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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맛에 끌린다 ‘맥주도 와인처럼~’수제맥주시장 0.5%… 폭풍 성장 꿈꾼다
기사입력 2018.02.08 15:2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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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맥주맛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수제맥주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정부의 잇따른 규제 완화에 생산 시설과 유통 채널이 갈수록 확장되며 시장이 급성장하는 분위기다. 수제맥주 전문 프랜차이즈도 인기를 끌며 유망 창업 아이템으로 각광받는다. 수제맥주 시장 현황과 전망, 프랜차이즈별 포지셔닝 전략을 짚어 봤다.



▶맥주 시장 점유율 美 20%, ‘성장 여력’ 많아

국내 수제맥주 시장 역사는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월드컵을 개최하면서 외국인들이 마실 만한 맥주가 없다고 생각한 정부는 수제맥주 시장을 키우기 위해 영업장에서 직접 맥주를 만들어 팔 수 있는 ‘브루펍(Brewpub)’ 허가를 내줬다. 브루펍은 한때 150여 개까지 늘었다. 그러나 브루펍은 매장 내에서만 양조와 판매가 가능할 뿐, 일반 맥주 공장처럼 외부 유통은 허락되지 않았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없게 된 브루펍들은 결국 하나둘 문을 닫았고 2014년에는 45개만 살아남았다.

꺼져가던 수제맥주 시장의 불씨를 되살린 건 2014년 주세법 개정이다. 업계의 숙원 과제였던 외부 유통 허용은 물론, 중소 브루어리 설립 기준 완화, 세율 인하 등 관련 규제 빗장이 크게 풀렸다. 수제맥주를 맛보기 위해 브루펍이 몰려 있는 이태원에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진 것이다. 올 4월부터는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도 수제맥주 판매가 가능해진다. 주류 유통도 현재는 종합주류도매업자만 할 수 있지만 올 8월부터는 특정주류도매업자도 가능해질 예정이다. 이처럼 유통 채널과 경로가 확대되면 소비자 접점이 크게 넓어져 수제맥주 시장이 더욱 급팽창할 전망이다.

물론 시장 규모로 보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200억원 안팎. 약 4조원에 달하는 일반 맥주 시장의 0.5%에 불과하다. 소주(약 2조원), 와인(약 5000억원) 시장과 비교해도 한참 부족하다. 업계에서 아직도 수제맥주 시장을 ‘극초창기’로 보고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는 배경이다. 수제맥주 열풍의 진원지인 미국은 전체 맥주 시장에서 수제맥주의 비중이 20%에 달한다. 이를 감안하면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10년 안에 100배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효성 브롱스 공동대표는 “2014년 3월 1호점을 오픈할 때는 이태원과 강남 지역 외에는 수제맥주에 대해 아는 이가 거의 없었다. 2016년 들어 서서히 붐이 일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서울이나 지방 거점 도시 외에는 매장도 몇 없고 소비자들도 잘 모른다. 사업 초기에는 광주나 전주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마시는 맥주 애호가도 있었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대기업과 프랜차이즈도 잇따라 수제맥주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2014년 8월 롯데주류의 ‘클라우드 비어스테이션’을 필두로 신세계백화점(데블스도어), SPC(그릭슈바인), 진주햄(수제맥주 브루어리 카브루 인수)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수제맥주의 ‘대동맥’이라면 ‘모세혈관’ 역할을 하는 건 프랜차이즈다. 15~30평 규모의 주점 형태로 골목상권에서 소비자 접점을 형성하며 수제맥주 맛을 전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수제맥주 가맹점은 지난해에만 100여 개가 생겨났고, 올해는 그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수제맥주를 생산하는 양조장도 불과 2년 만에 50여 개에서 80여 개로 크게 늘었다. 이는 최근 주류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거둔 성과여서 더욱 괄목할 만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음식점 및 주점업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했다. 2000년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었다. 소비자들이 과거보다 술은 덜 마셔도 수제맥주는 더 마신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비즈 수제맥주 프랜차이즈 브롱스 대표



▶수제맥주 으뜸과 버금 생활맥주 vs 브롱스

스타벅스처럼 고급·다양화 vs 이디야처럼 가성비·대중화

수제맥주 프랜차이즈의 선봉장은 생활맥주와 브롱스다. 2018년 2월 현재 각각 130개, 60개 이상 가맹점을 거느리고 있다. 이어 크래프트한스, 바오밥, 할리비어가 가맹점 20~40여 개를 운영하며 뒤를 쫓고 있다. 임상진 생활맥주 대표는 “영업팀도 없고 창업설명회도 안 했는데 지난 한 해 동안에만 62개 가맹점이 문을 열었다. 요즘도 가맹점 개설 문의가 매일 4~5건씩 들어온다. 적극적으로 가맹점 모집에 나섰다면 지금쯤 300개도 넘었을 것”이라며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점주들과 상생에 신경 쓰며 신중하게 가맹점을 늘리려 한다”고 말했다.

