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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균 잘못 먹으면 독이 된다고? 암 환자 등 면역저하 상태엔 자제해야
입력 : 2021.12.07 1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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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소장 씨는 최근 75세인 아버지가 대장암 수술을 받은 뒤 건강에 도움이 될까 해 유산균제를 사다드렸다. 딸이 사다준 유산균제를 복용한 권 씨의 아버지는 얼마 후 피부 발진과 구토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했는데 충격적이게도 세균에 감염되어 전신에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패혈증’이라는 진단을 받게 됐다.
장 건강과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건강기능식품 중 유산균제와 같은 프로바이오틱스 관련 제품을 복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배변 활동과 장 건강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면역력을 높이는 효과도 볼 수 있다고 알려진 건강기능식품 ‘프로바이오틱스’를 매일 섭취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프로바이오틱스가 장 건강을 악화시키고, 경우에 따라 암 환자 등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는 일부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가장 흔하다고 알려진 부작용 중 소화기 증상으로는 설사, 복통, 복부 팽만감, 구역 및 구토 증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간혹 피부 발진이나 가벼운 여드름이 나타나기도 한다.
최창환 중앙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프로바이오틱스 복용 후 드물기는 하지만 패혈증(균혈증), 장 허혈, 심내막염 등도 보고된 적이 있는데, 프로바이오틱스 복용 후 이전에 없던 증상이 발생하면 먹는 것을 멈추고 병원을 찾아 전문의와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프로바이오틱스의 복용에 따른 부작용은 일반적으로 심각한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에게서 좀 더 흔하게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암 환자 같이 면역저하 상태의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최창환 교수는 “실제로 전립선암과 대장암 환자에서 프로바이오틱스 복용 후 알러지성 질환이 발생한 사례가 있고, 급성췌장염 등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에서 심내막염, 패혈증과 같이 심각한 합병증이 보고된 적도 있다”며 “암으로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이거나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인 사람이나 심각한 만성 질환이 있는 환자는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이기 때문에 유산균이 병원성 세균처럼 작용해 느슨해진 점막장벽을 통해 혈관으로 균이 유입돼 패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기저질환자는 아니지만 노인과 유아에서 프로바이오틱스와 관련된 부작용의 발생률이 일반 성인보다 다소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노인에서는 패혈증, 간 농양 등이 보고된 사례들도 있다.
또한 프로바이오틱스를 아침 식전에 먹으면 위의 산도가 높아져 유산균을 사멸시키기 때문에 가급적 식후에 먹는 것이 좋고, ‘급성 췌장염’ 환자의 경우에도 유산균을 먹으면 병이 악화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복용을 삼가는 것이 좋다. 이와 같이 프로바이오틱스는 일반적으로 안전하고 우리 몸에 유익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까지 그 작용기전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으며 일부에는 부작용도 있다.
최 교수는 “프로바이오틱스가 인체에 여러 가지 유익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은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대부분의 임상 연구는 한계점이 있어 현재로서는 기존에 알려진 질병의 예방 및 치료 방법을 대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 적극적으로 권장하기는 어렵다”며, “기존 치료에 보조요법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좋고, 심각한 기저질환이 있거나 복용 후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복용을 중단하거나 주치의와 상담 후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최근에는 사균체를 이용한 포스트바이오틱스의 효과가 보고되고 있는데, 사균의 경우 면역저하 상태에서 생균이 가지는 부작용이 없기 때문에 대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지만 아직은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태다”라며, “프로바이오틱스가 가지고 있는 장점도 분명히 있으므로, 향후에 각 질병에 효과적인 프로바이오틱스 종류, 용량, 용법, 작용기전 등이 구체적으로 밝혀진다면 사람의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도움말 최창환 중앙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5호 (2021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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