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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강동, 강남과 ‘키맞추기’ 경기는 교통 호재 지역 상승
입력 : 2021.10.07 17: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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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들어선 ‘아크로리버하임’은 이 일대 ‘대장아파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2019년 12월 준공된 이 단지는 한강변에 위치한 덕분에 N서울타워, 롯데월드타워, 반포한강공원 등의 조망이 가능해 ‘비강남권’ 아파트 가격을 주도하고 있다. 유례없는 부동산시장 상승 기류 속에 아크로리버하임 매매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단지 전용면적 84㎡는 9월 3일 25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직전 신고가 21억9000만원(6월) 대비 3억1000만원이나 오른 금액이다. 전용면적 84㎡는 수요자들 사이에서 가장 관심이 높아 부동산업계에서는 ‘국민평형’이라고 부른다. 동작구에서 국민평형 84㎡ 매매가격이 25억원 이상을 기록한 것은 아크로리버하임이 처음이다.
이 단지 매매가격이 20억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 10월이다. 서울에서 강남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를 제외한 지역 중에서는 이 단지가 처음이다. 신고가 25억원을 기록하면서 1년도 되지 않아 매매가격이 5억원 오른 셈이다. 2016년 당시 분양가 7억8000만원 수준과 비교하면 세 배 넘게 가격이 올랐다. 대형 아파트도 신고가 행진에 동참하고 있다. 흑석동 마크 힐스 전용면적 244㎡는 지난달 초 40억원에 신고가를 찍으며 동작구 역대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흑석동뿐만 아니라 ‘준강남’으로 꼽히는 지역들의 아파트 매매가격 역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과천푸르지오써밋
판교 역시 마찬가지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에 위치한 백현마을2단지 전용면적 84㎡는 지난 7월 2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경기도 아파트 전용면적 84㎡ 가운데 20억원을 초과해 거래된 것은 이 단지가 과천푸르지오써밋에 이어 두 번째다. 이 단지는 지난 8월 21억원에 거래되며 새롭게 신고가를 기록했다.
경기도 의왕시의 경우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15억원을 넘겨 매매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의왕도 ‘준강남’으로 봐야할 판”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의왕시 포일동에 위치한 ‘인덕원 푸르지오 엘센트로’ 전용면적 84㎡는 지난 4월 말 15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의왕 84㎡ 아파트 가운데 처음으로 15억원이 넘는 금액에 매매됐다. 이 단지는 같은 전용면적이 지난 6월 초 16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상승 폭을 더욱 키웠다. 두 달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매매가격이 1억원 상승했다. 의왕시 학의동에 위치한 ‘의왕백운 해링턴 플레이스 2단지’ 전용면적 114㎡가 지난 7월 15억5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대형평형 아파트도 가격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경기도에서 ‘준강남’으로 꼽히는 지역의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서울 아파트가 오히려 저렴한 편’이라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2월 준공된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사당롯데캐슬골든포레’ 전용면적 84㎡ 최고가는 지난 2월 기록한 14억원이다. 분양 당시 전용면적 84㎡ 분양가 6억5470만~7억1140만원과 비교하면 두 배가량 가격이 올랐지만 최고가는 경기도 핵심 입지에 미치지 못한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신축 아파트인 데다가 서울 아파트 매매 자체가 쉽지 않아 거래 자체가 끊긴 점을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수요자들 입장에서는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 여력이 여전히 충분하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는 강남3구와 인접한 강동구 상승세가 주목받고 있다. 강동구 주요 신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말 대비 수억원가량 상승했다.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전용면적 84㎡의 경우 지난해 말 15억9000만원에도 거래되던 매물이 8월 18억5000만원으로 2억원 넘게 가격이 올랐다.
