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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가들은 글로벌 유니콘 기업에 투자한다는데 DJI, 그랩 등 주목… 자금 회수 길어질 수도
기사입력 2019.01.04 16:50:34 | 최종수정 2019.01.04 16:5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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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기존의 투자방식만으로는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가 어려워졌다. 주식형 펀드들은 지난해 들어 이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거나 한 자릿수 초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그나마 수익을 내는 채권형 펀드는 수익률이 높은 편은 아니다.

높은 수익률을 내는 투자처에 목마른 이들의 시선이 머문 곳은 바로 벤처기업 투자다. 국내 개인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프리IPO(Pre-IPO, 상장전 투자유치) 식으로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게 트렌드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벤처기업은 신기술과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설립한 신생 중소기업을 가리킨다. 성장성이 높은 벤처기업을 골라 선제 투자하면 추후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등 엑시트(Exit·투자 수익 회수)를 통해 많은 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시에 상장하는 경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무 보호예수(락업) 기간은 6개월인 반면, 벤처투자자(VC)와 같은 투자자들은 1개월이기 때문에 상장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차익 실현이 가능하다.

이 같은 트렌드는 1%대 초저금리 시대가 지속되던 몇 년 전부터 자산가들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프라이빗뱅킹(PB)센터를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졌다. 특히 로봇이나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콘텐츠, 공유경제 서비스 등 4차산업혁명의 핵심으로 떠오른 벤처기업들이나 향후 성장 전망이 밝은 제약·바이오 관련 벤처들을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나 하나금융투자, 삼성증권 등 증권사의 PB센터 등에서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개인이 투자할 수 있도록 관련 상품을 만들어 고액자산가들도 창투사나 VC사나 가능했던 벤처기업 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기업이나 기관투자가 등에게만 한정됐던 사모펀드 참여에 개인도 가능해진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이런 투자 트렌드가 국내 벤처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유니콘기업으로 그 범위가 확장됐다. 유니콘기업은 기업 가치가 10억달러(약 1조원) 이상으로 평가받는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을 가리킨다.

미국의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Uber)’나 숙박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AirBnB)’, 중국의 전자제품 제조사 ‘샤오미(小米·Xia omi)’, 모바일 차량호출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Didi Chuxing)’ 등이 이에 해당된다. 국내 스타트업 중에서는 이커머스 기업 ‘쿠팡’, 모바일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 등이 유니콘 기업으로 꼽힌다.

정상규 신한금융투자 PWM 프리빌리지센터 PB팀장은 “보통 1~2년 내 상장을 계획 중인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지는데 짧으면 3개월, 길게는 3년 정도 내다보고 투자를 진행한다”며 “처음에는 국내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투자가 최근에는 글로벌 유니콘 기업으로까지 확장됐다”고 설명했다. DJI·그랩… 국내 벤처에서

글로벌 유니콘까지 투자 범위 확대


최근 자산가들이 투자했던 글로벌 유니콘 기업으로는 중국 드론 전문기업인 ‘DJI’와 동남아시아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Grab)’이다.

DJI는 2006년 중국에서 설립된 드론 제조업체로, 전 세계 상업용 드론 시장 글로벌 1위 기업이다. 왕타오(프랭크 왕) 최고경영자(CEO) 겸 최고기술책임자(CTO)가 26세 때 DJI를 창업했는데, 당시에는 무인항공기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을 만드는 회사였다. 그러다 일반인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제품을 고민했고 2012년 구매자가 박스를 뜯어서 바로 날릴 수 있는 아웃오브더박스형 드론 제품을 업계 처음으로 선보이면서 본격적 드론 기업으로 거듭났다.

DJI 드론



현재 DJI 드론 시장 점유율은 70%에 육박한다. 특히 대부분의 소비자용 테크 시장에서 미국기업이 고가형을 차지하고 중국은 가성비를 앞세운다는 인식과 달리, 드론에서는 DJI가 저가형, 중가형과 고가형을 모두 섭렵하고 있다. 대표 제품으로 저가형인 팬텀시리즈와 고급형인 인스파이어 시리즈가 있다.

일반적으로 유니콘기업들이 높은 성장 기대감에 비해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과는 달리, DJI는 드론을 이미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이익도 내고 있다. 2009년부터 매년 3~4배씩 증가한 매출은 2017년에는 3조원(약 28억달러)을 돌파했으며, 2018년에는 매출 4조8000억원, 순이익 1조20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투자 집행 당시 평가한 기업가치만 23조원으로 추정됐다. 오는 2020년 증시 목표로 하고 있는데 상장 시 기대 기업 가치는 70조원에 달한다. DJI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은 상장 후 주식 매각으로 큰 차익을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DJI의 높은 성장성과 가치를 알아본 미래에셋대우도 2018년 7월 회사 지분을 1200억원 어치 투자한 바 있다.