돈이 되는 건 ‘투자형 점주’들이 먼저 아는 법. 프랜차이즈 다점포 점주들의 동향을 봐도 맥주 시장 흐름이 기존 생맥주 중심의 스몰비어에서 수제맥주로 넘어가고 있음이 뚜렷이 확인된다. 스몰비어의 대표주자인 ‘봉구비어’는 다점포 점주가 복수로 운영하는 가맹점수가 2015년 82개였다. 2016년에는 83개로 1개 늘어나는 데 그쳤고, 2017년에는 아예 자료 공개를 거부했다. ‘청담동말자싸롱’도 다점포 점주들이 운영하는 가맹점수가 2016년 18개에서 2017년 6개로 3분의 1 토막 났다. 스몰비어 열풍이 지나가고 주점 업황도 안 좋으니 기존 점주들이 ‘점포 정리’에 나섰음을 시사한다.

반면 수제맥주 프랜차이즈는 가맹점을 여럿 운영하는 다점포 점주가 오히려 늘고 있다. 생활맥주는 다점포 점주 7명이 각 2개씩 총 14개의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고, 일부는 조만간 3호점도 출점할 계획이다. 브롱스는 다점포 점주가 1명이지만 충성도가 상당하다. 서울 강북에서 이디야를 6개까지 출점했던 이 점주는 최근 이디야를 2개로 줄이는 대신 브롱스를 4개나 열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2개를 해보고 장사가 잘되니 하반기에 2개를 더 늘렸다. 황복동 브롱스 공동대표는 “가맹점 60여 개 중 절반 이상인 38개가 지난해 문을 열었다. 이들이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시기가 되면 다점포 출점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지금도 추가 출점을 문의해 오는 점주가 5명 이상 있다”고 전했다.

수제맥주 프랜차이즈 시장의 선두주자인 생활맥주와 브롱스는 서로 다른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일단 가격대부터 다르다. 생활맥주가 한 잔당(500㎖ 기준) 6000~7000원이라면 브롱스는 4000~ 5000원대보다 저렴하다. 생활맥주가 프리미엄 이미지로 ‘수제맥주계의 스타벅스’에 가깝다면, 브롱스는 가성비와 박리다매를 앞세운 ‘수제맥주계의 이디야’를 표방한다. 대신 매장 크기는 생활맥주(보통 15~20평)보다 브롱스(보통 25~30평)가 더 크다. 단, 두 브랜드 모두 테이블 단가는 3만5000원 안팎으로 비슷한 편이다. 직영점이나 주요 오피스 상권은 테이블 단가가 4만~5만원까지도 올라간다.