강동구 고덕동에 들어선 고덕아이파크 전용면적 84㎡는 지난 7월 16억1000만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1월 같은 전용면적이 14억9000만원에도 거래가 됐던 것과 비교하면 1년도 지나지 않아 1억원 넘게 매매가격이 상승했다. 강동구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 재건축’으로 평가받는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이라는 호재도 앞두고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서울시 강동구 둔촌1동 170-1 일대에 85개동·1만2032가구 규모 아파트와 부대시설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올림픽파크 에비뉴포레’로 탈바꿈하는 이 단지는 일반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달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새롭게 공급되는 신축 단지가 일대 아파트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경향이 있다”며 “내부 정비를 마친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 향후 일정 등 윤곽이 드러나면 일대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과천지식정보타운 린 파밀리에 당첨 하한선은 2258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청약통장 최대 납입 인정금액 10만원을 18년 10개월 납입해야 채우는 금액이다. 실제로 이 통장 주인은 29년 8개월 동안 납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승세가 주목받는 것은 ‘거래절벽’ 속에서도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8월 서울에서는 3만3846건의 아파트 매매(9월 14일 기준)가 이뤄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5만9126건 대비 42.8%(2만5280건) 감소한 수치다. 범위를 수도권으로 확대해도 전년 대비 거래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해 1~8월 수도권 아파트 매매는 18만4641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26만9636건 대비 31.5%(8만4995건) 감소했다. 8월 매매 신고기한이 아직 남았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거래절벽’ 조짐이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전년보다 거래 건수가 큰 폭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거래절벽 속에서도 가격 상승이 계속되는 것은 그만큼 개발 호재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동작구의 경우 최근 3~4년 동안 정비사업을 통해 낙후 지역들이 신축단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아크로리버하임 인근에 위치한 명수대현대아파트와 한강현대아파트는 현재 재건축을 준비 중이다.
서울시가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 2013년부터 적용된 ‘15층 층고 제한’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도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재임 시절 조망권 확보라는 명분과 함께 ‘스카이라인 관리 원칙’을 도입했다. 명분과는 달리 이 원칙은 재건축 단지 사업성을 떨어뜨려 재건축을 막는 규제로 활용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동작구는 여의도·강남·용산 가운데 위치하고 서울지하철 9호선 라인이 뚫리면서 예전부터 입지는 높게 평가를 받았다”며 “한강변 층고 제한이 풀리면 아파트 재건축 사업성이 더욱 확보된다는 점이 강남과의 ‘키 맞추기 현상’과 겹치면서 시세가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왕시의 경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로 대표되는 각종 교통 호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GTX-C 노선 정차가 유력해지면서 의왕시는 수도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역 중 한 곳이 됐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 매매 동향에 따르면 의왕시는 올해 들어 아파트 매매가격이 31.04%(9월 6일 기준) 오르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국에서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30% 이상을 기록한 곳은 의왕시가 유일하다.
의왕시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지하철역은 4호선 인덕원역이다. 인덕원역은 행정구역상 안양시에 위치했지만, 최근 의왕시에 들어선 신축 아파트 단지와 도보로 이동 가능하다. 이 인덕원역이 수년 내로 3개 노선이 환승하는 교통 중심지로 변모하면서 인근 아파트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30일 제3차 신규 공공택지 입지 10곳을 발표했다. 발표 내용 가운데 의왕·군포·안산 접경지에 4만1000가구 규모 공공택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 포함되면서 의왕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GTX 교통 개선 기대감에 최근 아파트값이 껑충 뛴 경기도 의왕시 포일동 ‘인덕원푸르지오엘센트로’ 단지 전경
월곶~판교(월판선) 복선전철과 동탄~인덕원선 복선전철이 착공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월판선은 경기도 시흥시 월곶에서 시작해 광명, 인덕원을 거쳐 판교로 이어진다. 업무단지가 밀집한 판교로 이어지는 만큼 인덕원 일대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월판선 복선전철 건설사업은 이르면 올해 안에 착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의왕, 수원을 거쳐 동탄역까지 이어지며 경기도 남부권을 관통하는 동탄인덕원선 역시 착공을 앞두고 있다. 두 노선 모두 2026년 개통이 목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의왕 등 경기 남부권은 기본적으로 수요가 있는 곳인데 GTX-C노선 의왕역 정차 등 교통 호재까지 반영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추격 매수 신중해야”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추격 매수’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준강남’으로 꼽히는 지역에서 강남과의 ‘키 맞추기 현상’이 발생하거나, 각종 교통 호재가 반영돼 가격이 오르는 건 사실이지만 ‘부동산불패’의 상징 강남처럼 상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동작구의 경우 ‘강남 키 맞추기’ 현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이 지역은 시세가 강남의 80~90% 수준까지 올랐다가 다시 내려오는 흐름을 반복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강남권과 밀접해 수요가 계속해서 이어지다가 ‘이 가격이면 강남을 알아봐야겠다’는 인식이 수요자들 사이에서 퍼지면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것이다. GTX 호재 역시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개발 사업은 단기간이 아닌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상승세가 오랫동안 지속될지 여부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교통 호재의 경우 해당 지역에서 착공이 되기도 전에 미리 반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GTX 완공까지는 아직 오랜 시간이 남았는데 선반영 여파로 집값이 과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석환 매일경제신문 부동산부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3호 (2021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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