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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우의 명품 와인 이야기] 연말을 즐겁게 하는 ‘신의 물방울’ 샴페인과 스파클링 와인
입력 : 2021.12.09 15: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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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라는 질병은 우리 주변의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일하는 방식, 사람을 만나는 방식, 그리고 여가를 즐기는 방식까지. 과거에 비해 뚜렷하게 차이가 나는 비대면 문화를 가져온 이 시기를 코로나 시대라고 부를 만하다. 이 코로나 시대에도 어김없이 연말이 다가왔다. 그리고 길게 지속된 격리 상황 때문에, 여느 연말보다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욕구가 강해졌다. 정부의 코로나 방역 규제가 완화된 이후, 밀려드는 송년회 문의로 식당마다 예약이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여전히 많은 코로나 확진자가 생기고 있어 조심스럽지만, 연말을 사람들과 같이 마무리할 와인을 추천하고자 한다.
와인이 많이 대중화되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샴페인을 즐기는 인구는 적은 편이다. 아마도, 거품이 위벽을 자극하며 만들어내는 빠른 취기에 익숙하지 못해서일 수도 있고, 병 속의 압력으로 갑자기 튕겨 나오는 샴페인 코르크가 무서워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샴페인의 매력에 한 번 빠지면, 샴페인이 없는 와인 정찬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가 된다. 무엇보다 어떤 분위기, 어떤 요리에도 잘 맞는 것이 장점이다.
샴페인이란 프랑스 샴페인 지역에서 재배된 포도를 원액으로 만든 ‘자연적으로 생긴’ 거품이 들어간 와인을 뜻한다. 다른 지역의 포도를 사용하여 만들면 거품이 있더라도 샴페인이라고 부르지 못하며, 통칭적으로 스파클링 와인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 크레망, 페티엉(프랑스), 프로세코, 프란치아코르타(이탈리아), 카바(스페인), 젝트(독일) 등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거품이 생기는 원리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첫째로 포도원액이 발효를 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생기는데, 이것을 잡아 두는 자연적인 방식이 있다. 이 기법을 ‘샴페인 방식’ 혹은 ‘전통적인 방식’이라고 부른다.
한편에는 이산화탄소를 와인에 인공적으로 주입하는 양조 기법도 있다. 샴페인을 포함한 대부분의 고급 스파클링 와인은 자연적인 방식으로 기포를 만든다. 그리고 좋은 샴페인일수록 잔에서 작고 섬세한 기포를 볼 수 있다. 반면 저렴한 스파클링 와인들은 잔 속에서 보이는 거품의 모습이 크고 거칠다. 하지만 인공적으로 기포를 넣는다고 해서 자연적으로 거품을 만든 와인보다 반드시 맛이 없는 것은 아니다.
원액이 스파클링 와인의 품질을 좌우한다면 다양한 스타일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원액의 블렌딩이다.
대부분의 스파클링 와인은 보통 와인들과 달리 적포도와 청포도로 만든 원액, 그리고 서로 다른 해에 재배한 원액을 같이 블렌딩하여 만든다. 적포도를 수확하자마자 바로 압착하면 화이트 와인과 똑같은 색의 원액이 만들어지는데, 적포도로 만든 샴페인이 화이트 와인과 같은 색을 띠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스파클링 와인 중의 일부는 적포도만으로 혹은 청포도만으로 와인을 만든다. 이 와인들은 각각 블랑 드 누아, 블랑 드 블랑이라고 불린다. 청포도만을 가지고 만드는 블랑 드 블랑은 좋은 산도를 지니고 있어서 음식과 잘 어울린다. 반면 적포도로 만드는 블랑 드 누아는 레드 와인의 풍미를 지니고 있어서 와인의 향을 특별히 즐기는 애호가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마거릿 에르난데스는 크루그의 CEO인 동시에 LVMH에서 소유한 와인 회사들의 총괄 책임자를 겸임하고 있다. 크루그에서는 클로 당보내 외에 클로 뒤 메닐, 로제, 빈티지,그리고 기본급인 그랑 퀴베를 생산하고 있다. 크루그의 샴페인은 돔페리뇽과 비교할 때 매우 힘이 좋고 여운이 긴 샴페인이다.
‘살롱(Salon)’은 1905년 처음으로 블랑 드 블랑을 만든 샴페인 하우스이다. 크루그의 클로 당보내와 대척점에 있는 100% 샤르도내 포도로 만든 샴페인이다.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30번 정도만 와인을 만들었을 정도로, 재배된 포도가 좋은 해에만 와인을 만든다. 원래는 와이너리 소유주가 개인적인 용도로만 샴페인을 만들었다가 1920년부터야 외부에 판매를 시작하였다. 매우 섬세한 기포와 와인으로 모든 샴페인 애호가가 꼭 마셔보고 싶어 하는 샴페인이다.
들라모트, 슈램스버그
1965년 잭 데이비스에 의해 캘리포니아에 설립된 ‘슈램스버그(Schramsberg)’는 미국을 대표하는 고급 스파클링 양조장이다. 추운 지방에서 생산되는 샴페인의 이미지 때문에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는 슈램스버그의 스파클링 와인들은 마셔보기 전까지 그 품질에 대해 의심하기 쉽다. 슈램스버그에서 생산하는 스파클링 와인들 중에 블랑 드 블랑이 1972년 닉슨 대통령과 주은래 총리의 만찬에 사용되면서 처음으로 유명해졌다. 하지만 나는 슈램스버그의 스파클링 중에서 블랑 드 누아를 추천한다. 한동안 100% 샤르도내로 만드는 블랑 드 블랑이 최고급 스파클링 와인의 대명사로 알려져 왔지만, 블랑 드 블랑은 강한 산도 때문에 처음 와인을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거부감을 주기 쉽다. 하지만 블랑 드 블랑은 레드 와인처럼 향기도 좋고, 간단한 안주하고도 즐기기 편하다. 덕분에, 아직 와인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애호가들에게는 슈램스버그 혹은 샴페인의 블랑 드 누아를 권하고 싶다.
벨리스코, 뵈브 엉발
‘뵈브 엉발(Veuve Ambal)’은 ‘자이엉스(Jaillance)’와 함께 프랑스에서 가장 큰 스파클링 와인 생산자이다. 본사는 프랑스 부르고뉴에 있는데 최근 부르고뉴 와인의 가격이 폭등하는 이유는 이 회사에서 스파클링용 포도를 대규모로 사들이기 때문이라는 루머가 있을 정도이다. 뵈브 엉발의 자체 브랜드로도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하지만, 고급 스파클링 와인인 ‘그랑 코트’와 ‘라비노루아’, 전통적인 방식의 대중적 스파클링 와인인 ‘앙리 르블랑’ 같이 다양한 브랜드로 와인을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많은 종류의 와인을 만들지만, 그 품질은 놀랍게도 늘 균일하다.
[이민우]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5호 (2021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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