가모형의 고도화와 함께 렌딧 플랫폼 운영 컨포넌트 하나하나를 자동화시켜 나가고 있다. 기술을 기반으로 인력 및 비용 측면의 혁신을 통해 금융 소비자들에게 점점 더 빠르게 편리한 금융서비스를 경험하도록 바꾸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레몬트리 앱
그동안 금융 시장에서 아동과 청소년들은 ‘소외된 존재’에 가까웠다. 이용할 수 있는 금융상품도 어린이 전용보험이나 전용 체크카드 수준에 그쳤고, 금융권이 전사적으로 뛰어든 마이데이터 경쟁에서도 만 18세 이하를 위한 제도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 카카오뱅크 미니 등 일부 서비스가 나오고는 있지만 아직 한참 부족하다.
레몬트리는 이 부분을 파고들었다.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아동 핀테크 시장을 개척한다. 이민희 레몬트리 대표는 “우리 회사의 비전은 아이들에게 개인금융을 가르치고 경제적 독립을 앞당겨 ‘미래의 부’를 쌓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몬트리’ 앱은 하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앱을 활용해 아이들이 지출을 관리하면서 돈 쓰는 습관을 개선하고, 용돈을 관리하면서 자산계획을 세운다. 이 과정에서 경제지식을 배우고 자산증식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자녀 금융교육은 가족금융으로 확장된다. 자녀와 돈 이야기를 하다보면 우리 가족의 금융생활을 이야기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우리 가족의 PB(프라이빗뱅커)가 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런 사업모델은 코로나19로 급부상한 ‘페어런트테크’ 트렌드와도 밀접하다. 페어런트테크란 코로나로 자녀를 돌보는 시간이 길어진 부모들을 위한 다양한 기술과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은 이같은 트렌드가 한참 확산 중이다. 어린이용 은행 계좌를 서비스하는 그린라이트라는 회사는 작년 4월 2억60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그린라이트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가입하는 어린이용 직불카드를 내놓았고, 자녀가 부모 동의를 받아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의 계좌 수는 300만 개가 넘는다.
왓섭이 소개하는 구독 서비스 중 마음에 드는 상품은 간편하게 결제하고 관리받을 수도 있다. 왓섭 앱 다운로드 수는 15만 명, 월간활성화이용자(MAU)도 5만 명에 가깝다. 고객들이 이 앱에서 관리하는 평균 서비스 개수는 7.9개다.
해지절차도 간소화해 고객 편의를 높였다. 전체 1441개 서비스 중 1212개를 왓섭에서 해지할 수 있다. 김준태 왓섭 대표는 “특별한 마케팅 없이도 매달 42%씩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고, 사용자 10명 중 9명(89.2%)은 소문이나 소개를 듣고 왓섭을 직접 설치한 분들”이라며 “국내 구독 시장이 40조원 규모인데, 세계 구독 시장 평균 성장률보다 2배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시장 전망도 밝다”고 말했다.
실제로 구독경제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넷플릭스나 쿠팡 같은 플랫폼은 물론 전 세계 기업의 70% 이상이 구독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다. 문제는 구독상품이 늘어나다보니 나도 모르는 지출이 새어 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정기결제 이용자의 84%가 결제일을 모르고, 해지를 깜빡해 1년 넘게 구독료를 납부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해지나 결제를 수정하려면 직접 그 사이트에 접속해야 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가 많다는 데서 왓섭 모델을 착안했다”고 했다.
2022년에는 구독지출관리에서 서비스 중개 및 판매사 관리로 영토를 넓힌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물론 구독 판매사와 금융사, 일반 판매사까지 왓섭 플랫폼에서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맞춤형 소비 관리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사용자의 결제 데이터와 행동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사용자가 원하는 소비 목적을 달성해 드리기 위한 서비스다. 현재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중인데, 왓섭에서 연내 만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찬옥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6호 (2022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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