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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당뇨병, 고혈압에 지방간? 코로나19로 소아비만 급증이 원인
입력 : 2021.10.12 14: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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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야? 살이 많이 쪘구나?”
코로나19로 집에서 화상수업을 하고 있는 초등학생 5학년 배단비(가명·만 11세) 양은 수개월째 집에서만 지냈다. 아빠가 저녁 늦게 퇴근해 치킨 등 배달야식을 안주 삼아 술을 마시면 옆에서 함께 야식 먹기를 반복했는데 3개월 만에 체중이 6㎏이나 늘어났다. 소아들도 코로나 ‘확찐자(?)’에 등극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야외활동이 줄어들고 재택학습이 일상화된 상황에 소아비만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가뜩이나 신체활동이 부족한 아이들이 학교생활과 외부 활동이 줄면서 불규칙한 수면과 게임이나 온라인 수업 같은 좌식 생활의 증가와 함께 식습관 역시 나빠진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소아비만’이 더욱 더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최근에만 집중된 현상만은 아니다.
이대용 교수는 “코로나19 이전부터 비만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만성질환이었는데 WHO에서도 비만을 전 세계에 만연한 신종 전염병이라고 하였고, 국내에서도 비만 환자의 증가와 함께 예방과 관리에 신경 쓰고 있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19는 비만 환자의 급증을 야기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적 있는 소위 ‘확찐자’라는 단어가 어른들뿐 아니라 소아청소년에서도 유행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소아청소년기의 비만은 단지 살이 찐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성인의 비만 역시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같은 다양한 성인병의 원인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아청소년에서도 그러한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실제 20세 미만 당뇨병 환자는 2015년에서 2019년 동안 9335명에서 1만1571명으로 약 24% 증가했으며, 고혈압은 4610명에서 6363명으로 38% 증가, 고지혈증은 1만1047명에서 1만4590명으로 32%가 늘어났다. 소아청소년 지방간 환자 또한 2015년 9482명에서 1만3029명으로 37.4% 증가했으며, 소아청소년기에 간경변증 진단을 받은 환자도 약 5%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교수는 “비만 소아청소년 아이들을 진료하다 보면 다양한 합병증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 소위 지방간으로 넓게 불리게 되는 간수치 상승은 비교적 흔하고 조절되지 않을 경우 간섬유화나 간경화까지 진행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혈당 이상과 함께 당뇨까지 발병되는 경우도 있으며, 고지혈증이나 수면 무호흡, 코골이, 관절 장애 역시 소아비만에서 확인되는 합병증들인데 이러한 합병증의 발생 가능성을 확인하고 조절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비만 관련 외래 진료를 하다보면 ‘애가 야채를 안 먹어요. 야채 안 먹어서 살이 찌는 것 맞죠?’라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는데, 어느 정도는 맞고 어느 정도는 틀린 이야기일 수 있다”며, “단순히 야채, 과일을 많이 먹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루에 절반 정도는 일반적인 식사를 해야 하며, 인스턴트, 패스트푸드 등 빨강군 음식을 삼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치료에 있어서는 1차 치료에도 호전되지 않는 경우나 중증의 합병증이 있는 경우에는 약물을 사용하기도 하고 성인 연령에서는 수술적 치료도 고려할 수는 있다. 하지만 소아청소년 비만에서 기본이 되는 치료는 앞서 언급한 식습관 조절과 함께 생활습관 조절 및 운동으로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다. 이대용 교수는 “아이가 체중부하에 따른 관절에 과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면서 매일 적정 시간 동안 충분한 강도의 운동을 지속하며 좌식 생활이나 게임, 수면 시간과 같은 습관 교정이 중요하다”며 “이러한 노력은 아이 혼자서는 쉽지 않고 코로나 이후 급격하게 증가한 소아청소년 비만 조절을 위해 가족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에는 전문가의 진료와 함께 합병증의 확인과 비만 관리를 통해 건강한 소아청소년기를 지내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3호 (2021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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