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환경시장 올해 더 커진다는데 탄소배출권 ETF 투자해볼까

    입력 : 2022.01.05 17:50:10

  • “탄소배출권에 개미도 투자할 수 있다고?”

    국가 대 국가 혹은 각국 기업들의 대소사로만 생각하기 쉬운 탄소배출권에 개인도 투자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면 돌아오는 흔한 답이다. 무리도 아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ETS·Emissions Trading System)는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여야 할 의무가 있는 각국의 기업이 탄소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이러한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빠르게 금융화가 이뤄졌다.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에 가격을 부여하고, 해당 권리를 시장에서 사고파는 형태다. 글로벌 트렌드와 각국의 정책이 결합해 친환경은 장기 트렌드로 갈수록 기업들도 탄소배출권 비용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연유로 탄소배출권이 대체 자산군으로 급격하게 떠올랐다. 개인 투자자는 탄소배출권을 직접 사고팔 순 없지만, 선물로 간접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탄소배출권 ETF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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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시 제자리에도 탄소배출권 가격은 1년 반 만에 3배 뛰어 유럽의 탄소배출권 선물 가격은 지난 12월 5일 톤당 84달러까지 치솟으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시작된 ‘지속가능한 경영’에 대한 관심과 2021년 공식 발효된 ‘파리 기후 협약’ 등이 배경이다. 파리협약 이후 각 나라들은 경쟁적으로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0년 10월 탄소중립 선언을 천명한 바 있다.

    탄소중립 달성이란 전 세계적인 공동의 목표가 생기면서 주요국들은 저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 11월에 끝난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선 국제 탄소 시장 지침이 채택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 탄소 배출에 비용을 부과하는 방식(Carbon Pricing)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평가받는다. 세계은행(World bank)에 따르면 2021년 4월 현재 세계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제 또는 탄소세를 통해 탄소에 가격을 부과하고 있는 국가 및 지역은 총 64곳이며, 해당 지역들에 의해 가격이 부과되는 탄소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21%를 커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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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미국에 상장된 탄소배출권 ETF 가격도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2020년 7월 미국에 상장된 탄소배출권 ETF(KRBN)는 시장 규모가 큰 유럽, 미국 3개 시장의 탄소배출권 선물에 투자한다. 주식, 채권, 원자재 등 다른 자산들과 낮은 상관관계를 기록하고 있어 기관투자자 입장에선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UN과 World bank, OECD 등에 따르면 탄소배출 제로와 지구 평균 온도 상승 억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배출권 가격은 2030년 평균 140달러 이상으로 상승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 이외 대부분 지역의 배출권 거래 가격은 목표 달성에 아직 상당히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EU가 7월 발표한 Fit for 55 입법안에 포함된 탄소국경세(CBAM)와 같은 정책은 유럽 외 다른 국가들의 탄소 배출 규제 도입을 압박할 수 있는 정책이다. ETF가 주로 담고 있는 유럽 배출권 선물 가격은 1년 반 만에 3배 이상 상승했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간에 급등한 가격은 부담이지만, 탄소배출권은 유망한 장기 투자 자산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탄소배출권 ETF 4종 출시 이후 수익률 고공행진 국내에도 지난 9월 말 탄소배출권 상장지수펀드(ETF) 4종이 나란히 출격했다. 지난 12월 16일 기준 한 달간 국내 상장 ETF 주가 상승률 상위 4개 종목이 모두 탄소배출권 ETF가 차지했다. 1위는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S&P’ ETF(26.1%), 2위는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 ETF(25.0%)로 모두 25%를 넘어섰다. 그 뒤를 ‘SOL 글로벌탄소배출권’ ETF(18.7%)와 ‘HANARO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 ETF(18.4%)가 이었다. 같은 기간 ETF 시장 전체 수익률이 –2.16%에 머물렀고 코스피도 2% 하락했다.

    기초지수인 유럽과 미국의 배출권 선물 가격은 크게 상승했다. 유럽 탄소배출권 선물 가격은 2021년 들어 약 160% 상승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유럽탄소배출권지수는 11월 말 기준으로 지난 1년간 157% 급등했다. IHS마킷의 미국탄소배출권지수도 같은 기간 72% 올랐다.

    유럽과 미국 시장으로 양분된 탄소배출권 선물 가격은 현재까지 유럽이 우세하다. 이유는 수급이다. 탄소배출권은 펀더멘털보다는 수급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기초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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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연가스 가격이 올라가면 값싼 석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그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해 탄소배출권을 찾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가격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유럽이 보다 공격적으로 배출권 공급량을 단계적으로 감소하기로 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 유럽 시장이 더 유망해 보이지만 키 맞추기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수급만큼 정책과 규제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시장이며 전 세계 공급체인이 연동된 만큼 결과적으로 방향성이 같아질 것이란 예측이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운용센터장은 “다양한 투자 주체의 참여로 탄소배출권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추세”라며 “앞으로도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글로벌한 공조가 더 강화될 것이기 때문에 그 흐름 속에서 탄소배출권 가격은 중장기적으로 상승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탄소배출권 시장은? 지난 12월부터 국내 증권사 20곳이 탄소배출권 시장에 직접 참여한다. 국내 배출권 시장 문제로 꼽혀왔던 유동성 부족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아직까지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배출권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문제를 유동성공급자(CP)를 늘려 해결하겠다는 복안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1월 말 이사회를 열고 배출권거래 중개회사로 신청한 20개 증권사의 가입을 승인하고,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지금까지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은 연평균 배출량에 따른 할당 대상 기업과 시장조성자(산업은행, 기업은행, SK증권, 하나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만 참여할 수 있는 폐쇄된 시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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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권업계에서는 증권사의 자기자본 매매가 가능해짐에 따라 배출권 시장의 유동성이 추가로 공급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배출권 할당 대상 기업들은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예측이 어려워 잉여 배출권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판매하기보다 다음 이행연도로 넘기는 행태를 보인다. 이 때문에 항상 배출권 시장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박기현 SK증권 연구원은 “EU는 할당량이 17억t(톤), 유통량이 90억t으로 유통량이 5배 더 많은 반면 우리나라는 할당량이 5억7000만t이고, 유통량은 이의 7% 수준인 4000만t”이라며 “제3자의 배출권 거래 시장 참여를 통해 유동성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배출권 가격이 급등하는 등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윤정 이베스트 연구원은 “시장에 금융투자 수요가 공급될 경우 투기 수요가 가세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단기 가격 왜곡 가능성은 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6호 (2022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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