차량 공유·배송 서비스 제공업체인 그랩은 말레이시아 출신 앤서니 탄(Anthony Tan)이 창업했다. 자신을 보기 위해 말레이시아를 찾아온 친구가 택시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은 것을 계기로 2012년 시작했다. 처음에는 ‘마이택시(MyTeksi)’라는 이름의 콜택시 애플리케이션(앱)이었다가 2013년 필리핀에 ‘그랩택시(GrabTaxi)’라는 이름으로 진출하면서 태국,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한동안 말레이시아에서는 마이택시, 나머지 서비스 국가에서는 그랩택시로 두 개의 브랜드가 공존하다가 2016년부터 그랩택시로 통합됐다. 현재는 본사가 싱가포르에 있어 싱가포르 앱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미얀마(베타) 등 동남아시아 8개국 235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2018년 6월 기준 그랩 이용자 숫자는 3600만 명에 달하며, 20억 번 이상 차량 공유가 이뤄졌다. 그밖에 오토바이를 타고 갈 수 있는 그랩바이크, 소형화물 배달서비스인 그랩 익스프레스 등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차량공유 서비스뿐만 아니라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인 ‘그랩페이(Grab Pay)’를 출시하면서 핀테크로도 서비스 범위를 확장하려고 시도 중이다. 그랩페이는 아세안 국가들이 신용카드 발급에 대한 규제가 엄격해 신용카드 사용률이 낮은 점을 공략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신용도 확인과 같은 복잡한 절차 없이 그랩페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해 현재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간편결제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그랩택시 어플리케이션



현재 그랩의 기업 가치는 110억달러로, 약 1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같은 공격적인 서비스 확장에 기업 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중국의 차량공유서비스업체인 ‘디디추싱’뿐만 아니라 미국의 우버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으며, 도요타나 SK, 소프트뱅크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글로벌 유니콘 기업에도 투자를 단행했지만, 기본적으로는 국내 벤처기업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진다. 정상규 팀장은 “벤처기업에 투자하기 전에는 철저한 검증을 거치는데, 해외 유니콘 기업의 경우 DJI나 그랩처럼 이미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투자하는 등 검증이 되어있는 회사들만 골라서 투자하고 있다”며 “국내 벤처기업들은 직접 기업탐방이나 수차례 미팅 등을 통해 투자할 기업을 정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투자가 진행된 국내 벤처기업 중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10월 26일 코스닥에 상장한 로봇벤처기업인 ‘로보티즈’를 꼽을 수 있다.

1999년 설립된 로보티즈는 서비스로봇 구축 솔루션과 이를 기반으로 한 에듀테인먼트 로봇사업 등을 주로 다루고 있다. 주력 제품은 서비스로봇의 관절 역할을 하는 ‘액추에이터(동력구동장치)’와 이를 구동하는 지능형 소프트웨어이며, 현재까지 전 세계 200여 로봇업체들에게 공급됐다. 의료회사뿐만 아니라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회사들도 주요 구매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다. 2017년 말에는 LG전자로부터 지분 10%에 해당하는 90억원 가량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그밖에도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는 다양한 4차 산업 관련 기업이나 제약바이오 벤처기업들에 투자했다. 비상장 벤처기업에 대한 정보 접근 문제로 옥석 가리기가 어려운데, 증권사 PB들이 사전에 투자할 만한 기업들을 추려내고 검증하는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인기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공하면 높은 수익률… 벤처투자 소득공제도 받을 수 있어…

“리스크도 상존… 실패하면 원금회수도 어려워”


이 같은 벤처투자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성공 시 돌아오는 높은 수익률을 꼽을 수 있다.

성장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벤처기업들은 증시 상장 시 밸류에이션을 높게 평가받는 경우가 많다. 상장 이후 지분 매각을 통해 차익을 도모하거나, M&A 등으로 지분을 넘길 수도 있다.

펀드설정 기간 내 해당 기업이 IPO나 M&A 등 엑시트를 못하더라도 성장성이 높은 기업인만큼 추가적으로 투자하려는 수요가 많기 때문에 구주매출을 통해서 원금을 다시 돌려받을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특히 벤처기업에 투자해 적게는 수 배 많게는 수십 배에 달하는 투자 수익을 거둔 사례가 과거에 이따금 있었다. 실제로 한국투자파트너스는 2009년 와이지엔터테인먼트에 74억원을 투자해 687억원을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내부 수익률은 155%에 달했다. 벤처 투자 중 내부수익률이 500%를 넘어서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아울러 기본적으로 벤처투자에 대한 절세혜택만으로도 일정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점도 주목을 받는다.

정부는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2010년부터 소득공제(기타소득공제) 항목에 투자조합 출자공제를 통해 개인이 투자조합을 결성해 벤처기업에 투자할 경우 소득공제 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개인이 중소기업창업투자조합, 한국벤처투자조합, 신기술사업투자조합 등 투자조합을 통해 벤처기업에 출자하거나 벤처기업투자신탁 수익증권 등에 투자하는 경우 3000만원 이하는 100% 소득공제를 받는다. 3000만원 초과 5000만원 이하는 70%, 5000만원 초과는 30% 소득공제를 받는다. 예를 들어 1억원을 투자할 경우 총 5900만원을 소득공제 받는 셈이다. 소득세율 40%를 적용받는 고소득자가 1억원을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경우 연말정산에서 5900만원의 40%인 2360만원을 돌려받는 셈이다.



프리IPO식 벤처투자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전히 국내 증시가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고점론 등으로 조정을 받으면서 박스권을 횡보하고 있다. 더 이상 주식으로 큰 수익을 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건 말 그대로 ‘벤처(모험)’이기 때문에 리스크가 상존한다. 투자 당시에는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되거나, 상장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보여 투자를 집행했지만, 추후에 사정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회사 내부 이슈뿐만 아니라 대외적인 원인 등으로 상장 시점이 늦춰지거나 회사 밸류에이션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엑시트에 실패해 투자원금을 되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열이면 열 모두 투자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정상규 팀장도 “벤처기업 프리IPO 투자 집행은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며 “이런 내용을 투자자들에게 설명하는데, 투자자들도 이 같은 부분을 알고 있으며 리스크를 감안해 부담이 크지 않은 금액으로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조희영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00호 (2019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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