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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아가씨보다 중년 마담에 빠진 남편
입력 : 2021.10.18 10:4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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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 강유나
중년 남성은 성욕을 관장하는 남성호르몬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챈다. 예쁘고 매력 있는 여성을 봐도 설레는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 외모보다는 ‘말이 통하는 여자’가 좋다. 그래서 젊었을 때는 예쁜 아가씨가 있는 술집을 좋아하지만, 나이가 들면 말이 통하고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중년 마담이 있는 술집을 찾는다. 얘기를 잘 들어주는 마담에게 아내에게도 할 수 없는 속 깊은 얘기까지 털어놓기도 한다. 니체는 “오랫동안 대화할 준비가 돼 있으면 결혼하라”고 했다. 아내와 대화를 시도해보지만 주제는 늘 자녀 교육이나 시댁(媤宅)이 거의 전부다. 자기주장이 강한 아내와 얘기를 하다 보면 벽을 느끼기 일쑤다. 결국 입을 다물게 된다.
남편은 대화다운 대화, 신문에 난 얘기를 우아하게 하고 싶다. ‘공감의 불륜’이다. 섹스는 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 감성 공유가 ‘우선’인 것이다. 육체적 에너지는 저하되고 배우자 외 이성 관계에 대한 열망이 결합된 절충형 불륜이다. 그렇다고 가정을 버릴 생각은 추호도 없다. 결혼 생활의 파탄을 견딜 격정과 에너지도 없다.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면서 상처도 주지 않는다면 그 상태가 오래오래 지속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수익’의 시 ‘그리운 악마’처럼, ‘기다림이 하루 종일 전류처럼 흘러, 끝없이 나를 충전시키는 악마 같은 숨겨둔 정부(情婦)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식이다.
남편을 바깥으로 내몰지 말고, 얘기를 잘 들어주면 어떨까. 남편의 능력을 과대평가해 마구 칭찬을 해주면 그것이 빈말인 줄 알면서도 기분 좋아한다. 이왕 하는 거 ‘구체적으로’ ‘진심을 담아’ ‘웃음을 머금고’ 남편과 지적인 대화를 해서 집 안으로 끌어들이려면 공부도 좀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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