임상진 대표는 “맛과 품질을 고려하면 잔당 6000~7000원은 점주와 고객, 양조장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최적의 가격이다.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수제맥주를 이태원 경리단길에선 8000~9000원에 판다. 가격 경쟁에 너무 치우치면 맥주맛이 떨어질 수 있어 적정 가격을 지키려 한다”고 말했다. 정현성 브롱스 공동대표는 “마진을 최소화하는 대신 박리다매를 해서 수제맥주를 합리적 가격으로 제공하는 게 목적이다. 사업 초기에는 맥주에서 마진이 거의 남지 않을 정도였다. 그래도 대학생들에겐 비싸게 느껴질 테니 매일 오후 5~7시에는 수제맥주 1잔에 2500원에 파는 ‘해피 아워(happy hour)’를 운영한다. 이디야가 저렴한 가격으로 커피 대중화에 앞장선 것처럼 브롱스도 수제맥주 시장에서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맥주가 저렴한 덕분일까. 브롱스는 25~35세 젊은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다. 황복동 공동대표는 “브롱스 매출에서 수제맥주와 안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7:3 정도다. 18인치 큰 피자를 조각 단위로 4000원에 파는데 반응이 좋다. 초기에는 혼자 와서 피자 1~2조각 시켜서 맥주 4~5잔씩 마시고 가는 1인 고객이 많았다. 요즘은 단체 고객들로 북적이니까 1인 고객은 전보다 줄었다. 늘 혼자 오던 고객이 ‘나만의 아지트를 잃었다’며 섭섭해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생활맥주도 30대 직장인 남성을 타깃으로 여의도에 1호점을 냈다. 그러나 인지도가 높아지며 요즘은 대학가나 주택가에도 진출, 요즘은 고객층이 20~60대에 이를 만큼 다양해졌다는 설명이다. 임상진 대표는 “생활맥주만큼 고객층이 넓은 브랜드는 없을 것이다. 심지어 논밭이 옆에 보이는 지방 상권에 출점한 매장도 잘된다. 특히 메인 안주인 치킨은 웬만한 치킨집보다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배달앱에 치킨 카테고리에도 입점해 가맹점당 일평균 10건 정도 치킨 배달을 한다. 이 때문에 생활맥주가 치킨 프랜차이즈인 줄 아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대량 생산을 통한 박리다매 전략을 취하는 브롱스는 수제맥주를 공급받는 양조장이 4개뿐이다. 반면 생활맥주는 무려 22개에 달할 만큼 공급망이 넓다. 취급하는 수제맥주는 총 23종. 이 중 점주들이 매장 상황에 따라 7~10가지를 골라 판매한다. 가령 주택가는 대중적인 취향의 ‘강남 페일에일’을, 수제맥주 소비 수준이 높은 서래마을, 상수동, 여의도 등 번화가는 톡 쏘는 맛의 ‘사워 에일’이나 ‘레드 IPA’, ‘하와이안 골든에일’ 등을 파는 식이다. 한 달에 한 번씩 메뉴를 바꾸는 점주도 있다.

임상진 대표는 “지난해 양조장을 인수해 직접 생산 방식을 고려한 적도 있다. 맥주의 품질과 생산량 관리의 편의성 측면에선 직접 생산 방식이 더 낫다. 그러나 개성 있는 양조장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고, 이들의 판로 개척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여러 양조장들과 협업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양조장과 함께 메뉴 개발 실험을 꾸준히 하고 있다. 현재 개발에 성공한 단독 메뉴도 11개나 된다. 이건 생활맥주에서만 맛볼 수 있어 고객들의 충성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라고 자랑했다.



▶수제맥주 시장 지속 성장하려면

영세 양조장 키우고 종량세 개정해야

수제맥주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순항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소비자 취향 다변화에 따라 당분간 성장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노태정 앙스모멍 총괄 소믈리에는 “수제맥주는 최근 주류업계에서 굉장히 대세다. 이런 흐름은 향후 최소 3~5년 이상 지속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단, 미국처럼 수제맥주 시장 점유율이 20%에 달하려면 몇 가지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우선 현재 대부분 영세한 규모의 양조장들이 대형화돼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양조장은 약 80여 개에 달하지만 전국적인 유통망을 가진 곳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생산량도 적어 전국에서 쏟아지는 주문량을 맞추려면 맥주 성수기인 여름은 물론, 비수기인 겨울에도 하루 12시간 넘게 기계를 돌려야 한다. 또 이 중 대부분은 수제맥주 생산 단계에서 효모 필터링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필터링을 하면 양이 줄고 관련 설비 구축 비용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필터링을 하지 않으면 맥주병 안에서 발효가 계속 진행된다. 그럼 같은 맥주라도 개봉 시기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다. 물론 지금은 수제맥주 생산량 대비 수요가 많고 회전율이 높아 맛이 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향후 시장이 커지고 대량 유통을 하게 되면 엄격한 품질 관리를 위해 필터링이 필요한 시점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수제맥주 과세 기준을 현행 생산원가에서 생산량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인호 파이루스 대표는 “과세표준에 재료비, 설비비, 감가상각비 등 직접원가는 물론 인건비, 임대료 등 간접원가까지 포함된다.
생산량(종량세)이 아닌, 생산원가(종가세)에 세금을 매기다 보니 생산량이 적은 중소업체가 대기업보다 더 세금을 많이 내는 기형적인 구조”라며 “땅값이 비싼 서울에 브루어리를 들여놓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차보윤 마이크로브루어리협회장(장앤크래프트맥주 공장장)도 “중소 수제맥주 업체들이 병입 판매를 하지 않는 이유는 세금 때문이다. OB나 하이트는 대량생산을 통해 병입 원가를 낮출 수 있지만 중소업체는 그렇지 못하다”며 주세법 개정을 촉구했다.

[노승욱 매경이코노미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9호 (2018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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