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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탓 천정부지 달러값… ‘환테크’ 언제 들어가야 할까-美 중간선거 다가올수록 弱달러 원화값 1060까지 반등할 수도
기사입력 2018.08.10 11: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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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등 글로벌 경제에 불확실성 요인이 커지면서 한국은 ‘새우 등’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직격탄을 맞은 건 외환시장이다. 지난 6월 중순부터 달러 대비 원화의 가치가 급격히 약세로 돌아서더니, 7월 들어서는 ‘1130원’대까지 기준선을 올렸다. 그만큼 달러가 비싸졌다는 의미다.

환율이 변동성을 키우면서 ‘환테크’에 대한 관심도 다시 커졌다. 환테크란 달러당 원화 가치의 변동으로 차익을 보는 재테크인데, 달러가 쌀 때 사서 시중은행의 외화예금 계좌에 넣어 두었다가 비쌀 때 팔아 차익을 보는 방식이 가장 기본적인 유형이다.

하지만 주변에 ‘차익을 봤다’는 사람들의 말에 휩쓸려 당장 환테크에 뛰어드는 건 금물이다.

원화 가치 하락(달러화 가치는 상승)으로 쏠림 현상이 올해 가을께까지는 지속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쏠림 현상은 올해 6월부터 나타나고 있다. 달러당 원화값은 지난 4월 3일 종가 기준 1054.2원으로 연중 고점(환율은 저점)을 찍었는데, 7월 18일에는 종가 1132.3원으로 연중 저점(환율은 고점)을 기록했다.

3개월여 만에 무려 78.1원이나 달러가 비싸진 것이다. 리스크가 높고 변동성이 심한 달러 자산에 과도하게 베팅하는 것은 금물이지만, 일찌감치 달러를 사뒀더라면 지금쯤 차익 실현의 단물을 맛봤을 것이란 아쉬움이 밀려오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라도 환테크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 도대체 언제 달러를 사야 할까?



▶북한회담 끝나자 무역전쟁 공포… 달러强

사실 달러당 원화 가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굳건한 강세를 이어 왔다. 우리나라의 견조한 경기 성장세와 글로벌 경기 호황 등이 두루 영향을 미치면서 환율은 1050원대까지 기록했다. 특히 올해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한반도 화해 분위기를 타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북미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원화 가치는 급락(환율 급등)하기 시작했다. 원화값을 떠받쳐온 재료들이 한꺼번에 사라진 영향이 컸다. 이미 지난 4월 중순부터 미국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 유로존 경기 부진 탓에 달러화는 전 세계적인 강세를 띠었지만 원화만큼은 이례적인 강세를 보여 왔다. 이미 신흥국들이 달러화 대비 자국 통화 약세라는 파고를 넘은 뒤 한국이 한발 늦게 ‘환율 조정’을 받았다는 해석도 나왔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연초에는 한반도 화해 분위기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의 영향으로 원화 강세가 꾸준히 이어져 왔지만 미·북 정상회담 등 빅 이벤트가 끝난 뒤에는 이렇다 할 재료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의 화해 무드가 무르익던 시점에서 미·북 정상이 만났지만 ‘종전 선언’ ‘북·미 수교’ 같은 확실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오히려 시장은 회담 결과를 싱겁게 받아들였다”며 “그 후폭풍으로 원화 가치도 떨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실제 관세 발효를 통해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의 ‘치킨 게임’으로 치닫자 달러당 원화값은 재차 속절없이 떨어졌다.

지난 7월 6일(현지시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약 38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지난 3월 처음으로 관세부과 방침을 밝힌 이후 미·중 고위 관료들이 벌여온 협상이 수포로 돌아갔고, ‘무역전쟁’ 우려가 현실로 닥친 것이다.

여기에 중국도 미국에 대한 ‘보복 관세’로 맞섰고, 양국이 추가 협상보단 보복 관세 추가 부과에 무게를 둔 발언을 쏟아내면서 세계 시장을 공포에 떨게 했다. 예를 들어 같은 달 10일에는 USTR이 연간 중국산 수입액 절반에 달하는 2000억달러 규모 제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섰고, 중국도 즉각 “보복할 수밖에 없다”며 맞대응 방침을 밝혔다.



▶한국, 위안화 약세 따라 변동성 특히 키워

문제는 이 같은 전 세계적인 공통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국의 통화 절하 속도가 유달리 빠르다는 점이다. 원화값이 짧은 시간에 급속도로 떨어지면 경제 주체들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거시경제 운용에 상당한 부담을 주게 된다.

실제로 6월 한 달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1조7158억원에 달했다. 6개월 연속 순매도 규모는 무려 5조8000억원 수준이다.

원화값 하락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쉽게 확인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6월 15일부터 7월 16일까지 한 달 동안 원화 가치는 달러화와 비교해 2.9% 떨어졌다. 같은 기간 터키 리라화(2.3%), 인도네시아 루피아화(2.2%), 태국 바트화(1.8%)에 비해서도 감소 폭이 컸다.

특히 올해 상반기 ‘신흥국 위기론’의 진원지로 꼽힌 터키·아르헨티나 등이 비교적 안정세를 되찾은 반면 원화는 오히려 갈수록 낙폭을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아르헨티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500억달러 구제금융이 최종 확정된 지난 21일까지 연초 대비 페소화 가치가 35% 폭락했지만 이후에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위와 같은 6~7월 기간에는 오히려 통화 가치가 3.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값의 급락은 중국 위안화의 가치 하락에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 같은 기간 달러화 대비 위안화 절하 폭은 3.6%에 달했다. 우리나라 외환시장은 중국과 상관성이 높은데, 중국과 달리 외환당국의 환율 통제도 없어 위안화 방향에 따라 더 크게 출렁이는 경향이 있다.

