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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씨네의 와이드앵글] 영화 `판도라` 왜 골든타임을 놓쳐야만 할까
기사입력 2017.01.06 17: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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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판도라(Pandora)’는 그리스 신화 속에 등장하는 최초의 여성이다. 오늘날 판도라가 잊히지 않는 건 제우스가 그녀에게 전한 상자 때문이다. 호기심이 동한 그녀가 상자를 연 순간 그 안에 봉인돼 있던 악덕과 불행이 인간 세상에 퍼지게 됐다는 이 신화는 오늘날 죽음과 재앙의 기원이 돼 지금도 살아있는 생물처럼 성장하고 있다.

바닷가 시골마을 월촌리에 사는 재혁에겐 마을에 우뚝 솟은 원자력발전소가 무섭고 지겨운 판도라의 상자다. 그 상자가 살짝 열리던 날, 아버지와 형님은 죽음의 재앙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꾸역대며 발전소로 출근하는 건 오로지 먹고사는 문제 때문이다. 그날도 그런 이유로 한숨과 푸념, 숙취가 오락가락했다. 강한 지진에 온몸이 떨렸지만 상자가 열리리라곤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이까짓 지진쯤은 이미 버텨낼 재간이 확실하다는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설마… 하는 생각보다 훨씬 믿을 만했다. 하지만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지진이 땅을 때리자 발전소는 끓어올랐고 방사능은 유출됐다.

영화 <판도라>는 원자력 발전소 폭발사고와 방사능 유출에 대응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에 관한 이야기다. 발전소에 근무하는 보통사람들은 그곳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죽음에 맞서다 피를 토하고, 발전소를 관리하는 좀 높은 사람들은 훨씬 높은 사람들의 말 한마디에 안절부절 좌불안석이다. 이쯤 되면 그 훨씬 높은 사람들의 그럴 듯한 결정이 기대되기 마련인데, 그들은 늘 팩트보다 정치가 우선이다.

흔히 영화는 현실을 뛰어넘는다고 했던가. 아이러니하지만 이 당연한 논리가 <판도라> 앞에선 힘을 잃는다. 영화를 뛰어넘은 스펙터클한 현실에 관객은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감정을 이입한다. 간간이 스크린에 등장하는 신파가 거슬리기도 하지만 이미 대세엔 지장 없는 꼬투리다.

현실의 무능함이 오히려 흥행전선엔 득이 됐다. 그런 면에서 12월 7일을 개봉일로 정한 배급사의 선견지명(?)이 궁금해졌다. 살짝 들여다보니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은 격이다. 겨울 블록버스터로 관심을 모으며 개봉일이 지연되다 어렵게 공개된 시점이 어지러운 시국과 맞닿았다.
흥행은 신이 점지해 준다는 영화계의 정설 아닌 정설, 괜한 말이 아니다. 그렇다면 현실을 벗어난 영화 속에서까지 우리는 왜, 늘, 골든타임을 놓쳐야만 하는 걸까. 영화를 보는 내내 타마키 타다시 법무법인 광장 고문이 쓴 <한국경제, 돈의 배반이 시작된다>의 한 대목이 중첩됐다.

그는 책 속에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일본인들의 많은 착각과 잘못된 생각으로 인한 위기의 만성화가 원인이었다”며 “일본인이 위기의 만성화 상황에서 익숙해져 버린 ‘10가지 착각’은 다음과 같다”고 소개한다.

1. 경제 정체는 일시적이라는 생각

2. 과거의 성공 경험과 법칙이 아직도 유효하다는 생각

3. 누군가 다른 사람이 위기를 타개해 줄 것이라는 생각

4. 누군가 책임을 질 것이라는 생각

5. 자신의 회사만큼은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

6. 자신의 세대까지는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

7. 좋은 상품만 만들면 팔릴 것이라는 생각

8. 고령화 사회는 ‘먼 미래’라는 생각

9. 그래도 ‘일본은 특별하다’는 생각

10. 나는 남에 비하면 상황이 ‘낫다’는 생각

우리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6호 (2017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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