일각에선 중국 정부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응해 ‘약위안 강달러’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분석한다. 위안화 가치가 달러보다 낮게 유지되면 대미 수출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된다. 미국의 관세 부과 효력을 반감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무역수지는 관세뿐 아니라 환율의 영향도 받기 때문에 유럽·중국이 보복관세에 더해 환율정책(자국 통화 절하)으로 미국에 대응하는 것”이라며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 미국도 큰 압박을 받게 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위안화 약세가 중국에 유리하기만 한 카드는 아니다. 민 연구원은 “(7월 중순 기준으로) 위안화 약세 속도가 너무 가팔라 중국이 자본 유출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중국 입장에서 위안화 약세는 단기적으론 써먹을 수 있는 카드지만 통상 마찰에서 또 다른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달러화 예금도 급락

이렇게 달러 가치가 무역전쟁 여파로 크게 치솟자, 5대 시중은행의 달러화 예금에서는 6월 한 달 동안에만 무려 3조원이 빠져나갔다. 월별 증감률 기준으로는 1년 8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최근 달러가치가 급등하면서 쏠쏠한 환차익을 본 기업·개인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5대 국내 은행(KEB하나·우리·KB국민·신한·NH농협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달러화 예금 잔액은 6월 말 354억2490만달러로, 5월 말의 382억1790만달러보다 7.31%(27억9300만달러) 급락했다. 한화 기준으로 한 달 만에 약 3조원이 달러화 예금에서 빠져나간 셈이다.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5대 시중은행의 외화예금 잔액 합계가 500억달러를 돌파하면서 자금이 쏠렸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약 반년 만에 상반된 현상이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6월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을 봐도, 국내 거주자의 달러화 예금 잔액은 총 566억5000만달러로, 전달 625억400만달러보다 10% 이상 줄었다. 특히 기업 외화예금 잔액이 같은 전달보다 64억6000만 달러 줄어든 533억5000만 달러로 집계됐고, 개인 잔액도 전 달 대비 7억1000만달러 줄어든 149억8000만달러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달러당 원화값이 급격한 쏠림 현상을 보이면서 기업과 개인의 달러 매도가 활발히 이뤄진 것으로 본다. 수출업체들의 환전 물량도 달러 예금 급감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달러로 수출대금을 받은 이들 업체는 달러가 비쌀 때 원화로 환전할수록 환차익 덕분에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원휴 KEB하나은행 PB팀장은 “최근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워낙 큰 상황이기 때문에 환차익을 기대한 달러 투자가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동시에 수익이든 손절이든 투자 회수 수요 또한 컸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전망… 1060원 밑이면 살 타이밍

이에 주변의 환테크 성공 사례담을 접하며 다시금 ‘달러 살 타이밍’을 보는 금융소비자들이 늘고 있지만 아직 달러를 사기엔 ‘위험 시기’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홍승훈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PB팀장은 “달러가치가 단기간에 급등한 상태인 데다 환율 조정이 추가로 진행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도 “달러당 원화값이 1130원 수준인 지금은 달러화를 보유한 경우에 분할 매도하기 좋은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금융기관들의 3분기 환율 예측치도 최대 1150원까지 열려있는 만큼 당분간은 달러 사기 좋은 시기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당초 1020~1090원으로 잡았던 올해 전망치를 3분기엔 1080~1140원으로 조정했다. 삼성선물은 1060~1150원, SC제일은행은 1100원 전후를 예상치로 제시하고 있다.

다만 미국발 무역전쟁이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깔아놓은 정치적 포석이란 점을 고려하면, 선거가 치러지는 4분기께엔 달러 강세가 잠잠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시 원화 강세가 나타날 것이란 얘기다.

장보형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국내 외환 수급이 양호한 데다 향후 한반도 평화 논의가 진전된다면 4분기에는 연초 수준인 1060~1070원 선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도 “하반기 적정선을 1060원으로 본다면 올해 환율 적정 매수 타이밍은 1050원대”라고 말했다.

환테크를 시작하기에 가장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각 은행에서 판매하는 외화예금이 있다. 예금 금리와 환차익을 동시에 볼 수 있고 입출금이 자유롭다.

KB국민은행은 9월 말까지 ‘KB글로벌 외화투자통장’에 가입하면 최대 80% 환율 우대 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전용 ‘KB모바일 외화예금’ ‘KB국민UP외화정기예금’ 같은 상품도 같은 기간 동안 신규 가입하면 50% 환율 우대를 해준다.

신한은행의 경우 대표적인 상품으로 지난 6월 출시한 ‘달러 More 환테크 적립예금’이 있다. 달러에 최대 70% 환율 우대를 해주고 해외 가맹점에서 수수료 없이 체크카드를 쓸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SC제일은행도 연말까지 미국 달러화 외화예금에 처음 가입하는 개인 고객에게 1년 만기 연 2.5% 특별금리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원화를 달러화로 환전해 외화예금에 가입할 경우엔 환전금액의 90% 우대 환율도 적용한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초이스외화예금’의 경우엔 연말까지 가입 고객에게 6개월간 연 1.0%의 특별 금리를 제공한다.

[정주원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5호 (2018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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